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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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에이터 - 속내를 들킨 것 같은 작품 영화

케이프 피어 - 가학이 주는 쾌감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며 뉴욕 출신으로 미국의 현대사의 이면에 대해 집착하며 뒷골목의 갱단이나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그렸던 마틴 스콜세지가 어마어마한 부자로 항공사 TWA의 경영주이며 ‘스카페이스’(알 파치노가 주연했던 브라이언 드 팔머의 ‘스카페이스’의 원형이 되었던 작품)의 제작자이자 '지옥의 천사들'의 영화 감독이기도 했던 하워드 휴즈의 일생을 다룬 ‘에비에이터’(비행사)를 영화화한 것은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굴곡이 많았던 부자 하워드 휴즈의 생애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존 인물의 사진을 봐도 곱상하게 생긴 하워드 휴즈로 분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연은 대단합니다. 한때 헐리우드 최고의 꽃미남이며 우상이자 아이콘이었던 그가 이마에 주름이 잡히는 것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은 어쩔 수 없지만 미모에 뒤떨어지지 않는 연기력만큼은 슬럼프를 겪은 이후에도 전혀 녹슬지 않았습니다. 결벽증에 변덕이 심하고 집착이 강한 성격을 연기하는 것은 어지간한 연기력으로는 쉽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수상해도 손색이 없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너무 빛이 나서인지 ‘에비에이터’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169분의 러닝 타임이 짧게 느껴질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과연 부자인 괴짜 사나이의 파란 만장한 일생 이외에는 특별한 메시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디카프리오는 있어도 스콜세지는 없었다는 어디선가의 평가에 동감합니다. 따라서 스콜세지는 이번 아카데미와 또다시 인연을 맺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예상입니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상을 받지 못할 작품이면 어떻습니까. 사나이의 로망인 비행기의 개발이나 처녀 비행의 과정이 자주 등장하고 과거의 대배우였던 캐더린 햅번(케이트 블랑쳇 분)이나 에바 가드너(케이트 베킨세일 분)가 등장하며 이외에도 이안 홀름, 주드 로('클로저‘를 끝으로 올 상반기에는 다시는 스크린에서 못볼 줄 알았는데 ’에비에이터‘에도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알렉 볼드윈, 존 C 라일리, 윌렘 대포 등의 초호화 조연급들 덕분에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후반부에 하워드 휴즈와 주앙 트립(알렉 볼드윈 분)의 TWA와 팬암이 국제선 노선으로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디카프리오가 분했던 프랭크가 팬암의 파일럿을 사칭하고 수표를 위조했던 장면이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두 편의 영화에서 팬암과 기묘한 인연을 연속적으로 맺게 된 것이죠. 또 하나는 상원 의원까지 동원하며 전쟁을 벌인 TWA와 팬암이 지금은 모두 사라진 항공사라는 점입니다. 팬암은 1991년 도산했고 TWA는 2001년 아메리칸 항공에 합병되었습니다. 즉 하워드 휴즈와 주앙 트립의 치열한 투쟁은 반 세기만에 역사적 사실로 박제화되어 21세기 초반인 지금에는 무의미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인생무상이라고나 할까요.

거대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아니지만 ‘에비에이터’는 퍽 마음들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하워드 휴즈만큼 부자는 아니지만 그와 제가 닮은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 중반부부터는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흐뭇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숨기고 싶은 속내를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기회가 닿으면 극장에서 한 번 더 보고 싶군요.

덧글

  • 따라기 2005/02/21 22:43 #

    에비에이터 저도 보긴 봤는데 주드로가 어떤 역할로 나왔지요?;; 궁금함에 감상평 보다가 클릭해서 질문 남겨요^-^/
  • 디제 2005/02/21 22:50 #

    따라기님/ 에롤 플린이라는 배우로 등장합니다. 눈이 오는 레스토랑에서 남의 의자를 빼앗아 왔다가 하워드 휴즈가 나가자 다른 손님들과 싸움을 벌이죠. 에롤 플린에 대해 궁금하시면 http://kr.search.yahoo.com/search?fr=kr-front&KEY=&p=%BF%A1%B7%D1+%C7%C3%B8%B0 으로 가보세요.
  • 功名誰復論 2005/02/21 23:08 #

    살짝 첨언한다면, 스카페이스의 감독은 하워드 혹스입니다. 휴즈는 제작은 많이 했지만 직접 감독한 작품은 없는 걸로 압니다.

