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트맨과 리들러, 공통점 많아
맷 리브스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은 ‘더 배트맨’은 로버트 패틴슨이 브루스 웨인/배트맨으로 기용된 첫 번째 영화입니다. 범죄가 들끓는 고담시에 배트맨이 등장한 지 고작 2년에 불과합니다. 그가 경찰을 피해 옥상에서 탈출하는 순간 비행할 때 미숙하여 착지 시 땅에 심하게 부딪히는 장면도 있습니다.
악역 리들러(폴 다노 분)는 배트맨에게 수수께끼를 내면서 고담시 유력자를 연쇄 살해합니다. 배트맨과 리들러는 공통분모도 많습니다. 매우 지적인 인물이며 일기를 써 목적의식에 충실하면서도 얼굴을 가려 정체를 숨기고 활동합니다. 고아라는 공통점도 밝혀집니다. 서두에서 리들러가 브루스의 집을 엿보며 토마스 살해를 준비하는 장면은 배트맨이 캣우먼/셀리나(조이 크래비츠 분)의 집을 엿보며 정보를 캐는 장면과 흡사한 방식으로 연출되었습니다. 둘 다 범죄를 증오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응징하는 ‘별종’이자 아웃사이더입니다.
고든 비중 압도적
배트맨은 고담 경찰서의 고든(제프리 라이트 분)과 함께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갑니다. 고든은 배트맨의 정체를 모르면서도 그를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사체가 발견된 범행 현장에도 부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트맨을 출입시킵니다. 배트맨과의 버디 무비를 연상시킬 정도로 조연 캐릭터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이 고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배트맨이 어떻게 고든의 절대적인 신뢰를 획득했는지는 전혀 설명이 없어 의문을 남깁니다.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알프레드는 ‘서커스(Circus)’ 즉, MI6 출신으로 언급되나 캐릭터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입니다. 비중도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브루스의 집에는 알프레드 이외에 여성 가사도우미가 있는 것도 21세기 실사 영화 배트맨과 차별화되는 설정입니다.
배트맨과의 로맨스를 담당하는 셀리나도 비중이나 매력이 떨어집니다. 실사 영화에서 캣우먼을 연기한 3명의 배우과 비교해 조이 크래비츠는 가장 존재감이 부족합니다. ‘더 배트맨’의 조연 캐릭터들은 펭귄(콜린 패럴 분), 마로니, 팔코네(존 터투로 분)까지 모두 이전 실사 영화에 최소 한 번 이상 등장했으나 재해석된 인물들입니다.
펭귄은 특수 분장으로 본래 얼굴과 체구를 완전히 숨긴 콜린 패럴이 연기는 놀랍지만 카리스마는 처집니다. ‘배트맨 2’에서 대니 드비토가 연기했던 펭귄에 비하면 크게 떨어져 최종 보스도 아닌 비굴한 중간 보스 수준입니다.
주인공 배트맨이 중심
조연 캐릭터들의 비중이 약한 이유는 주인공 배트맨에 철저히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선대의 배트맨들이 강렬한 개성의 악역에 가려졌던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내레이션으로 본인의 심리를 직접 드러내는 배트맨은 마스크를 벗은 사인(私人) 브루스일 때의 장면이 적습니다. 배트맨의 가면을 착용하기 전 눈두덩에는 검정으로 칠하기 마련입니다. 마스크를 벗은 상태에서 스모키 화장과 같은 눈두덩이의 검정을 그대로 드러낸 브루스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복수심이 지나쳐 마치 폐인과 같은 모습입니다.
배트맨은 원작 만화에서 탐정과 같은 캐릭터로 출발했으나 이전의 실사 영화들은 이 같은 요소를 그다지 부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배트맨’은 배트맨의 원작 만화의 탐정과 같은 성격을 극대화하며 느와르, 스릴러로 자리매김합니다. 원작 만화의 팬들은 반가운 방향성입니다.
시각적으로도 원작 만화의 어두움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온 듯합니다. 21세기 배트맨이 등장한 실사 영화 중 가장 예술적인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리들러의 음모로 인해 고담시가 수해가 발생하고 폭동이 일어나자 배트맨은 복수심을 넘어 시민의 희망이자 등불로 재탄생합니다.
가볍게 즐기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176분의 긴 러닝 타임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장면의 호흡이 길고 액션의 스케일 및 비중이 크지 않아 지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트모빌이 처음으로 기동해 펭귄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엔진에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압권입니다. 시청각적으로 엄청난 쾌감을 선사합니다. 이미 예고편에도 공개된 장면이지만 본편에는 뒤집힌 승용차 속 펭귄의 시선에 따라 배트맨이 거꾸로 보이도록 상하를 반전한 연출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마치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박쥐를 연상시킵니다.
