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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 역사와 허구의 절묘한 조합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보어 전쟁에서 어머니가 살해된 콘래드(해리스 딕슨 분)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참전하려 하지만 아버지 올란도(랄프 파인즈 분)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공작 신분의 귀족 올란도는 유능한 부하 숄라(자이먼 훈수 분)와 폴리(젬마 아터튼 분), 그리고 사적 정보망을 활용해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위해 힘씁니다.

역사와 허구의 절묘한 조합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튜 본 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을 맡은 ‘킹스맨’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입니다. 원제는 ‘The King's Man’으로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후속편 ‘더 울버린(The Wolverine)’과 같은 방식으로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매튜 본 감독의 연출작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연상시키는 제목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퍼스트 에이전트’는 서사 전개의 방향성과 결말까지 암시하는 매우 핵심적인 부제입니다.

전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킹스맨 골든 서클’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되 실제 사건과는 무관한 허구를 다뤘던 바 있습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20세기 초반 굵직한 세계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활용해 킹스맨의 창설 과정을 묘사합니다.

널리 알려진 라스푸틴(리스 이판 분), 마타 하리(발레리 파흐너 분), 레닌(아우구스트 딜 분) 등이 악역으로 등장하며 이들을 모두 조종하는 조직의 정체불명의 리더 쉐퍼드가 등장합니다. 실제 사건과 허구, 실존 인물과 가상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얼기설기 결합한 각본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약간의 세계사적 지식이 있다면 매우 흥미진진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킹스맨 골든 서클’까지의 가볍고 발랄하며 엽기적인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오락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액션의 비중이나 스케일도 전편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굳이 비교하면 영화적 재미가 압도적이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는 못 미치나 혹평을 면치 못한 ‘킹스맨 골든 서클’보다는 낫습니다.

콘래드의 죽음으로 반전

서사에도 반전이 있습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제목 그대로 중반까지는 ‘킹스맨의 첫 번째 요원’은 콘래드가 되고 그 뒤를 올란도가 뒷받침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품게 합니다. 올란도를 연기한 랄프 파인즈는 ‘007 스카이폴’부터 007 제임스 본드를 뒷받침하는 M을 연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콘래드의 허망한 전사로 올란도가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이번에도 조연에 머무는가 싶었던 랄프 파인즈가 주연을 맡아 클라이맥스를 주도합니다. 1998년 작 ‘어벤져’에서 랄프 파인즈는 영국 정부의 요원으로 주인공을 연기한 바 있습니다. 올란도가 킹스맨 조직을 정식으로 출범시키며 첫 번째 요원이 됩니다.

정치적 올바름에 충실하나…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영국을 중심으로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루면서도 ‘영국 = 선’이라는 의식을 부정합니다. 평화주의자 올란도는 영국이 주도한 보어 전쟁과 제국주의에 비판적입니다. 그가 적십자 활동에 앞장서는 것도, 콘래드의 참전에 반대하는 이유도 연장 선상에 있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에도 충실합니다. 올란도의 두 심복 숄라는 흑인 남성, 폴리는 백인 여성이며 결말에서는 킹스맨 창설과 함께 요원으로 발탁됩니다. 하지만 사격과 정보 분석에 능한 젊은 여성 폴리는 20세기 초반에 과연 어디에서 배우고 경력을 쌓았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제1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영국 여성이 전투 병력으로 참전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따지면 블로펠드에 해당하는 쉐퍼드의 정체가 클라이맥스에서 밝혀집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해군 장교 모튼(매튜 구드 분)입니다. 하지만 그가 왜 엄청난 수고와 비용을 들여가며 세계의 혼란과 파멸을 획책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메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시리즈의 명대사를 올란도가 아닌 모튼이 처음으로 언급합니다. 엔딩 크레딧 도중에는 히틀러(데이빗 크로스 분)가 등장해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룰 후속편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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