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9개의 목숨 중 8개가 소진되어 한 번만 더 죽으면 다시는 살아날 수 없게 됩니다. 고양이는 소원을 들어주는,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키티 말랑손, 강아지 페리토와 함께 찾아 나섭니다. 고양이 일행은 별의 위치가 나타나는 지도를 두고 소녀 골디가 이끄는 세 마리 곰, 그리고 마법을 부리는 잭 호너에게 쫓기게 됩니다.
고양이의 마지막 소원
2022년 작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2011년 작 ‘장화 신은 고양이’ 이후 11년 만에 개봉된 후속편입니다. 원제는 ‘Puss in Boots: The Last Wish’입니다. 목숨이 하나만 남아 다시 9개로 늘리려는 고양이의 마지막 소원을 뜻합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에 등장했던 주요 캐릭터 중에는 고양이와 키티만이 재등장합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고양이와 키티는 향후 짝을 이뤄 잘 지낼 듯 암시되었으나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에서는 이별한 사이인 채로 출발합니다. 결혼 직전 고양이의 지나친 자기애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편을 관람하지 않았어도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을 이해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현재 고양이와 키티의 사이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집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드림웍스의 전형적인 3D 스타일의 작화였습니다. 하지만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일러스트나 만화와 같은 스타일의 작화로 변화했습니다. 액션 중간에 정지되거나 슬로 모션이 삽입되는 순간 일러스트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으로 연출되었습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영향이 엿보입니다. 전편과 비교해 액션이 크게 보강되었습니다.
강아지 페리토 등장
주역인 고양이와 여자친구 키티가 모두 고양이이기에 개를 좋아하는 관객을 위해 처음으로 출연하는 페리토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페리토(Perrito)는 스페인어로 ‘강아지’를 뜻합니다. 주인공 고양이의 이름이 ‘고양이(Puss)’인 것처럼 강아지의 이름이 ‘강아지’가 된 것입니다.
고양이와 키티는 고양이답게 남을 쉽게 믿지 않으며 의심이 많으나 페리토는 개답게 남을 쉽게 믿고 낙천적입니다. 고양이와 키티가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페리토가 나무 밑에서 기다리는 장면도 고양이와 개의 차이를 반영한 연출입니다.
페리토가 왜 제대로 된 이름이 없었는지, 그리고 낡은 스웨터를 입고 있는지는 어린이까지 함께 즐기는 가족용 애니메이션답지 않게 매우 무겁습니다. 어린 시절 페리토를 키우던 이가 양말에 넣고 돌을 매달아 강물에 던져 유기했기 때문입니다. 동물 학대와 유기에 경종을 울립니다.
스페인어 대사 한글 자막 없어 아쉬워
고양이와 키티의 목소리는 전편에 이어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셀마 헤이액이 변함없이 맡았습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고양이의 주제가 ‘Fearless Hero’를 직접 불러 뮤지컬 영화 ‘에비타’에 출연해 체를 연기했음을 상기시킵니다.
전반적인 대사는 영어지만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스페인, 셀마 헤이액이 멕시코 출신인 점을 활용해 고양이와 키티 등이 구시렁댈 때는 스페인어 대사가 다수 삽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어 대사에는 한글 자막이 없어 아쉽습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어의 영향권에 있는 마카로니 웨스턴과 같은 연출과 음악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골디와 잭 호너
고양이 일행과 경쟁하는 골디 일행과 잭 호너는 서양의 동화와 동요에서 비롯된 캐릭터들입니다. 골디는 고아였으나 세 마리의 곰과 함께 살며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란 핏줄이 통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제의식을 반영한 캐릭터들입니다. 골디는 플로렌스 퓨, 골디와 동행하는 아빠 곰은 레이 윈스턴, 엄마 곰은 올리비아 콜먼이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잭 호너는 파이를 판매하는 부유한 사업가이자 마법사로 세상의 모든 마법을 독점하려는 야욕을 지닌 악역입니다. 그의 소장품은 미다스의 손, 엑스칼리버,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와 호박 마차, 유니콘의 뿔 등 신화, 동화에 등장해 널리 알려진 것들입니다.
