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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2 - 네 사람의 서명

셜록 홈즈 전집 1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전집 3 - 바스커빌 가문의 개

‘네 사람의 서명’을 읽으며 19세기 말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세계화되었고 도시화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감상문을 올린 ‘주홍색 연구’에서 실질적인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공간적 배경이 미국이었듯이, ‘네 사람의 서명’의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공간적 배경은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입니다. 세포이의 항쟁이나 동인도 회사, 시크 교도와 힌두 교도 같은 세계사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건이나 명칭이 등장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런던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미지의 세계로 옮아가게 했던 것은 지금으로 보아도 세계관의 넓이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니 19세기의 발표 당시의 독자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발상으로 비쳤을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모스턴 양과 홈즈와 함께 해질 녘의 도시를 마차를 타고 달리는 왓슨이 런던 시민들의 다양한 표정들의 얼굴을 묘사하며 도시의 익명성과 우울함을 강조하는 장면은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1973년의 핀 볼’에서 ‘내’가 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도리어 자신의 얼굴에 이질감을 느끼는 장면을 연상케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드 보일드 스타일의 추리 소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야 유명한 사실이고, 도시의 익명성을 강조하는 수많은 소설들의 묘사를 보아왔지만 19세기 말의 소설에서 위와 같은 묘사와 감각이 드러나는 것은 매우 반갑고도 신기한 일이군요.

황금가지에서 발간한 ‘셜록 홈즈 전집’의 두 번째 작품인 ‘네 사람의 서명’에서 주목한 것은 보물의 행방이나 사건 해결 과정보다는 홈즈와 왓슨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모스턴 양이 등장하자마자 작품의 화자인 왓슨은 그 미모에 넋을 잃고, 부상당한 퇴역 군의관인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만 홈즈는 모스턴 양의 미모에는 아랑곳없이 사건의 발생 자체를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이후 왓슨은 줄곧 모스턴 양에 대한 사랑의 감정에 들떠 있고 반대로 사건은 더욱 흉악하게 전개되어 가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만들어 집니다. 물론 이로 인해 독자는 왓슨의 사랑과 살인 사건의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몰입하게 됩니다.

게다가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묘사 등에서 군더더기가 전혀 없이 간명하기 때문에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명확하게 풀려나가는 것이 19세기에 집필된 홈즈 시리즈가 지금도 널리 읽히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것은 순전히 작가인 코난 도일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모스턴 양의 미모에는 관심도 없는 홈즈는 여성 독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독신론을 펼칩니다. (농담 삼아 홈즈와 왓슨이 동성애자 같은 관계가 아니냐고 합니다만 여성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사귈 수 있겠습니까. 왓슨은 분명 이성애자인 걸요. 하긴 밤샘 수사로 인해 피로에 쩔은 왓슨이 홈즈의 바이올린 연주에 잠이 드는 애틋한(?) 장면도 있지만 말입니다.) 참고로 ‘주홍색 연구’에서는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던 코카인 중독자로서의 홈즈의 면모가 처음으로 그려지며, 홈즈의 천재적 추리 과정에 왓슨은 그가 비상한 능력을 바탕으로 범죄자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며 다소 황당한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정말 홈즈가 범죄자였다면 누가 잡을 수 있었을까요. 레스트레이드, 그렉슨, 그리고 존스 모두 함량 미달인데 말입니다. 동시대에 살았던 루팡을 프랑스에서 초빙해 탐정으로 고용해야 했을까요.

덧글

  • 닥터지킬 2005/01/12 00:03 #

    모리어티 교수가 형사가 됐을지도^^;
    사건의 핵심으로 곧장 파고 들어가는 건 예전 추리 소설들의 본받을 만한 특징 같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추리 소설들 중 도입부가 지겨웠던 기억은 그리 많지가 않네요.
  • 가면소년 2005/01/12 02:16 #

    아아... 4개의 서명...
    제게 있어서는 매우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예전에 단편들로만 이루어진 시리즈에서
    꼭 왓슨의 소개에 언급되었었거든요
    '공포의 4'사건으로 알게된 모스턴양과 결혼한다 라고
    40권으로된 단편모음집이었는데
    한권한권 읽을때마다 등장인물 소개에 저렇게 적혀 있으니...
    40권을 다 봐도 '공포의 4'라는 작품은 어디에도 없고(단편 모음집이었으니까...)

    그래서 홈즈시리즈를 잔뜩 뒤지다가 겨우 발견한
    '홈즈와 4개의 서명'
    이걸 보고나자 이게바로 그 '공포의 4'였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위의 이유 외에도 작품자체로도 매우 좋은 작품이었죠
  • 디제 2005/01/12 09:37 #

    닥터 지킬님/ 요즘 영화도 그렇듯이 도입부가 쇼킹해야 처음부터 몰입시킬 수 있을테니까요.
    가면소년님/ '네 사람의 서명'은 '왓슨의 솔로 탈출기'로 바꿔도 무방할 듯 싶은데요.
  • FAZZ 2005/01/12 16:37 # 삭제

    아 저도 공포의 4로 알고있었는데요. 원제가 4개의 서명이었군요.
  • 디제 2005/01/13 14:09 #

    FAZZ님/ 원제가 'The sign of four' 더군요. '공포의'라는 작명은 지금 생각하면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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