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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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데타 – 섹스 묘사보다 서사 전개가 더욱 흥미로워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수녀가 된 베네데타(비르지니 에피라 분)는 가족들의 성폭행에 못 이겨 수녀가 된 바르톨로메아(다프네 파타키아 분)와 은밀한 관계를 맺습니다. 성흔이 발생하는 기적을 선보인 베네데타는 원장 수녀 펠리시타(샬롯 램플링 분)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동성애 수녀 실화 영화화

‘베네데타’는 17세기 이탈리아 소읍 페샤의 수녀원의 실화를 영화화했습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답게 적나라한 섹스와 폭력으로 가득합니다. 베네데타와 바르톨로메아는 어린 시절부터 베네데타가 보유했던 성모상을 깎아 만든 자위기구로 성적 쾌락을 추구합니다.

두 사람이 친밀해진 출발점이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소리를 내며 용변을 보면서부터라 ‘블랙 북’의 클라이맥스를 연상시킵니다. 베네데타가 바르톨로메아 앞에서 가랑이를 벌리고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은 폴 베호벤 감독의 대표작 ‘원초적 본능’을 떠올리게 합니다. 채찍으로 자신을 때려 벌을 받는 수녀의 징계도 외형적으로는 종교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가학적입니다.

권력 관계 및 암투 묘사 흥미진진

펠리시타는 베네데타로 인해 원장 수녀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물론 수녀인 딸 크리스티나(루이스 샤빌롯 분)를 잃자 피렌체로 향해 교황 대사(랑베르 윌슨 분)에 베네데타를 고발합니다. 장례식을 앞둔 크리스티나의 죽은 나체를 씻는 장면을 굳이 보여주는 연출도 악취미에 가깝게 에로스를 추구하는 폴 버호벤답습니다.

교황 대사는 극 중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보유한 남성이지만 하녀를 임신시켜 성직자로서는 최악입니다. ‘베네데타’는 여배우들의 노출이나 섹스 장면 묘사보다는 권력을 놓고 벌이는 등장인물 간의 암투와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 전개가 더욱 인상적입니다. 131분의 짧지 않은 러닝 타임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지참금이 없으면 수녀가 될 수 없었던 당대의 현실 묘사도 흥미롭습니다.

중반까지는 베네데타와 바르톨로메아가 짝을 이뤄 펠리시타, 크리스티나 모녀와 대립하지만 교황 대사의 등장으로 외부의 강력한 권력이 본격적으로 수녀원에 개입합니다. 성기를 찢는 모진 고문을 당한 바르톨로메아가 베네데타와의 관계를 자백해 베네데타는 화형을 선고받습니다. 흑사병으로부터 안전지대였던 페샤는 피렌체로부터 온 펠리시타와 교황 대사의 감염으로 인해 흑사병 만연의 위기에 빠집니다.

흑사병에 걸린 펠리시타는 죽음을 앞두고 베네데타와 힘을 합쳐 교황 대사를 공격합니다. 그에 앞서 베네데타가 펠리시타와의 독대에서 귓속말로 무엇을 이야기했는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겨 여백으로 남깁니다.

적대적이나 공통점이 있는 베네데타와 펠리시타

베네데타는 기적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펠리시타는 수녀원을 사업 수단으로 삼아 두 사람은 적대적이면서도 신앙을 이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나치리만치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를 묘사해온 폴 버호벤 감독은 수녀원과 기적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도 모범적인 성직자는 뒷전으로 미룬 채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민중 봉기로 베네데타는 화형을 면하고 교황 대사와 그의 부하들은 살해됩니다. 펠리시타는 화형대에 뛰어들어 죽습니다. 샬롯 램플링의 정중동 카리스마 연기는 펠리시타의 최후까지 전율을 느낄 만큼 압도적입니다.

베네데타의 기적은 관객들에게 사기극으로 판명됩니다. 그는 이후 일평생 수녀원에서 천대를 받으며 살았으나 그의 예언대로 페샤는 흑사병에 걸리지 않았음이 자막으로 제시됩니다.

공간적 배경은 이탈리아이지만 프랑스인 배우들을 기용해 대사는 프랑스어입니다. 공간적 배경은 프랑스이지만 영미권 배우들을 기용해 대사가 영어였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처럼 공간적 배경과 대사의 언어가 이질감이 있습니다.

수녀원을 소재로 한 동성애 묘사 영화가 별다른 논란을 거치지 않고 삭제 및 수정 없이 개봉되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1986년 수녀의 임신을 소재로 한 영화 ‘신의 아그네스’는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진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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