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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 성인용 스페이스 오페라, 웅장하고 몽환적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설 1권의 절반 영화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1965년 작 걸작 SF 소설을 영화화했습니다. 이미 영화와 미니시리즈로 제작된 바 있는 원작의 엄청난 명성으로 인해 흥행 감독과는 거리가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우려도 있었습니다.

개봉 직전까지만 해도 후속편 제작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오프닝 시퀀스에서 제목을 ‘Dune Part One’으로 명시해 후속편 제작을 암시했습니다. 개봉 전에는 과연 후속편 제작에 이를 만한 흥행이 될지 우려도 있었으나 다행히 흥행에 성공해 후속편 제작이 확정되었습니다.

‘듄’은 원작 소설의 1권의 절반을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영지가 고향별 칼라단에서 막대한 이권이 걸린 행성 아라키스로 변경된 직후 레토 아트레이데스 공작(오스카 아이삭 분)이 암살됩니다. 그의 후궁인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 분)와 외아들 폴(티모시 샬라메 분)은 죽음의 위기에서 탈출해 사막에 사는 프레멘과 접촉합니다.

우주여행 및 전투 장면 강렬해

‘듄’은 원작 소설에서 생략되었던 큰 스케일의 비주얼을 과감히 영상화했습니다. 황제의 전령에 의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영지 변경 명령, 칼라단에서 아라키스로의 우주여행 및 아라키스 착륙 장면, 그리고 황제와 하코넨 남작의 연합군에 의한 아라키스 침공 등은 원작 소설에는 구체적인 묘사가 생략되었습니다.

하지만 드니 빌뇌브는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영상으로 우주여행 및 전투 장면을 과감히 묘사했습니다. 이 같은 장면들은 분량은 길지 않으나 묵직한 중저음의 음향과 한스 짐머의 압도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전율을 느낄 수 있습니다. IMAX, 돌비와 같은 특수관 체험이 필수적입니다.

반면 레토가 암살당하기 전 만찬 장면이나 레토가 의도적으로 제시카를 의심하는 원작 소설의 전개는 과감히 생략되었습니다. 음유 시인이기도 한 전사 거니 할렉(조쉬 브롤린 분)의 노래도 영화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첫 등장 시 아트레이데스의 적인지 아닌지 속을 알 수 없는 프레멘의 생태학자이자 ‘변화의 판관’ 리에트 카인즈는 원작 소설에는 남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샤론 던컨 브루스터가 연기한 흑인 여성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맞춰 재해석했습니다. 이는 챠니의 젠다야 캐스팅과 맞물려 있습니다. 원작 소설의 분량이 매우 방대해 고스란히 영화화할 수 있는 한계를 감안해 축약하고 추가 혹은 재해석하면서도 원작 소설에 대한 경의를 전혀 잃지 않았습니다.

‘스타워즈’와 주고받은 영향

‘듄’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로 정치, 사회, 생태, 종교,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프랭크 허버트의 통찰력이 녹아들어 있으며 ‘스타워즈’를 비롯한 숱한 SF 영상 작품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에 영화화된 ‘듄’은 ‘스타워즈’의 영향도 엿보입니다.

폴은 ‘스타워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루크 스카이워커를 합친 듯합니다. 그가 미래를 내다보며 인류를 구원할 특별한 능력을 보유한 ‘퀴사츠 해더락’의 설정은 ‘스타워즈’의 제다이와 흡사합니다. 제시카는 루크의 어머니 파드메를, 그가 임신한 딸은 루크의 쌍둥이 남매 레아를, 반중력 장치에 의존하는 비대한 대머리 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 분)은 자바 더 헛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오락영화의 대명사인 ‘스타워즈’와 달리 ‘듄’은 팝콘 무비의 요소가 거의 없어 시종일관 건조하고 진지해 가벼운 오락영화와는 거리를 둡니다. 156분의 긴 러닝 타임까지 일부 관객에는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스타워즈’에서는 드로이드와 외계인이 웃음을 유발하지만 ‘듄’에는 외계인이 등장하지 않으며 인공지능, 즉 컴퓨터가 금지된 세계관입니다. 마치 ‘성인을 위한 스타워즈’라 할 수도 있습니다.

원작 소설을 접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용어 및 세계관이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서사는 단순해 고귀한 신분의 소년이 유랑을 거쳐 복수에 성공하고 황제에 즉위하는 신화에 충실합니다. 정치적 암투와 음모도 제시되나 복잡한 수준은 아닙니다.

프레멘, 이슬람 문화권의 은유?

‘듄’의 세계관은 현실의 반영처럼 보입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개방적이며 주종 관계도 폭압적이지 않습니다. 레토는 카리스마를 갖췄지만 인명을 소중히 아끼며 부하들에게도 부드러운 리더입니다. 서구 사회의 이상적인 조직 및 리더를 보는 듯합니다.

반면 하코넨은 음모와 살육을 서슴지 않는 음험한 악역으로 러시아 혹은 소련을 연상시킵니다. 러시아식 이름 ‘블라디미르’부터 그러합니다. 프랭크 허버트가 ‘듄’을 집필했던 1960년대는 서방과 공산권의 대립으로 인한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향후 전개의 열쇠를 쥔 프레멘(Fremen)은 사막에 은신하면서도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거대한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외부의 어떤 권위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인(Freeman)임을 암시하는 그들은 하코넨과 오랜 투쟁을 벌여왔습니다. 잔혹하리만치 엄격한 규율까지 서남아시아의 이슬람 문화권을 연상시킵니다.

사막에 대한 매혹은 주인공 폴뿐만 아니라 몽환적인 영상을 창조한 드니 빌뇌브와 이국적인 음악을 만든 한스 짐머도 마찬가지입니다. 걸작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대한 경의가 엿보입니다. 로렌스는 영국인으로 사막의 외지인이었으나 무슬림을 규합해 제1차 세계대전의 승전에 공헌해 사막의 외지인으로서 프레멘을 규합하는 폴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라키스의 사막의 특산물로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는 각성제 스파이스는 석유와 마약, 그리고 불로초를 합친 듯합니다. 1960년대는 마약이 큰 부분을 차지했던 히피 문화가 등장했던 시기입니다. 스파이스는 프레멘에게 생필품과 같으며 다른 행성인들도 탐내는 각성제로 긍정적인 관점으로 묘사됩니다. 서남아시아는 과거는 물론 현재도 석유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거나 잠재하고 있으며 외부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어 프레멘과 비슷합니다.

스파이스를 생산하는 거대한 모래 벌레는 경외와 공포의 상징이자 종교적 숭배의 대상입니다. 하코넨의 부하들을 비롯한 외지인들은 모래 벌레를 단순히 괴물로 여기지만 프레멘은 모래 벌레의 이빨을 칼, 즉 크리스나이프로 만들어 소중히 다룰 정도입니다.

결말에서 살인을 처음 경험하며 통과 의례를 거친 폴은 프레멘에 합류한 뒤 자신이 모래벌레에 탑승한 미래를 보며 후속편을 기약합니다. 과연 후속편에 처음 등장하는 황제와 이룰란 공주, 그리고 페이드 로타 등 새로운 캐릭터로 어떤 배우들이 캐스팅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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