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은 보지 않았지만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불친절하고 난해한 영화라는 평을 많이 봤었기 때문에 ‘깃’을 볼 때도 상당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속의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현성과 소연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단순해서 이해하기 편했습니다. 특히 이소연을 본 것은 처음인데 (그녀의 영화 데뷔작인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예쁘더군요. 왠지 한국 사람보다는 일본 사람에 가까운 것 같은 마스크를 지닌 그녀의 쾌활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이에 비해 장현성은 잘생겼다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하지만 그러한 평범함이 도리어 진솔하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담담해 보이는 것도 이소연의 쾌활한 연기와 적당히 대비와 조화를 이루며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었습니다.
‘깃’은 의외로 대중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적당히 암시만하거나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방향으로 결말이 날 것 같았는데 의외로 통속적인 결말을 숨김 없이 드러내며 제시하더군요. 어차피 남녀가 둘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니 희망적인 결말이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제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군요. 그것보다는 지독하리만치 강렬하게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1월말에 혼자서라도 떠나고 싶군요. 회색빛 대도시의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해외여행조차 도시를 고집하는 제 자신이 조금 우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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