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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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랜드 – 너무도 미국적인 현실, 동양적으로 풀어내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네바다의 석고 공장이 폐업하고 공장에 함께 근무했던 남편이 사망하자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은 밴에 몸을 싣고 유랑 생활을 시작합니다. 미국 각지를 전전하며 같은 신세의 유랑자들과 교감하면서도 고독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며 정착한 데이브(데이빗 스트라탄 분)가 펀에게 함께 살 것을 권유합니다.

매우 미국적인 소재, 동양적으로 풀어내

제시카 브루더의 논픽션 원작을 중국 출신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가 각색 및 연출한 ‘노매드랜드’는 유랑 생활에 내몰린 초로 여성의 1년간의 삶을 포착합니다. 201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불경기로 인해 평생을 바친 공장 및 주거지에서 쫓겨난 펀은 낡은 밴에 의존한 채 단기 비정규직 노동자로 여기저기를 옮겨 살게 됩니다. 그는 자신을 ‘노숙자(Homeless)’가 아닌 ‘무주택자(Houseless)’로 규정합니다.

‘노매드랜드’는 매우 미국적인 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경제 침체와 주택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무주택자들이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전국 각지를 전전하며 사막에 집단적으로 머무는 상황은 국토가 광활하면서도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이 아니면 나타나기 쉽지 않은 사회 현상입니다.

유랑 생활자의 증가는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의해 자본의 힘이 막강해졌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생계는 물론 실질적 인권까지 직결되는 고용 문제는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가운데 일거리가 많은 연말에만 비정규직으로 아마존에서 일하는 펀의 처지에서 잘 드러납니다. 기업의 이윤 극대화 속에서 ‘인간’은 뒷전으로 밀려나 자취를 감췄습니다.

‘노매드랜드’는 각기 다른 이유와 사연으로 인해 유랑 생활을 하는 이들의 연대를 부각합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한데 모여 물건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며 오락을 즐깁니다.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오히려 가족보다 동료 유랑자를 더욱 신뢰해 마치 가족이 확대된 듯한 모습입니다. 비록 국내에는 IMAX로 개봉되지 않아 아쉬우나 중간중간 삽입되는 아름다운 풍광은 유랑 생활이 평화롭고 매력적이며 이상적인 자연 친화적 행위처럼 보이게 합니다.

소재의 측면에서는 매우 미국적이지만 중국인 감독이 연출했기 때문인지 ‘노매드랜드’의 주제 의식은 동양적입니다. 무소유, 무욕, 공수래공수거를 강조해 불교와 노장사상을 연상시킵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의 풍광처럼 사색적이며 철학적이어서 철저한 성인용 영화입니다.

폭력과 섹스는 배제되어 있습니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알몸 노출이 있으나 그저 자연과 하나가 된 것일 뿐입니다. 남편인 감독 조엘 코엔의 연출작 등에서는 주로 외향적이며 냉소적인 배역을 주로 맡아온 그이지만 ‘노매드랜드’에서는 고통과 고독을 안으로 삭이는 정중동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유랑 생활은 이상적인가?

공권력이 닿기 어려운 사막에서의 유랑 생활이 ‘노매드랜드’가 묘사하듯 진정 유랑자들 간의 치정, 다툼, 범죄 없이 마냥 평화로운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유랑 생활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기에 펀은 끊임없이 단기 취업 자리를 알아봐야 합니다. 펀은 쳇바퀴 돌 듯 1년 뒤 아마존의 일자리로 돌아옵니다.

밴의 고장으로 큰돈이 필요해지자 펀은 오랜 기간 연락하지 않았던 언니 돌리(멜리사 스미스 분)에게 손을 벌립니다. 펀은 꼭 갚겠다고 약속하지만 돌리는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빌려주었을 듯합니다. 펀이 돌리에 상환하는 장면도 제시되지 않습니다. ‘노매드랜드’는 역설적으로 현대의 인간이 자본, 즉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드러냅니다.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해

데이브의 게실염 입원, 수술, 퇴원 과정이 거의 생략된 것처럼 약 1년의 세월이 분절적으로 편집된 가운데 전후 설명이 많지 않아 불친절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시공간적 배경이 자주 바뀌지만 자막으로 명시하거나 지도를 오버랩하지 않습니다. 건조하게 연출된 다큐멘터리와 같아 대중적이고 자극적인 영화는 전혀 아닙니다.

불우한 주인공의 현실을 앞세워 눈물샘을 자극할 수도 있으나 끝까지 덤덤함을 견지합니다. 펀은 젊음을 바쳤지만 이제는 버려진 먼지투성이의 공장에 돌아와 처음으로 눈물을 보입니다. 데이브와 돌리의 함께 살자는 권유도 거절한 펀이 홀로서기를 고집하는 결말은 누구나 예상 가능합니다. 실제 유랑자가 출연하며 등장인물들의 이름 상당수가 배우 본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독특한 작명도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더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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