    영화 본 편은 못 봤지만 말을 들으니 마지막에 수상 거대 비행기가 날아오른다는데, 그 비행이 거대 수상 비행기의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이었습니다.
  • 디제 2005/02/22 02:02 #

    功名誰復論님/ '스카페이스'의 감독은 하워드 휴즈가 아니라 하워드 혹스가 맞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하워드 휴즈가 `지옥의 천사들' 처럼 감독한 작품도 있습니다.
  • 아가새 2005/02/22 08:48 #

    솔직히 말해, 주드 로인지 못 알아봤습니다; 머리 스타일을 그렇게 하니 달라보이더군요. 자세히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봐야겠어요 히죽; 정말 2004년 하반기부터 그의 주가는 최고로 올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왠만한 영화에는 까메오든, 줄연이든 출연하는군요. 기분 좋아요:D 아. 저도 캐치미이프유캔이 종종 떠오르더군요. ost도 비슷하던데.... 두 명의 케이트의 열연도 좋았습니다 호홋:)
  • FAZZ 2005/02/22 10:27 #

    흠 디제님 성격을 파악하고 싶은 스토커들은 이 영화를 보면 대충 짐작이 가능하겠네요 ㅎㅎㅎ
  • 디제 2005/02/22 19:59 #

    아가세님/ 영화를 보고 팜플렛을 보니 주드 로를 강조했더군요. 영화에서 비중은 미미한데.
    FAZZ님/ 저같은 사람에게 스토커라뇨... ^^;;;
  • breeze 2005/02/23 01:38 #

    주드 로('클로저‘를 끝으로 올 상반기에는 다시는 스크린에서 못볼 줄 알았는데 ’에비에이터‘에도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에 한표 던집니다.
    애비에이터에서 디카프리오는 정말 배우로 보였어요. 그의 다음 영화가 기대되네요.
  • 디제 2005/02/23 09:55 #

    breeze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차기작은 'The Departed' 바로 스콜세지가 감독하는 '무간도' 리메이크입니다. 제 초기대작입니다.
  • kinder 2005/02/23 12:43 #

    최근 본 긴 러닝타임중에 들어가는 에비에이터는 솔직히 실망했어요. 초반부의 위인전같은 묘사와 결벽증은 숨쉬기 곤란하게 만들더군요. ^^;;;
  • 펑크난내인생 2005/02/24 02:10 #

    초기대작을 초기 대작이라고 읽어 버려서 혼자 끽끽거렸어요;;
  • 디제 2005/02/24 02:27 #

    kinder님/ 객관적으로 '에비에이터'가 아카데미 작품상이나 감독상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 취향은 이 영화에 꼭 맞는 군요.
    펑크난내인생님/ 'The Departed'가 내년에 개봉하면 최소 극장에서만 두 번 볼 겁니다. 그때 이 블로그에서 '무간도'와 'The Departed'를 비교하는 장문의 리뷰도 쓸 생각이고요.
  • 윌렘데포 2005/03/11 14:27 # 삭제

    최근에 윌렘데포라는 배우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에비에이터에서 무슨 역할로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거 이상하게 기억이 안 나네..무슨 역할이었죠?
  • 디제 2005/03/11 14:57 #

    윌렘데포님/ 윌렘 대포는 하워드 휴즈가 캐서린 햅번이 다른 남자와 사귀는 염문설을 까발리도록 밤중에 다리에서 만난 기자였죠. 처음에는 하워드의 제안을 거부하다가 결국 주식을 내놓으라는 조건으로 수락합니다.
  • anakin 2005/03/11 18:05 #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연기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다른 요소들도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상영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 디제 2005/03/12 14:43 #

    anakin님/ 러닝 타임이 길고 내용을 요약하자면 매우 단순한데 지루하지 않은 걸 보면 아카데미를 타지 못해도 마틴 스콜세지는 거장임에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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