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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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즈케의 맛 – 21세기와는 다른 20세기 이상적 남성상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타에코(코구레 미치요 분)는 남편 모키치(사부리 신 분)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해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닙니다. 세츠코(츠시마 케이코 분)는 고모 타에코의 강권으로 선을 보러 가지만 도망쳐 모키치, 모키치의 동생과 같은 노보루(츠루타 코우지 분)와 하루를 보냅니다. 모키치는 우루과이로 급히 출장을 가게 되지만 고베로 여행을 떠난 타에코는 전보를 받고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남편을 혐오하는 아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흑백영화 1952년 ‘오차즈케의 맛’은 갈등이 깊어져 소통 불가능한 부부 모키치와 타에코를 묘사합니다. 모키치는 소박한 취향을 가졌으며 퇴근 이후에도 책상머리에 앉아 지내는 과묵하고 지적인 월급쟁이인 반면 타에코는 거짓 핑계를 만들어 집 밖으로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모키치는 밥에 차를 부어 말아먹는 오차즈케를 좋아하지만 타에코는 ‘개밥’이라며 혐오해 먹지 못하게 하며 밥상에서 화를 냅니다.

타에코는 친구들에게 모키치가 둔감하다며 ‘둔감 씨’라고 험담합니다. 모키치는 타에코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모른 척합니다. 성장 배경이 철저히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은 각방을 쓰며 아이도 없습니다. 가사는 숙식하는 식모 후미(코조노 요우코 분)가 전담해 타에코는 부엌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클라이맥스 이전까지 부엌은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부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유머러스하게 묘사되나 실체는 파탄에 가깝습니다.

‘오차즈케의 맛’은 타에코의 조카 세츠코를 통해서도 결혼의 의미를 묻습니다. 세츠코는 중매결혼을 ‘봉건적’이라 규정할 만큼 거부감으로 가득해 타에코가 강권한 선 자리에서 도망칩니다. 세츠코와 시간을 보낸 모키치는 타에코에게 침묵합니다.

부부는 오차즈케의 맛

‘오차즈케의 맛’은 오즈 야스지로의 1949년 작 ‘만춘’과 동일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결이 다릅니다. ‘만춘’의 주제의식을 담은 슈키치의 대사 ‘결혼이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으나 몇 년 후에도 행복해지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모키치에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만춘’에서 슈키치로 출연했던 배우 류 치슈는 ‘오차즈케의 맛’에는 모키치의 일본군 동료이자 파칭코 주인 히라야마로 연기했습니다.

타에코는 모키치의 인내에 감복해 그와 함께 오차즈케를 직접 차려 먹습니다. 모키치는 “부부는 오차즈케의 맛과 같다”며 새롭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으나 일상을 함께 하는 부부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만춘’의 노리코는 주위의 중매결혼 강권에 불만으로 가득하나 결국 굴복하지만 ‘오자츠케의 맛’의 세츠코는 중매결혼을 끝내 거부하고 노보루와 연애합니다. ‘만춘’과 그로부터 3년 뒤 개봉된 ‘오차즈케의 맛’을 비교하면 짧은 기간 동안 일본 사회의 변화를 반영했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오차즈케의 맛’은 70년 전인 20세기 중반의 이상적 남성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말에서 타에코는 친구들에게 모키치의 듬직함을 칭송합니다. 모름지기 남자란 아내의 비행을 알면서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인내하고 침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21세기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내와 침묵보다는 소통이 미덕이며 불행한 결혼은 합의 하에 종료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현시점에서 보면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타에코가 불륜에 무관심한 전개도 납득이 어렵습니다. 타에코가 갑자기 한순간에 모키치에 감복하는 귀결도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입니다. 사이가 매우 소원한 부부치고는 지나치게 순진해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일본인이 일상을 즐긴 1952년 한반도는?

‘오차즈케의 맛’은 ‘만춘’의 소품을 재활용했습니다. 서양식으로 꾸며진 타에코의 방에 걸린 여성을 그린 서양화는 ‘만춘’에서 노리코의 친구이자 이혼녀인 아야의 방에 걸린 것과 동일합니다. 타에코의 방과 아야의 방은 분위기도 비슷해 동일한 세트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오차즈케의 맛’은 위화감을 피할 수 없습니다. 1952년은 한국전쟁의 참화가 진행중인 비극적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를 침략했던 전범 국가인 일본의 국민은 야구, 경륜, 공연을 관람하며 여가를 보내고 온천과 파칭코를 즐깁니다. 한국전쟁으로 일본이 누린 이득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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