‘대부’부터 ‘세븐’까지
‘더 배트맨’은 많은 걸작 영화들을 오마주했습니다. ‘대부’의 초반 결혼식 파티 장면에서 조니 폰테인 역의 알 마르티노가 불렀던 ‘I Have But One Heart’가 고담시 마피아 보스 팔코네의 거처에서 울려 퍼집니다. 팔코네가 고담시의 대부임을 상징합니다. 특수 분장으로 펭귄을 연기하는 콜린 패럴은 ‘대부 2’에서 비토 꼴레오네를 맡은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를 희화화한 듯합니다.
끊임없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음습한 고담시의 야경은 ‘블레이드 러너’의 LA를, 붉은 석양이 비치는 고담시는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시킵니다.
리들러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걸작 스릴러 ‘세븐’과 ‘세븐’에 영향을 준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조디악’의 산물입니다. 리들러가 사용하는 암호는 ‘조디악’의 실제로 잡히지 않은 범인이 즐겨 사용했습니다. 방대한 기록을 남겼으며 스스로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범행의 마지막을 타인에게 완성시키는 방식은 ‘세븐’의 악역 존 도우와 동일합니다.
조커 등장 후속편 암시
‘더 배트맨’은 조커의 단독 주인공 영화였던 ‘조커’와 마치 같은 세계관인 듯 연출되었습니다. 초반 핼러윈 장면에서 조커를 연상시키는 분장의 폭력배들이 등장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전개 역시 ‘조커’와 마찬가지입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는 조커와 세계관이 합쳐지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결말에서 배리 키오건이 연기한 조커가 등장해 후속편을 약속합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배리 키오건의 캐릭터는 조커(Joker)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아캄 죄수(Unseen Arkham Prisoner)’로 표기되었습니다.
클로버필드 - 본편은 못보고 외전만 본 느낌
렛 미 인 - 캐스팅 아까운 충실한 복제품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 - 전쟁의 본질을 고찰하다
혹성 탈출 종의 전쟁 - 진정 ‘유인원의 행성’이 되기까지
http://twitter.com/tominodijeh

맷 리브스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은 ‘더 배트맨’은 로버트 패틴슨이 브루스 웨인/배트맨으로 기용된 첫 번째 영화입니다. 범죄가 들끓는 고담시에 배트맨이 등장한 지 고작 2년에 불과합니다. 그가 경찰을 피해 옥상에서 탈출하는 순간 비행할 때 미숙하여 착지 시 땅에 심하게 부딪히는 장면도 있습니다.
악역 리들러(폴 다노 분)는 배트맨에게 수수께끼를 내면서 고담시 유력자를 연쇄 살해합니다. 배트맨과 리들러는 공통분모도 많습니다. 매우 지적인 인물이며 일기를 써 목적의식에 충실하면서도 얼굴을 가려 정체를 숨기고 활동합니다. 고아라는 공통점도 밝혀집니다. 서두에서 리들러가 브루스의 집을 엿보며 토마스 살해를 준비하는 장면은 배트맨이 캣우먼/셀리나(조이 크래비츠 분)의 집을 엿보며 정보를 캐는 장면과 흡사한 방식으로 연출되었습니다. 둘 다 범죄를 증오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응징하는 ‘별종’이자 아웃사이더입니다.
고든 비중 압도적
배트맨은 고담 경찰서의 고든(제프리 라이트 분)과 함께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갑니다. 고든은 배트맨의 정체를 모르면서도 그를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사체가 발견된 범행 현장에도 부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트맨을 출입시킵니다. 배트맨과의 버디 무비를 연상시킬 정도로 조연 캐릭터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이 고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배트맨이 어떻게 고든의 절대적인 신뢰를 획득했는지는 전혀 설명이 없어 의문을 남깁니다.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알프레드는 ‘서커스(Circus)’ 즉, MI6 출신으로 언급되나 캐릭터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입니다. 비중도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브루스의 집에는 알프레드 이외에 여성 가사도우미가 있는 것도 21세기 실사 영화 배트맨과 차별화되는 설정입니다.
배트맨과의 로맨스를 담당하는 셀리나도 비중이나 매력이 떨어집니다. 실사 영화에서 캣우먼을 연기한 3명의 배우과 비교해 조이 크래비츠는 가장 존재감이 부족합니다. ‘더 배트맨’의 조연 캐릭터들은 펭귄(콜린 패럴 분), 마로니, 팔코네(존 터투로 분)까지 모두 이전 실사 영화에 최소 한 번 이상 등장했으나 재해석된 인물들입니다.
