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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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탄적일천 – 복불복 인생, 불행은 인간을 성숙시킨다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웨이칭(호인몽 분)은 연인 자썬(고명홍 분)이 부모가 정해준 여성과 결혼하자 대만을 떠나 유럽에서 피아니스트로 성공합니다. 연주회를 위해 13년 만에 대만에 돌아온 웨이칭은 자썬의 여동생 자리(장애가 분)를 만나게 됩니다. 자리는 웨이칭이 유럽으로 떠난 뒤 자신의 13년 동안의 삶을 회고합니다.

깨달음을 얻은 해변의 어느날

‘해탄적일천’은 에드워드 양 감독이 각본 및 연출을 맡은 1983년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으로 겹겹이 이루어진 액자 구성이 두드러집니다. 서두에는 웨이칭의 회고로부터 자썬, 자리 남매와의 인연이 제시되어 웨이칭이 주인공인 듯합니다. 하지만 자리의 등장부터 웨이칭의 삶의 행적은 더 이상 조명되지 않으며 자리의 시점에서 그의 가족들이 집중적으로 조명됩니다. 진정한 주인공은 자리입니다.

사랑을 포기하고 부모의 지시에 순종해 결혼했던 자썬과 달리 자리는 본가를 도망치듯 떠나 타이페이에서 남자친구 더웨이(모학유 분)와 결혼합니다. 더웨이는 직장에 안착하지만 과중한 업무를 핑계로 자리를 등한시합니다. 자리는 외도를 할 수도 있었지만 포기하는 윤리적 인물입니다. 자리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간호사의 불륜 행각을 목격했으며 어머니도 인지하고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더웨이의 외도가 드러나고 자리는 불행해집니다. 더웨이가 외박을 일삼는 가운데 자리는 그가 바닷가에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의 통보를 받습니다. 사체 발견 순간 자리는 더웨이의 생사와는 무관하게 더는 부부 생활을 지속할 수 없음을 깨닫고 해변을 떠납니다. 제목 ‘해탄적일천(海灘的一天)’은 자리가 깨달음을 얻은 ‘해변의 어느 날’을 뜻합니다.

더웨이가 익사했다는 자리의 진술은 166분의 긴 러닝 타임 중 중반에 제시되며 이후 자리와 더웨이의 결혼 생활 파탄, 그리고 사체 발견 순간까지를 오갑니다. 하지만 발견된 사체가 과연 더웨이가 맞는지 자리가 거론하지 않으며 웨이칭도 자리에 묻지 않아 관객 스스로 메우는 여백으로 남겨둡니다.

자신이 행복했다고 믿는 자썬

웨이칭이 13년 만에 자리를 만난 이유는 옛 연인 자썬의 안부를 묻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관객은 자리의 파란만장한 결혼 생활에 서사의 초점이 맞춰지자 자썬의 안부를 잊게 됩니다. 아버지로부터 가업으로 물려받은 병원이 경영난에 처한 자썬은 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사랑을 찾아 부모를 떠난 자리가 불행해진 것과 달리 사랑을 포기하고 부모의 뜻대로 결혼한 뒤 오래 살지 못한 자썬은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죽어갔습니다. 행복을 추구했던 자리는 불행해지고 불행을 감수하고자 했던 자썬은 행복한 죽음을 맞이해 역설적입니다. 죽음의 목전에 삶이 행복했다고 회고한다고 해서 단명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과연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미래를 내다볼 능력이 없는 인간의 선택이 불러올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깊은 성찰이 드러납니다.

중요한 것은 온갖 신산스러운 일을 경험한 자리가 정신적으로 성장해 완전한 홀로서기에 성공한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격언이 떠오릅니다.

일본 영향 엿보여

러닝 타임이 길고 액자 구성 및 편집도 복잡하며 장면의 호흡도 긴 편이어서 대중적인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1985년 작 ‘타이페이 스토리’에서 주연을 맡게 되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더웨이의 회사 동료인 단역으로 출연했습니다.

‘해탄적일천’은 일본의 영향이 두드러집니다. 자리는 아버지를 ‘父さん’, 어머니를 ‘母ちゃん’으로 일본어로 부릅니다. 자리의 부모는 아들 자썬(佳森)의 이름의 마지막 글자 ‘森’를 따서 일본식 발음인 ‘모리(もり)’라는 애칭으로 부릅니다.

자리는 꽃꽂이를 배우는데 강사는 일본어를 사용하는 일본인 여성입니다. 자리는 일본어를 듣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대만도 일본의 식민지였으나 일본에 대한 반감이 적은 것과 연관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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