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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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 - 주인공은 아름다운 우도의 풍경 영화

송일곤 감독의 독립 영화 ‘깃’은 10년 전의 연인과의 약속으로 인해 우도로 들어간 영화감독 현성(장현성 분)이 모텔의 일을 도와주고 있는 소녀 소연(이소연 분)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 아니라 우도의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맑거나 그 어느 쪽이든 간에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섬 우도의 풍경은, 무비 카메라보다 화질이 좋지 못한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한 것이지만,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빡빡한 삶을 살고 있는 제게는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탁 트이더군요.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은 보지 않았지만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불친절하고 난해한 영화라는 평을 많이 봤었기 때문에 ‘깃’을 볼 때도 상당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속의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현성과 소연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단순해서 이해하기 편했습니다. 특히 이소연을 본 것은 처음인데 (그녀의 영화 데뷔작인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예쁘더군요. 왠지 한국 사람보다는 일본 사람에 가까운 것 같은 마스크를 지닌 그녀의 쾌활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이에 비해 장현성은 잘생겼다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하지만 그러한 평범함이 도리어 진솔하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담담해 보이는 것도 이소연의 쾌활한 연기와 적당히 대비와 조화를 이루며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었습니다.

‘깃’은 의외로 대중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적당히 암시만하거나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방향으로 결말이 날 것 같았는데 의외로 통속적인 결말을 숨김 없이 드러내며 제시하더군요. 어차피 남녀가 둘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니 희망적인 결말이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제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군요. 그것보다는 지독하리만치 강렬하게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1월말에 혼자서라도 떠나고 싶군요. 회색빛 대도시의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해외여행조차 도시를 고집하는 제 자신이 조금 우스워졌습니다.

덧글

  • 마리 2005/01/17 01:42 #

    우도 정말 좋지요...
    나오기 싫었어요, 그 섬.
    깃도 한 번 보고싶군요.
  • oculus 2005/01/17 14:00 #

    보려고 작정하고 있는데, 상영극장도 많지 않고 시간표도 맞지 않아 주말에 놓쳐 버렸네요. 정말 이런 영화들은 시간 맞춰 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상당히 아름다운 영화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과연 그런가 보네요. 늘 보는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다니 기대가 되는데, 보고 나면 역시 답답한 극장 안일꺼라고 생각하니 미리 약간 우울해지는군요.
  • 디제 2005/01/17 14:16 #

    마리님/ 우도에 가보신 적이 있으셨군요. 부럽습니다.
    oculus님/ 정말 아름답습니다. 사랑 이야기도 무공해이고요. 보고 나면 답답한 극장안이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저도 섬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다마네기 2005/01/17 15:20 #

    저도 이 영화 너무 기다려 져요.
    근데 제가 사는 강릉에선 이 영화를 결코 "극장 개봉" 하는 기적은 일어 나지 않을 거예요. ㅠㅠ
    하지만 비디오로는 볼 수 있겠죠.
  • 노마드 2005/01/18 01:16 #

    '지독하게 바다가 보고싶어지는 영화라니', 저도 그런 열병에 걸리고 싶은걸요.
    송일곤 감독 영화는 '꽃섬'에 한번 데인 뒤로는 절대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너무 불편했거든요),
    이 영화는 궁금해지는데요.
  • 디제 2005/01/18 09:12 #

    다마네기님/ 아마 집 근처에 있는 CGV 강변에서 상영하지 않았다면 저도 놓쳤을 확률이 높습니다.
    노마드님/ 이 영화는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편안히 차분하게 즐길 수 있는 타입의 작품이죠.
  • flowith 2005/01/20 00:25 #

    여행을 다녀와서 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됐어요. 저도 사실 또다른 도시로 여행을 갔다온 것이지만요^^;
  • hermes 2005/01/20 22:35 #

    의외로 통속적인 결말은 영화를 찍던 스탭들의 압도적인 의견을 감독이 채택한 것이라고 해요.(Film 2.0에서 읽은 듯)
    저는 결국, 비디오를 기다리게 될 것 같네요. :(
  • 디제 2005/01/20 22:37 #

    flowith님/ 편찮으셨다는 포스팅까지만 올리셨는데 무사히 귀국하셨군요. 다행입니다.
    hermes님/ 의외로 통속적인 결말, 그게 바로 송일곤스럽지 않은 '깃'만의 반전이 아닐까요.
  • Eskimo女 2005/01/22 13:25 #

    움.. 지킬님이랑 디제님 이글루 두리번거리고 나니 이 영화 상당히 보고 싶어졌어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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