잭 호너가 사악해진 이유는 어린 시절 파이를 팔기 위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으나 이웃 가게의 피노키오와의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고양이, 골디 일행과 경쟁할 때 피노키오의 귀뚜라미가 등장해 잭 호너의 양심을 자극하며 사사건건 견제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잭 호너를 실패하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도 귀뚜라미가 합니다.
잭 호너는 최후를 맞이하며 ‘터미네이터 2’의 엄지척을 패러디합니다. 캐릭터에 따라 모험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지도와 더불어 잭 호너의 마법은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의 판타지로서의 성격을 극대화합니다.
‘죽음’의 압도적 카리스마
가장 인상적인 조연 캐릭터는 고양이가 칼을 버린 채 공포에 질려 도망치게 만든 현상금 사냥꾼입니다. 등장 분량을 많지 않으나 압도적 카리스마를 뽐내는 흰 늑대인 현상금 사냥꾼의 실체는 ‘죽음’임이 드러납니다. 즉 저승사자인 셈입니다.
죽음을 피해 도망친 고양이는 엄청난 숫자의 고양이들을 집 안에서 보살피는 마마 루나의 집에서 수염을 기른 채 폐인처럼 지냅니다. 요양원에서 은둔하는 노년 남성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결국 모험의 끝에서 죽음과의 마지막 대결에 승리합니다. 고양이는 죽음에게 작별 인사로 스페인어 ‘Hasta La Muerte’를 건넵니다. 의역하면 ‘죽을 때 다시 만나자’ 정도가 될듯합니다.
결말은 교훈적입니다. 고양이를 비롯해 누구도 소원을 빌지 못합니다. 대신 가족,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현재의, 하나밖에 없는 삶을 즐길 것을 강조합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재미와 주제의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합니다.
엔딩 크레딧 도중이나 종료 후 추가 장면은 없습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종료되면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한마디 “아직도 안 갔어(You Guys Still Here)?”를 들을 수 있습니다. 서두의 델 마르에서의 대사를 재탕한 것입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 - 서부극 차용한 가족 애니메이션
http://twitter.com/tominodijeh

고양이의 마지막 소원
2022년 작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2011년 작 ‘장화 신은 고양이’ 이후 11년 만에 개봉된 후속편입니다. 원제는 ‘Puss in Boots: The Last Wish’입니다. 목숨이 하나만 남아 다시 9개로 늘리려는 고양이의 마지막 소원을 뜻합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에 등장했던 주요 캐릭터 중에는 고양이와 키티만이 재등장합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고양이와 키티는 향후 짝을 이뤄 잘 지낼 듯 암시되었으나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에서는 이별한 사이인 채로 출발합니다. 결혼 직전 고양이의 지나친 자기애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편을 관람하지 않았어도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을 이해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현재 고양이와 키티의 사이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집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드림웍스의 전형적인 3D 스타일의 작화였습니다. 하지만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일러스트나 만화와 같은 스타일의 작화로 변화했습니다. 액션 중간에 정지되거나 슬로 모션이 삽입되는 순간 일러스트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으로 연출되었습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영향이 엿보입니다. 전편과 비교해 액션이 크게 보강되었습니다.
강아지 페리토 등장
주역인 고양이와 여자친구 키티가 모두 고양이이기에 개를 좋아하는 관객을 위해 처음으로 출연하는 페리토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페리토(Perrito)는 스페인어로 ‘강아지’를 뜻합니다. 주인공 고양이의 이름이 ‘고양이(Puss)’인 것처럼 강아지의 이름이 ‘강아지’가 된 것입니다.
고양이와 키티는 고양이답게 남을 쉽게 믿지 않으며 의심이 많으나 페리토는 개답게 남을 쉽게 믿고 낙천적입니다. 고양이와 키티가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페리토가 나무 밑에서 기다리는 장면도 고양이와 개의 차이를 반영한 연출입니다.
