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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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씽 엘스 - 사는 게 다 그렇지 영화

우디 앨런은 한국에서 그다지 인기 있는 감독은 아닙니다. 그의 영화는 비수기에 소규모 극장에 걸렸다가 소리 없이 내려가는 일이 흔했습니다. ‘애니씽 엘스’처럼 설에 개봉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90년대 이후로 우디 앨런의 영화 중에 극장에 정식으로 걸린 것은 ‘마이티 아프로디테’와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말고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합니다. 하긴 미국에서도 그의 영화가 대중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언제나 배경이 뉴욕이고 뉴요커들의 소시민적 일상을 다루기 때문에 헐리우드의 주류 영화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아웃사이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배경과 주인공이 뉴욕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외에도 우디 앨런의 영화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성격이 소심한 주인공들은 예술이나 창작에 관련된 일을 하는 ‘먹물’(홍상수의 영화가 조금만 대사가 더 많아지면 한국의 우디 앨런 영화가 될 것 같지 않습니까?)이며 변덕스러운 여자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주변에는 어딘지 모르게 성격이 일그러진 친구들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니씽 엘스’의 주인공 제리(제이슨 빅스)는 코미디 작가이지만 변덕스런 여자친구 아만다(크리스티나 리치 분, ‘슬리피 할로우’도 그렇고 ‘몬스터’도 그렇고 크리스티나 리치는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역할과 잘 어울리는군요.)과의 사이에서 골머리를 썩으며 인생 선배와 같은 도벨(우디 앨런 분)은 외모와는 달리 매우 폭력적인 인물입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통계 조사처럼 제리도 치료를 받지만 정신과 의사는 이야기를 듣기만 할 뿐 뾰족한 도움이나 조언을 해주지도 못합니다. 따라서 제리는 여자친구와 동거하고 있지만 외롭습니다.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뉴요커가 아니라 해도 누구든 느끼는 감정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애니씽 엘스’의 주인공들이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으로 웃음을 선사해도 어딘지 모르게 한 편으로는 가슴이 아려옵니다. 사는 게 다 그런 것이니까요. ("It's like anything else.") 그게 바로 우디 앨런 코미디만의 매력입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는 쉴 새 없이 신경질적인 수다가 이어지지만 이것이 관객을 피곤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한글 자막은 동어 반복과 언어 유희, 화려한 수사법으로 치장된 우디 앨런 영화 특유의 따발총같은 수다를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재즈 싱어 다이아나 크랠이 직접 출연해서 노래를 부르는 등 등장 인물들의 신경질적인 수다를 넉넉하게 재즈가 뒷받침해주기 때문입니다. 재즈로 무장한 수다스런 대사는 오히려 매우 지적이고 때로는 현학적이기까지 하며 리드미컬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2003년작인 ‘애니씽 엘스’는 1935년생인 우디 앨런의 34번째 영화이고 올해로 그는 70이 되는데 주름이 자글거리는 탓에 클로즈업조차 잘 하지 않더군요. 70 노인네가 사랑 놀음이나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우디 앨런의 젊은 시절의 소심함을 연상케하는 제이슨 빅스가 바통을 이어 받았는데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젊은 시절의 우디 앨런보다 훨씬 키도 크고 잘 생겼지만 어리숙하고 순진하며 수다스런 것은 쏙 빼닮았군요. 그러고 보니 우디 앨런이 70이라면 영화에 출연하거나 각본을 쓰거나 감독을 맡을 날이 의외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아 패로우와의 사이에 입양했던 한국계 양딸 순이 프레빈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뒷맛이 개운치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영감님이 된 우디 앨런이 조금더 오래 좋은 영화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P.S. 오프닝 크레딧의 촬영 감독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바로 '세븐'과 '에이리언4'의 다리우스 콘지였습니다. 실내 장면이 많았던 '애니씽 엘스'였는데 빛이 바랜 듯 하면서도 고급스런 실내 화면의 분위기는 바로 그가 촬영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덧글

  • 2005/02/15 11: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군 2005/02/16 15:59 #

    오오... 오늘보려가려는데 마침 병가아닌 병가를 내고 세븐을 열심히 봤습니다. 다리우스옹이 찍었다니 기대되는군요. 물론, 우디옹의 열혈 수다만큼은 아니지만요. 훗
  • Eskimo女 2005/02/17 00:01 #

    ..제 애인이 아만다같은 사람이면 콱 죽였을 거에요 ㅎㅎㅎ
  • 디제 2005/02/17 03:47 #

    김군님/ 오프닝 크레딧 보고서야 알았지 그것도 없었으면 몰랐을 겁니다. 다리우스 콘지와 우디 앨런의 조합은 예상하기 힘드니까요.
    Eskimo女님/ 후후, 그런 사람을 만나는 사람도 비정상적인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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