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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슬립 - 특유의 문체를 곱씹는 매력

북하우스판 '빅 슬립'을 번역한 milkwood님의 이글루의 관련글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이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거의 모든 저서를 사 모으던 시절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작품을 접하게 된 것은 이번에 ‘빅 슬립’이 처음이었습니다. 읽는 동안 내내 무라카미 하루키가 챈들러에게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12년전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소개받아 읽게 된 문학사상사판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읽으며 이런 식의 글을 쓰는 작가도 있구나, 라며 느꼈던 감탄은 모두 챈들러에게 헌정되어야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챈들러의 첫 장편 ‘빅 슬립’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장편 ‘양을 둘러싼 모험’과 여러 모로 유사합니다. 시니컬한 젊은 남자가 이끌어나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며, 병든 부자 노인과 집사가 등장하고 이들과 연관된 사건이 벌어지며 작품 전체에 죽음의 그림자와 허무함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하게 지적할 수 있는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묘사를 중시하는,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는 그 독특함 때문에 한 번 작품을 읽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데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숨김없이 밝혔듯이 챈들러의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심지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 ‘양을 둘러싼 모험’에서 ‘쥐’의 첫 번째 대사인 ‘부자 따위는 모두 빌어먹으렴’하며 외치는 것도 ‘빅 슬립’ 제12장에서 카멘 스턴우드를 바라보며 나 - 필립 말로가 서술하는 ‘부자들이란 지옥에나 떨어지라지’와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를 폄하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기회가 되면 ‘양을 둘러싼 모험’을 바탕으로 그만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포스팅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빅 슬립’을 읽게 된 것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다가 조금은 다른 스타일의 추리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서 였는데 한동안 책에 대한 포스팅이 뜸했던 것은 챈들러의 스타일에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필립 말로는 홈즈처럼 사색적이고 천재적인 탐정이 아니라 무뢰한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사건을 해결하는 타입이고, 결정적으로 챈들러의 문체 스타일로 추리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이 의외로 상당한 집중을 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플롯이 결코 만만치 않게 복잡했던 것 또한 쉽게 읽히지 않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며칠 쉬었다가 재독하고 포스팅을 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무라카미 하루키에 물들어 있었기에 챈들러의 패턴에는 금새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지저분한 LA의 뒷골목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세세한 묘사가 역설적으로 너무나 서정적이었기 때문에 한 구절 한 구절 곱씹는 매력에 빠져 들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읽은 것은 북하우스판이었는데 마침 이글루스 안에 번역하신 분의 이글루가 있더군요. 번역도 매끄러워서 문체의 매력에 젖어들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분이 번역하신 챈들러의 다른 작품들도 계속 읽어볼 생각입니다.

덧글

  • xmaskid 2005/02/04 12:29 #

    마침 하루키에 관한 글을 썼는데 이글을 발견하게 되니 재미있군요. 레이몬드 챈들러가 그렇다면,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디제 2005/02/04 15:05 #

    xamskid님/ 저도 포스팅을 올리고나서 잠시 후 xmaskid님의 포스팅이 올라와서 좀 놀랐습니다. ^^
  • flowith 2005/02/04 22:21 #

    흠- 자주 가는 블로그지만 읽을 생각은 사실 별로 안 하고 있었는데 디제님의 글을 보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대단하세요 정말! ㅋ
  • 디제 2005/02/05 08:35 #

    flowith님/ flowith님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어 보신 적이 있으시니 챈들러도 금방 익숙해지실 겁니다.
  • 마님 2007/02/01 12:47 # 삭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롱 굿바이, 기나긴 이별"을 읽지 않으셨네요.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남자의 로망이라고 해ㅇ야할지....그리고 보면 챈들러의 소설은 왠지 CSI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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