페리토가 왜 제대로 된 이름이 없었는지, 그리고 낡은 스웨터를 입고 있는지는 어린이까지 함께 즐기는 가족용 애니메이션답지 않게 매우 무겁습니다. 어린 시절 페리토를 키우던 이가 양말에 넣고 돌을 매달아 강물에 던져 유기했기 때문입니다. 동물 학대와 유기에 경종을 울립니다.
스페인어 대사 한글 자막 없어 아쉬워
고양이와 키티의 목소리는 전편에 이어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셀마 헤이액이 변함없이 맡았습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고양이의 주제가 ‘Fearless Hero’를 직접 불러 뮤지컬 영화 ‘에비타’에 출연해 체를 연기했음을 상기시킵니다.
전반적인 대사는 영어지만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스페인, 셀마 헤이액이 멕시코 출신인 점을 활용해 고양이와 키티 등이 구시렁댈 때는 스페인어 대사가 다수 삽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어 대사에는 한글 자막이 없어 아쉽습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어의 영향권에 있는 마카로니 웨스턴과 같은 연출과 음악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골디와 잭 호너
고양이 일행과 경쟁하는 골디 일행과 잭 호너는 서양의 동화와 동요에서 비롯된 캐릭터들입니다. 골디는 고아였으나 세 마리의 곰과 함께 살며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란 핏줄이 통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제의식을 반영한 캐릭터들입니다. 골디는 플로렌스 퓨, 골디와 동행하는 아빠 곰은 레이 윈스턴, 엄마 곰은 올리비아 콜먼이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잭 호너는 파이를 판매하는 부유한 사업가이자 마법사로 세상의 모든 마법을 독점하려는 야욕을 지닌 악역입니다. 그의 소장품은 미다스의 손, 엑스칼리버,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와 호박 마차, 유니콘의 뿔 등 신화, 동화에 등장해 널리 알려진 것들입니다.
잭 호너가 사악해진 이유는 어린 시절 파이를 팔기 위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으나 이웃 가게의 피노키오와의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고양이, 골디 일행과 경쟁할 때 피노키오의 귀뚜라미가 등장해 잭 호너의 양심을 자극하며 사사건건 견제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잭 호너를 실패하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도 귀뚜라미가 합니다.
잭 호너는 최후를 맞이하며 ‘터미네이터 2’의 엄지척을 패러디합니다. 캐릭터에 따라 모험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지도와 더불어 잭 호너의 마법은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의 판타지로서의 성격을 극대화합니다.
‘죽음’의 압도적 카리스마
가장 인상적인 조연 캐릭터는 고양이가 칼을 버린 채 공포에 질려 도망치게 만든 현상금 사냥꾼입니다. 등장 분량을 많지 않으나 압도적 카리스마를 뽐내는 흰 늑대인 현상금 사냥꾼의 실체는 ‘죽음’임이 드러납니다. 즉 저승사자인 셈입니다.
죽음을 피해 도망친 고양이는 엄청난 숫자의 고양이들을 집 안에서 보살피는 마마 루나의 집에서 수염을 기른 채 폐인처럼 지냅니다. 요양원에서 은둔하는 노년 남성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결국 모험의 끝에서 죽음과의 마지막 대결에 승리합니다. 고양이는 죽음에게 작별 인사로 스페인어 ‘Hasta La Muerte’를 건넵니다. 의역하면 ‘죽을 때 다시 만나자’ 정도가 될듯합니다.
결말은 교훈적입니다. 고양이를 비롯해 누구도 소원을 빌지 못합니다. 대신 가족,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현재의, 하나밖에 없는 삶을 즐길 것을 강조합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재미와 주제의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합니다.
엔딩 크레딧 도중이나 종료 후 추가 장면은 없습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종료되면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한마디 “아직도 안 갔어(You Guys Still Here)?”를 들을 수 있습니다. 서두의 델 마르에서의 대사를 재탕한 것입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 - 서부극 차용한 가족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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