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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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니와 알렉산더 - 예술에 대한 무한한 찬양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 크라이테리언 dvd 박스

스웨덴 출신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화니와 알렉산더’를 처음 본 것은 국내에 한창 예술 영화 붐이 일었던 1996년으로 기억합니다. 제대를 앞두고 휴가를 나와 지금은 폐관된 대학로의 동숭 씨네마텍에서 보았는데 ‘유럽 예술 영화 = 난해한 영화 = 지루한 영화’라는 공식을 완전히 무너뜨린 재미있는 작품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벌써 10년전의 일이지만 스토리나 미장센 등은 확실히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1996년 관람 당시에도 같은 생각을 한 바 있습니다만 제목만 ‘화니와 알렉산더’지 실은 화니의 비중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구입하고 아직 보지 않은 6시간짜리 TV판에는 화니의 비중이 더 클지 봐야 알겠습니다만) 제목을 그냥 ‘알렉산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영화를 보는 시각이 조금은 나아진 현 시점에서 크라이테리언 dvd로 다시 본 ‘화니와 알렉산더’는 매우 풍성한 텍스트였습니다.

1900년대 초반,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에크달 가족의 화니와 알렉산더의 아버지 오스카가 연극 연습을 하다 죽고 젊은 어머니 에밀리는 주교와 재혼하게 됩니다. 화니와 알렉산더도 양부가 된 주교와 함께 살게 되지만 양부의 무미건조하고 엄격한 삶에 아이들은 혐오감을 느끼게 됩니다.

‘화니와 알렉산더’의 기본 구조는 '햄릿'에서 차용했습니다. 아버지 오스카가 죽음을 맞으며 ‘이제 유령을 연기할 수 있겠군’이라고 농담을 하거나, 어머니 에밀리가 양부인 주교에 대한 알렉산더의 증오심에 대해 ‘나는 거트루드(숙부 클로디어스와 재혼한 햄릿의 어머니)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정말 오스카가 유령처럼 알렉산더 앞에 출몰하는 장면 등에서 '햄릿'을 연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교의 집에서 탈출하는 화니와 알렉산더의 모습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아울러 ‘화니와 알렉산더’는 매우 정치적인 영화이며 성장 영화이기도 합니다. 엄혹하고 폭력적인 주교에 맞서는 알렉산더의 모습에서 종교를 권력으로 활용하는 압제자에 맞서는 자유주의자를 묘사한 정치적인 영화로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아버지의 임종을 제대로 지켜볼 수 없을 정도로 심약했던 알렉산더가 주교에 맞서며 성장하는 영화로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허구의 세계를 통해 성장해가는 알렉산더의 모습은 잉마르 베리만의 자전적인 모습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화니와 알렉산더’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예술에 대한 무한한 찬양입니다. 동화처럼 단순한 이야기를 통해 잉마르 베리만은 주교로 대변되는 예술에 대한 억압과 이에 맞서는 알렉산더와 에크달 집안을 통해 창작의 자유와 예술의 중요성을 웅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교와 알렉산더(에크달 집안)의 대립은 중세와 근대, 상상력의 빈곤과 풍요로운 환상과 허구, 무채색과 원색, 무표정과 웃음, 규율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부드러운 대가족적 사랑, 금욕과 쾌락(섹스), 정제되고 예의바른 언어의 위선성과 직선적인 욕의 솔직함의 대비를 은유적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귀족적인 대가족인 에크달 집안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그에 걸맞는 화려한 비쥬얼에 비해 음악의 비중인 매우 미미합니다. 아마도 이는 철저히 스토리와 비쥬얼로 승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예술 영화는 난해한 것으로 생각하는 편견을 가진 분들께 ‘화니와 알렉산더’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텍스트이지만 또한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싶은 분들께도 어울리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단선적이면서 동시에 복합적인 텍스트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잉마르 베리만은 거장 답습니다.

덧글

  • 다마네기 2005/01/13 15:30 #

    저도 [화니와 알렉산더 ] 재밌게 봤어요.
    근데 전 엄청난 기대를 하고 봐서 인지, 지금 보다는 좀 어릴(?)적에 조금은 산만한 상태에서 비됴로 봐서인지...
    영화에 푹~~ 빠져서 보진 못했어요.
    조만간 다시 봐야 할 것 같아요. ^^
    전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영화중 [산딸기] 가 제일 재밌었구요...(가장 쉬웠습니다. ㅎㅎ )
    [어두운 유리를 통해서 ] 도 인상 깊었지요.
    전 아직도 DVD 보다는 비디오 로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화니와 알렉산더] 는 다시 볼 땐 DVD 로 봐야 할 것 같아요.
  • 디제 2005/01/14 08:52 #

    다마네기님/ 국내에 dvd로 출시되지 않았으니 사시려면 인터넷에서 해외구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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