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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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영화

안젤리나 졸리의 남편쯤으로 국내에 더 잘 알려진 밥 손톤은 백지장과 같은 배우입니다. 겉보기에는 개성이 없는 용모이지만(인터뷰의 스틸 사진을 보면 가수 스팅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어떤 배역을 맡겨도 그 역할에 잘 스며들기 때문에 배우의 개성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밸런스에는 크게 기여를 하는 스타일입니다. (이와 반대의 스타일로는 어느 영화에나 비슷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로버트 드 니로나 알 파치노 같은 배우가 있겠죠. 이들은 자신이 영화의 배역으로 녹아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배역을 자신에게 끼워 맞추는 타입입니다. 따라서 어느 영화를 보더라도 비슷비슷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물론 두 배우가 연기를 못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 오해없으시길.) ‘아마겟돈’에서는 지구로의 운석 낙하를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진지한 나사의 장애인 과학자 댄 트루먼으로 분했으며 ‘U턴’에서는 사사건건 바비 쿠퍼(숀 펜 분)의 앞길 가로막는 바비 쿠퍼라는 미치광이 차량 정비사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두 배역의 공통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며 극과 극을 오가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낸다는 점에서 빌리 밥 손톤의 연기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코엔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에서 무표정하게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무는 모습의 이발사 에드 크레인으로 분한 빌리 밥 손톤의 연기는 흑백 영화로 공개된 이 작품의 분위기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뻔한 이발사 에드의 일상이, 신규 아이템인 드라이 클리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톨리버의 방문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해 한없이 엇나가게 됩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에드는 별다른 고심의 흔적 없이 마치 충동적인 사람처럼 대담한 선택을 연속적으로 하게 되고 그에 뒤따르는 사건들은 더 없이 황당무계합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라 그러려니 하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에드의 진지하면서도 무뚝뚝한 표정과 흑백 영상 때문인지 은근히 영화에 짓눌리게 되더군요. 하지만 dvd의 두 번째 디스크인 컬러 버전을 보게 된다해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군요.

한국에서는 코엔 형제의 영화가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으며 소수의 사람들만 열광하지만 사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장르적 기본 구성에 충실하면서 일정 수준의 비틀림을 시도하기 때문에 결코 난해하지 않으며 즐기며 볼 수 있습니다. ‘블러드 심플’과 ‘파고’는 스릴러에, ‘밀러스 크로싱’은 갱스터 무비에, ‘아리조나 유괴 사건’과 ‘위대한 레보스키’는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하면서 비틀기를 시도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난해한 작품들은 결코 아닙니다. 희박해져만 가는 현대인의 자아 정체성(이러한 주제 의식은 변호사 라이든슈나이더의 입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는데다가 영화 제목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니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를 난해한 영화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을 조명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느와르의 기본 구성을 차용한 작품입니다. 포커 페이스를 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과 바람을 피우는 아내, 사기꾼과 청순한 소녀 그리고 돈에 얽힌 살인 사건은 모두 느와르의 기본적 소재들이죠. 문제는 단순한 느와르에 머물지 않도록 주인공 에드는 탐정이나 경찰이 아니라 이발사라는 사실을 비롯해 많은 느와르의 요소들이 조금씩 비틀렸다는 것입니다. 그게 코엔 형제만의 특징이죠.

한정판으로 발매되었던 2디스크 디지팩 사양을 모쇼핑몰의 할인 행사에서 워낙 저렴하게 판매하길래 코엔 형제의 작품이니 전혀 걱정할 것 없어서 믿고 구입했는데 뜻밖에 스칼렛 요한슨이 버디로 출연해 놀랐고 기뻤습니다. 작년 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이후 변함없이 1년 가까이 제 데스크 탑과 노트북의 바탕 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그녀가 등장한 영화 중에 제가 본 가장 초기의 모습이 바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였으니까요. 촌스러운 머리 모양과 지금과는 달리 몸매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하지만 베토벤의 월광을 연주하는 버디로 분한 그녀의 모습에서 중성적이면서도 청순한 매력은 여전하더군요. (물론 그녀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코엔 형제의 영화답게 매우 황당합니다.) 하긴 아무리 스칼렛 요한슨을 좋아한다고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떠벌렸지만 막상 그녀가 등장한 작품을 dvd로 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아직껏 할인하지 않아서 구입하지 않았고(하긴 dvd 발매사 CJ는 할인을 잘 하지 않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dvd는 완전히 엉망으로 발매되어 구입 자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저는 팬치고는 냉정한 편인가 봅니다.

P.S. 포스팅을 올릴 당시에는 생각해두고서도 글로 올리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이 작품은 이명세의 데뷔작 '개그맨'과 비교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개그맨'도 이발사가 갑작스레 비일상적인 일들을 연속적으로 체험하는 희극적인 작품이었죠. 이명세 감독이야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지금은 유명하지만 '개그맨' 개봉 당시에는 흥행도 실패하고 일부의 평론가를 제외하고는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었죠.

덧글

  • shuai 2005/01/15 07:54 #

    의도와는 달리 어처구니 없이 꼬여가는 이 영화가 참 좋았습니다. 빌리 밥손튼의 무표정한 얼굴과 쉴새없이 피어대는 담배연기가 참 인상적이었죠.
  • 디제 2005/01/16 00:21 #

    shuai님/ '의도와는 달링 어처구니 없이 꼬여가는' 것이 바로 코엔 형제 표 영화이죠.
  • 노마드 2005/01/16 00:37 #

    빌리 밥 손튼, 저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참, 글 읽고 보니 '개그맨', 궁금해지는데요~
  • Eskimo女 2005/01/16 03:03 #

    저는 작년에 진주 귀걸이와 사랑도 통역...에서 뜬 요한슨이 여기에 나왔었다는 걸 까먹고 있었어요.
    여기서 청순한 척 발칙한 피아노소녀로 나왔던 그녀가 진주 귀걸이의 그녀였다는 걸 최근에야 알아 보고 요한슨의 변신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죠 ㅋㅋ
    정말이지 그 때 그 때 달라요 ㅎㅎㅎ
  • 디제 2005/01/16 11:12 #

    노마드님/ 노마드님께서는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시는 분이시니 '개그맨'은 한번 구해보실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Eskimo女님/ 스칼렛 요한슨이 1984년생으로 고작 스무살도 안되었는데 연기력이 매우 뛰어나죠. 아직 한참 젊으니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여배우가 될 것 같습니다.
  • flowith 2005/01/20 00:19 #

    코엔 형제 영화는 참 좋죠..^^
    빌리 밥 손튼은 그다지 좋은 이미지의 배우가 아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배우는 역시 연기력인 것 같습니다. 사생활이라든가 인간성에 의한 어느 정도의 굴곡은 불가피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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