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2 -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라

부모를 살해한 펀드 매니저 조규환(이성재 분)과 악바리 경찰 강철중(설경구 분)의 대결을 그린 전편 ‘공공의 적’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 ‘공공의 적2’는 주인공 강철중(역시 설경구 분)이 경찰이 아니라 검사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영화 개봉 전 시사회를 검찰청에서 열었다는 보도도 있었고 집 근처의 서울지방 검찰청 동부지청 앞 게시판에는 B2 사이즈의 커다란 포스터도 걸려 있는 것을 보면 ‘넘버 3’를 제외하고는 정의로운 검사를 다룬 영화가 의외로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군요.

다소 잔인한 장면이 많았던 ‘공공의 적’과 달리 ‘공공의 적2’는 잔인한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욕설도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었고요. ‘아메리칸 사이코’를 차용했던 ‘공공의 적’의 조규환이라는 캐릭터와 달리 ‘공공의 적2’의 악역인 한상우(정준호 분)는 비교적 현실적인 캐릭터입니다. 따라서 돈을 위해 살인을 청부하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기는 하지만 한상우라는 캐릭터의 카리스마는 전편의 조규환의 그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러닝 타임 2시간 반에 육박하는 시나리오를 30분 정도 줄였으면 더욱 긴박감 넘치는 작품이 되었을 것인데 다소 아쉽습니다.

한상우의 카리스마가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정준호의 연기를 탓하기 보다는 각본상의 아쉬움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비교적 영화 운이 없었던(아니 시나리오를 잘 고르지 못했던) 정준호였지만 ‘공공의 적2’는 초반 흥행이 좋으니 상당히 위안이 되겠습니다. 비록 ‘역도산’이 참패했지만 설경구는 여전히 훌륭한 배우더군요. 여러 차례 살을 찌우고 빼서 인지 눈주위가 움푹 꺼지고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거리지만 여전히 변함 없는 연기력을 자랑합니다. 어쩐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배우라고나 할까요. 그를 스크린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서민적인 그의 용모는 분명 잘 생긴 것은 아니지만 친근감을 주니까요. 이외에도 ‘’에서는 무능한 선배 경관으로 등장했지만 ‘공공의 적2’에서는 부장 검사 김신일로 분한 강신일의 연기도 매우 좋습니다. 든든한 조연이라는 것은 그를 위한 표현 같군요.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카 체이스와 교통 사고 장면을 보면서 혹시나 싶었는데, 엔드 크레딧을 보니 역시 ‘’에서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매끈한 카 체이스 장면을 뽑아낸 장윤현이 ‘공공의 적2’에서 이 장면들만을 맡았더군요. 장윤현은 한국 영화계에서 카 체이스 장면을 가장 잘 찍는 감독이 되었나 봅니다. 강우석 감독과의 친분 관계도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 시사회 평이 좋았던 ‘말아톤’을 제치고 ‘공공의 적2’가 5일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는데 설경구라는 배우의 파워와 유례 없는 불경기 속에서 부자(졸부)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판에서는 그다지 평이 좋지 않은 거만한 강우석이지만 ‘투캅스’(이것도 프랑스 영화 ‘마이뉴 파트너’에서 차용한 작품이죠.)때부터 코미디와 액션을 뒤섞어 서민들의 울분을 해소하는 영화를 제작해 두둑하게 돈벌이를 했으니 그 능력만큼은 알아줘야 겠습니다. 그런데 강우석은 영화 속 강철중이 가지는 졸부에 대한 반감에 공감하고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것일지 궁금하군요.

by 디제 | 2005/01/31 14:26 | 영화 | 트랙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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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at 2005/01/31 16:44

제목 : 공공의적 2 - 웰메이드 상업영화
- 1 - 봐야할 영화가 있을 때 나는 그 영화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얻지 않고 가는 편이다. 쓸데없이 기대를 부풀리기도 싫고, 마찬가지로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지기도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제공하는 정보가 없어도 이 영화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약간의 설정이 바뀌었을 뿐 기본 뼈대는 변할 것이 뭐가 있었겠는가. 게다가 감독이 강우석이란 점은 영화가 눈에 불 보듯 보일 것이 뻔하지 않은가? - 2 - 이 영화는 요즘 영화치고는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직선적인 감정을 가진 캐릭터들의 대결 구도로 몰......more

Tracked from 아마란스의 잡다 감상기 at 2005/03/19 19:07

제목 : 공공의 적 2 - 진지함속에 통쾌함.
몇번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영화가 있는 반면... 몇번을 봐도 재미있고, 계속 보게되는 영화가 있다. 후자중에 하나가 바로 공공의 적 1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고위 권력층을 향해서 비판을 한다. <악역이 처음 역할이라고 했지만, 못 본 관계로 개그적 인상이 많이 남아있던 정준호씨. ...의외로 잘 했더라. 설경구씨야 말할 것도 없는거고...> 내용은 이렇다. 어렸을때 단순히 돈이 없는 것만을 이유로 학교에서 선생에게 차별받는 것을 느낀 강철중은 결국에는 각고의 노......more

Commented by corwin at 2005/01/31 15:23
좀 긁으러 가고 싶긴 한데 시간이 안 맞네요. 제기럴...
Commented by sola at 2005/01/31 16:19
좀줄이였으면에 동감입니다. 그리고 기대에는 못미치더군요.
Commented by FromBeyonD at 2005/01/31 16:43
딱 공감할 수준의 안전한 사안만 건드릴때 강우석의 흥행능력은 과소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만들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요.^^
Commented by 디제 at 2005/01/31 17:23
corwin님/ 설 연휴 이후까지 갈 것 같으니 연휴 기간에 극장을 가시던지요.
sola님/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즐겁게 볼 수 있던 걸요.
FromBeyonD님/ 동감입니다.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의 흥행 감각은 알아줘야 할 것 같아요.
Commented by YⅡK at 2005/01/31 22:32
저는 오늘 보고 돌아왔는데요.. 1편을 안 봐서 비교는 못 하겠지만, 설경구씨의 연기가 꽤 좋았습니다...^^ 포스팅 하려고 했는데, 디제님이 빠르셨네요ㅠㅠ 신라의 달밤같이 이 영화에서도 등장하지만, 삼십대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전교생이 그렇게 나가서 패싸움을 했는지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요..
Commented by 디제 at 2005/02/01 00:53
YIIK님/ 설경구의 연기는 언제든 좋죠. 그와 더불어 한국영화의 남자 배우 트로이카라는 송강호와 최민식도요. 왜 일본인들은 연기도 잘 못하는 배용준 같은 배우에게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는 그 보다 더 훌륭한 배우들이 많은데 말이죠. 그리고 삼십대의 고등학교 시절 전교생 패싸움은 제가 저희 학교의 대표이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흉터 때문에 제가 목욕탕을 못간다죠.(뻥)
Commented at 2005/02/01 01: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르하나즈 at 2005/02/01 14:21
정준호 연기도 멋졌다고 생각해요.
저런 나쁜놈을 봤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하는 그 거만한 표정연기와 말투들이란...;
Commented by rkt at 2008/06/20 16:44
글쎄요 저는 1편을 워낙 재밋게 봐서 그런지 2편은 아무런 특징이 없는 무색무취의 영화로 보여졌는데...설경구의 카리스마도 사라진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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