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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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 유한한 시간 속 스치는 사랑의 덧없음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청춘 군상의 사랑과 방황

왕가위 감독의 두 번째 영화 1990년 작 ‘아비정전’이 ‘왕가위 특별전’의 일환으로 재개봉되었습니다.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별다른 직업도 없는 바람둥이 아비(장국영 분)를 비롯한 청춘 군상의 사랑, 갈등, 방황을 묘사합니다.

‘아비정전’은 아비가 능수능란하게 소려진(장만옥 분)을 유혹해 사랑에 빠지며 출발합니다. 이후 러닝 타임은 아비와 소려진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에 집중할 듯합니다. 하지만 소려진이 결혼하자는 제안을 아비가 거부하는 초반의 반전 이후 등장인물들의 숫자가 증가하며 이야기도 확장됩니다.

아비와 소려진이 아비의 손목시계를 함께 바라보며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1분’은 ‘아비정전’을 상징하는 명장면으로 남습니다. 극 중에는 시계 소리의 초침 소리도 중요한 음향으로 자리합니다. 이후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 투게더’ 등에서 시계는 매우 인상적으로 등장합니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스치듯 왔다 사라지는 사랑의 유한성과 소중함을 강조한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댄서 미미(유가령)와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아비에 소려진은 집착합니다. 경찰 초자(유덕화 분)는 소려진을 짝사랑합니다. 아비의 절친한 친구 왜자(장학우 분)는 미미에 구애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아비는 계모(반적화 분)에게 친모의 행방을 밝히라 요구합니다.

동사서독은 ‘아비정전 동창회’

왕가위 감독은 전작이자 연출 데뷔작인 1989년 작 ‘열혈남아’에서 유덕화, 장학우, 장만옥의 캐스팅을 그대로 계승해 ‘아비정전’을 연출했습니다. 장학우와 장만옥의 캐릭터는 두 작품이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열혈남아’의 주연에서 ‘아비정전’의 조연으로 바뀐 유덕화의 캐릭터는 다릅니다. ‘열혈남아’에서 유덕화가 연기한 아화는 불같은 성격의 조직폭력배였으나 ‘아비정전’의 초자는 안으로 삭이는 신중한 경찰입니다. 초자와 왜자는 짝사랑에 대해 매우 상반된 접근 방식을 보입니다. 초자는 감정을 철저히 숨기지만 왜자는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사랑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찰’ 캐릭터는 ‘중경삼림’의 양조위로 이어집니다. 한편 초자는 어머니의 사망 뒤 선원이 되어 마카오에서 아비와 조우합니다. 초자는 선원이었던 왕가위 감독의 아버지가 투영되었다고 풀이됩니다.

유덕화는 ‘아비정전’ 이후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현재까지 출연하지 않고 있으나 ‘아비정전’이 왕가위 감독 영화 출연의 시발점이 된 장국영은 이후 ‘동사서독’, ‘해피투게더’에 계속 출연하게 됩니다. 특히 장국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애증의 엇갈림을 나른하고 허무하게 묘사하며 유덕화 이외 주요 배우들의 캐스팅이 유지된 ‘동사서독’은 ‘아비정전’의 시공간적 배경만 바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록 제작 기간이 무한정 지연된 ‘동사서독’이 아니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촬영한 ‘중경삼림’이 ‘아비정전’의 다음 영화가 되었으나 왕가위 감독이 구상했던 ‘아비정전’의 다음 영화는 ‘동사서독’이었습니다. 왕가위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총망라한 인터뷰집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에서 ‘동사서독’을 ‘아비정전 동창회’로 규정했습니다.

‘화양연화’, ‘2046’의 느슨한 프롤로그

상하이 출신의 왕가위 감독이 홍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아비정전’은 ‘화양연화’와 ‘2046’의 느슨한 프롤로그에 해당합니다. 세 작품 모두 장만옥이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은 소려진입니다. 소려진과 초자의 밤거리 걷기 데이트는 ‘화양연화’에서도 차우와 소려진으로 반복됩니다.

‘아비정전’의 반적화는 ‘화양연화’에서 소려진의 집주인 손 부인을 연기해 상당한 비중으로 출연합니다. 화류계에 몸담고 있는 미미의 미래는 아비의 계모처럼 될 듯합니다. 두 사람은 유흥가에서 잔뼈가 굵은 여자이며 사랑을 갈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장국영을 둘러싼 대조적 성격의 여성 소려진과 미미의 삼각관계는 ‘타락천사’에서 킬러와 에이전트, 그리고 금발녀의 삼각관계를 연상시킵니다. 생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려 눈이 가려지고 광대뼈와 입술만 부각되는 소려진에 퇴폐미를 더하면 ‘타락천사’에서 이가흔이 연기한 에이전트가 됩니다. 액션과는 무관했던 후반까지를 뒤로 하는 종반의 1인칭 시점의 난투극 및 총격전 장면의 폭발력 역시 ‘타락천사’를 연상시킵니다.

소려진은 축구장 매표소에 근무하는데 ‘타락천사’에는 불 꺼진 축구장이 등장하는 장면이 제시됩습니다. ‘해피 투게더’에는 아휘와 장이 골목에서 축구를 합니다. 배우와 등장인물, 시공간적 배경, 소품 등이 때로는 겹치고 때로는 변주되는 ‘왕가위 월드’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왕가위 기획전에 개봉된 상당수 영화가 리마스터링되었으나 ‘아비정전’은 예외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영상이 어둡고 흐릿한 ‘아비정전’도 언젠가 리마스터링되기를 기대합니다.

열혈남아 – 홍콩 느와르 변주한 왕가위의 원점
아비정전 - 왕가위 월드의 원형
동사서독 - 사랑의 기억마저 잊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
동사서독 리덕스 - 오리지널과 무엇이 달라졌나?
중경삼림 - 도시적이고 쿨한 감수성
중경삼림 - 12년 만에 필름으로 재회한 인생의 영화
중경삼림 - 왜 우리는 이 영화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중경삼림 - 공간과 소품으로 본 ‘중경삼림’
타락천사 - 우울과 고독 속으로 침잠하다
타락천사 - 헤어지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잊혀지는 것
해피 투게더 - 아휘, 다시 시작하자
화양연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화양연화 - 고통스럽고 행복한, 사랑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 ‘이별 연습’ 하면 안 아플까?
2046 - 엇갈린 사랑의 공허함
2046 - 두 번째 감상
2046 - 세 번째 감상
2046 - 네 번째 감상
에로스 - 세 편의 알듯 말듯한 사랑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 배경만 바꾼 왕가위의 동어반복
일대종사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
일대종사 - 7번의 기념사진, 그리고 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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