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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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 브래드 피트냐, 에릭 바나냐 영화

원작을 각색해 영화를 만드는 경우에는 영화는 원작과 비교당하는 것을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그 내용이 원작에 충실한지 아닌지를 가지고 상당한 격론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반지의 제왕" 3부작이 영화화가 결정된 당시 문학 작품 "반지의 제왕"과 톨킨의 팬 대다수가 영화화된다는 사실 자체에 다수가 부정적이었음을 보면 원작이 훌륭할수록 영화화는 부담스럽기 마련입니다. 원작과 영화가 같으면 창조적 접근이 부족하다고 욕을 먹고 다르면 원작을 훼손했다고 욕을 먹기 십상입니다. "트로이"도 애초부터 그런 핸디캡을 가지고 출발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굳이 원작을 찾아 읽지는 않습니다. 원작을 읽으면 결말을 알아버려 영화를 보면서 재미가 반감되기 쉽고 굳이 원작과 비교하며 피곤한 자세로 영화를 보기 십상이어서 아예 원작을 안보는 것이죠. 물론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을 읽으며 비교하는 것은 재미있습니다만 오늘 오전에 보았던 트로이는 그런 식의 비교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그냥 영화이야기만 할렵니다. 영화는 영화 자체로만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어서요.

줄거리 따위야 알려주는 곳이 널렸으니 배우 중심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선 마흔이 된 브래트 피트는 포스터에서 양미간을 잔뜩 찌푸린 모습으로 등장해 관람 의욕을 감소시킵니다만 제 생각에 그 포스터가 아마도 몇 만의 관객을 까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칼이라도 뽑고 보기 좋은 근육을 드러냈다면 더 많은 관객 - 그것도 한국 영화 시장 최대의 관람객층인 20대 여성 - 이 극장을 찾지 않았을까 싶군요.

브래드 피트는 액션 배우로서의 이지미는 약했던 편이었습니다. 그의 영화를 생각나는대로 떠올려보면 "가을의 전설", "흐르는 강물처럼". "세븐", "오션스 일레븐" 등 액션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등장했던 영화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파이트 클럽"입니다. 장면 삭제와 코멘터리 무자막의 개판인 20세기 폭스의 코드3 DVD는 아직도 안샀고 앞으로도 절대로 안 살겁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액션이라고 말할 장면은 많지 않았던 것 같군요.) 그래서 칼을 들고 싸우는 브래드 피트는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만 "발레 액션"이 생각보다 어설프지 않아 좋았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주름살은 별로 눈에 띄지 않더군요. 여전히 젊고 잘생겨 보이더군요.

에릭 바나야 말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했던 아킬레우스야 싸우는 것을 즐기다시피 하는 인물이지만 에릭 바나가 연기했던 헥토르는 가족과 나라를 위해 싸움에 휘말려 든 사람입니다. "헐크"에서도 그랬듯 에릭 바나는 지적이며 고뇌하는 "휘둘리는" 인물를 비교적 잘 구현한다는 생각입니다. (음, 휘둘리는 인물을 가장 잘 연기하는 배우는 제레미 아이언스라는 생각인데 - "데미지", "로리타"를 떠올려 보십시오. 에릭 바나도 나이 들면 제레미 아이언스의 자리를 물려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섣부른 생각마저 드는 군요.) 특히 눈매가 마음에 듭니다. 어디선가 브래드 피트와 에릭 바나가 역할을 바꾸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글도 보았지만 저는 그대로도 좋군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올랜도 블룸이겠죠. 여자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고 형 무릎에 매달리며 목숨을 구걸하는 쫌스런 모습에서 레골라스를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마지막에는 그래도 "반지의 제왕" 팬들을 위해 서비스를 합니다. 연기력 부족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글쎄요,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인물을 연기하는 올랜도 블룸도 나쁘지는 않군요. 올랜도 블룸이 "무적의 꽃미남 궁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 여성팬들에게는 "블랙 호크 다운"을 권해드리고 싶군요. ^^

약간의 눈썰미만 있으시다면 눈에 띄는 오딧세우스로 분한 션 빈은 제가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였던 보로미르로 등장했던 션 빈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언가 속에 다른 생각, 혹은 지략이 갖추고 있는 듯한 이미지로 자주 등장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작품에서도 배신을 때린다든가 하는 역할로 종종 나오는데 "트로이"에서도 막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왕에 오딧세우스로 션 빈이 등장한 이상 션 빈이 분한 오딧세우스로 영화 "오디세이"를 제작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프라아모스 역의 피터 오툴과 테티스의 줄리 크리스티도 반갑더군요. 그리고 나오자 마자 죽어버리는 보그리우스를 연기한 프로 레슬러 네이던 존스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한때 WWE에서 상당한 푸쉬를 준 바 있고 레슬매니아 19에도 언더테이커의 파트너로 막판 잠깐 출연했지만 지금은 다른 단체로 이적했죠.

2시간 30분이 넘는 러닝 타임이 지루했다,라거나 시나리오가 엉성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저는 별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러닝 타임이 훌쩍 가버리더군요. 조금 아쉬웠다면 마지막 트로이 성으로 진격해 들어가는 그리스 군사의 대규모 장면에서 CG티가 너무 났다는 정도나 될까요...(아아, 강변 CGV의 더러운 스크린과 지나치게 빵빵하게 틀어대서 추웠던 에어컨은 정말 짜증이었습니다.)

실토하자면 저는 칼 싸움하는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일본 사무라이 영화야 말할 것도 없고 "글래디에이터"도 그렇고 남들은 형편없다던 "13번째 전사"도 재미있게 보았으니까요. "트로이" 는 대형 전투씬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제 예상을 깨고 1:1 대결에 초점을 맞추더군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차나 기병의 개념도 미약했던 거라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남자들끼리 칼을 맞대고 땀을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싸우는 것이 원초적 매력을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