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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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IMAX – 연출은 고전적, 주제는 계몽적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 서쪽의 재개발을 두고 백인으로 구성된 제트 파와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로 구성된 샤크 파가 대립해 패싸움을 일삼습니다. 제트 파의 리더 리프(마이크 파이스트 분)의 절친한 친구 토니(안셀 엘고트 분)는, 무도회에서 샤크 파의 리더 베르나르도(데이빗 알바레즈 분)의 여동생 마리아(레이첼 제글러 분)에 첫눈에 반합니다.

1950년대 뉴욕 재현 매력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작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1961년 작 동명의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해석해 극한 대립 관계에 속한 남녀의 사랑을 묘사합니다.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제트 파와 샤크 파의 대립은 인종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나 실은 제트 파 역시 대사에서 언급되듯 유럽 출신 이민자의 후손입니다. 대립의 근본적인 원인은 빈곤한 공통점이 있는 두 세력이 비좁은 재개발 지역을 놓고 다투기 때문입니다.

거장이 되살려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최대 매력은 시대 배경 재현 및 유려한 영상입니다. 거칠지만 낭만이 있었던 20세기 중반 뉴욕의 번화가, 지하철, 뒷골목, 공사판 등 다양한 공간은 물론 뉴욕에 살았던 노동 계급과 경찰을 세트와 의상 등으로 완벽하게 부활시켰습니다.

큰 스케일의 군무는 힘이 넘치며 짜릿합니다. 중반 이후 서사가 비극으로 치달으며 느와르에 가까운 어두운 영상은 강렬합니다. 영상의 톤은 최근 영화들처럼 선이 예리하거나 색상이 똑 떨어지지 않고 아날로그 시절이었던 당대의 필름 영화처럼 뿌옇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충실함이 약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대중적인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156분으로 러닝 타임이 만만치 않은 데다 개별 장면의 호흡도 깁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걸작에 경의를 표하며 명성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편집 등 영화적 기법은 매우 고전적입니다. 스페인어 대사에 한글 자막이 달리지 않아 한국 관객의 지루함은 배가된다고 체감할 수도 있습니다.

원전에 대한 충실함은 곧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충실함으로 풀이됩니다. 1957년 작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접하지 않았더라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접한 바 있다면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서사는 매우 진부하게 수용될 수도 있습니다. 즉 초반 30분 정도만 보고 나면 나머지 2시간의 전개는 예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아 너무 뻔해집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정사(情死)를 선택하는 줄리엣과 달리 토니의 죽음에도 마리아는 홀로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그에 앞서 베르나르도의 부고를 접한 뒤에도 그를 살해한 토니와 동침하는 마리아의 심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안셀 엘고트의 뻣뻣한 표정 연기도 어색합니다. 한순간에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살인마저 불사하는 폭발적인 캐릭터가 토니이지만 안셀 엘고트의 연기는 극단을 오가는 상황에 따라 차별화되지 않습니다.

정치적 올바름 계몽 의식 뚜렷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50년 동안 다양한 장르를 연출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처음으로 뮤지컬에 손을 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현시점에 과거의 걸작 뮤지컬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유는 정치적, 계몽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사회는 이민자 문제로 극한 대립의 양상을 보이며 일부 극우 세력은 이민자에 증오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등 정치인 중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편승하는 이도 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제트 파와 샤크 파 중 어느 쪽도 선이 아니며 모두 이민자의 후예이거나 이민 당사자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이민자를 증오해서는 안 되며 인종 및 출신과 무관하게 화해, 화합해야 한다는 계몽 의도를 주제의식으로 앞세웁니다.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유혈은 또 다른 유혈을,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는 비판적 시각입니다.

이리스 메나스가 연기한 제트 파의 성 소수자 애니바디스의 등장까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정치적 올바름의 계몽적 의도를 분명히 드러냅니다. 하지만 최근 상업 영화의 문법과는 거리가 먼 채 주제의식을 강조하니 오락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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