펭귄은 특수 분장으로 본래 얼굴과 체구를 완전히 숨긴 콜린 패럴이 연기는 놀랍지만 카리스마는 처집니다. ‘배트맨 2’에서 대니 드비토가 연기했던 펭귄에 비하면 크게 떨어져 최종 보스도 아닌 비굴한 중간 보스 수준입니다.
주인공 배트맨이 중심
조연 캐릭터들의 비중이 약한 이유는 주인공 배트맨에 철저히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선대의 배트맨들이 강렬한 개성의 악역에 가려졌던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내레이션으로 본인의 심리를 직접 드러내는 배트맨은 마스크를 벗은 사인(私人) 브루스일 때의 장면이 적습니다. 배트맨의 가면을 착용하기 전 눈두덩에는 검정으로 칠하기 마련입니다. 마스크를 벗은 상태에서 스모키 화장과 같은 눈두덩이의 검정을 그대로 드러낸 브루스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복수심이 지나쳐 마치 폐인과 같은 모습입니다.
배트맨은 원작 만화에서 탐정과 같은 캐릭터로 출발했으나 이전의 실사 영화들은 이 같은 요소를 그다지 부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배트맨’은 배트맨의 원작 만화의 탐정과 같은 성격을 극대화하며 느와르, 스릴러로 자리매김합니다. 원작 만화의 팬들은 반가운 방향성입니다.
시각적으로도 원작 만화의 어두움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온 듯합니다. 21세기 배트맨이 등장한 실사 영화 중 가장 예술적인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리들러의 음모로 인해 고담시가 수해가 발생하고 폭동이 일어나자 배트맨은 복수심을 넘어 시민의 희망이자 등불로 재탄생합니다.
가볍게 즐기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176분의 긴 러닝 타임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장면의 호흡이 길고 액션의 스케일 및 비중이 크지 않아 지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트모빌이 처음으로 기동해 펭귄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엔진에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압권입니다. 시청각적으로 엄청난 쾌감을 선사합니다. 이미 예고편에도 공개된 장면이지만 본편에는 뒤집힌 승용차 속 펭귄의 시선에 따라 배트맨이 거꾸로 보이도록 상하를 반전한 연출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마치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박쥐를 연상시킵니다.
‘대부’부터 ‘세븐’까지
‘더 배트맨’은 많은 걸작 영화들을 오마주했습니다. ‘대부’의 초반 결혼식 파티 장면에서 조니 폰테인 역의 알 마르티노가 불렀던 ‘I Have But One Heart’가 고담시 마피아 보스 팔코네의 거처에서 울려 퍼집니다. 팔코네가 고담시의 대부임을 상징합니다. 특수 분장으로 펭귄을 연기하는 콜린 패럴은 ‘대부 2’에서 비토 꼴레오네를 맡은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를 희화화한 듯합니다.
끊임없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음습한 고담시의 야경은 ‘블레이드 러너’의 LA를, 붉은 석양이 비치는 고담시는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시킵니다.
리들러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걸작 스릴러 ‘세븐’과 ‘세븐’에 영향을 준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조디악’의 산물입니다. 리들러가 사용하는 암호는 ‘조디악’의 실제로 잡히지 않은 범인이 즐겨 사용했습니다. 방대한 기록을 남겼으며 스스로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범행의 마지막을 타인에게 완성시키는 방식은 ‘세븐’의 악역 존 도우와 동일합니다.
조커 등장 후속편 암시
‘더 배트맨’은 조커의 단독 주인공 영화였던 ‘조커’와 마치 같은 세계관인 듯 연출되었습니다. 초반 핼러윈 장면에서 조커를 연상시키는 분장의 폭력배들이 등장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전개 역시 ‘조커’와 마찬가지입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는 조커와 세계관이 합쳐지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결말에서 배리 키오건이 연기한 조커가 등장해 후속편을 약속합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배리 키오건의 캐릭터는 조커(Joker)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아캄 죄수(Unseen Arkham Prisoner)’로 표기되었습니다.
클로버필드 - 본편은 못보고 외전만 본 느낌
렛 미 인 - 캐스팅 아까운 충실한 복제품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 - 전쟁의 본질을 고찰하다
혹성 탈출 종의 전쟁 - 진정 ‘유인원의 행성’이 되기까지
http://twitter.com/tominodijeh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