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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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사람들 – 갈등 극대화 실패, 결말 급작스러워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년의 산부인과 의사 알도(카롤리 하이두크 분)는 초경이 오지 않은 16세 소녀 클라라(아비겔 소크 분)를 진찰합니다. 이모할머니 올기(마리 나기 분)와 함께 사는 고아 클라라는 알도를 아버지처럼 여기고 그의 집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고독한 두 사람은 서로에 의존하며 미묘한 감정을 형성합니다.

중년남과 소녀의 미묘한 동거

‘살아남은 사람들’은 바르나바스 토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19년 작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의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합니다. 나치즘에 휘말려 가족을 잃은 동병상련의 유태인 의사와 소녀가 교감합니다. 알도는 아내와 두 아들을, 클라라는 부모와 여동생을 잃고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과묵한 알도와 반항기에 접어든 클라라는 유사 부녀와 연인 사이를 오가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클라라는 알도의 진찰이 마치 예언이라도 된 것처럼 금세 초경이 시작됩니다. 소녀가 초경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남성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여성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클라라는 알도의 집에 살며 한 침대를 쓰며 그의 아내와 딸을 겸한 듯 행동합니다.

알도와 클라라는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에서 완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공산주의 치하에 놓입니다. 기본적인 생필품이나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유까지 억압당하기 시작합니다. 알도의 지인들은 갑자기 오밤중에 끌려가 실종됩니다. 알도는 감시를 받기 시작하고 클라라는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알도와의 관계를 추궁당합니다.

급작스러운 3년 뒤 결말

알도는 전쟁통에 약혼자를 잃은 에르지(카탈린 심코 분)와 가까워집니다. 클라라에게는 댄스 교실에서 만난 소년 페페(바르나바스 호르카이 분)가 접근합니다. 사각 관계로 전개되는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순간 3년 뒤로 급작스럽게 넘어가 네 사람을 비롯한 지인들이 모여 파티를 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알도는 에르지와 결혼했고 클라라는 페페와의 관계가 유지됩니다.

이들은 1953년 스탈린의 사망 소식을 라디오 속보로 들으며 자유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습니다. 외로웠던 알도와 클라라가 유사 대가족을 형성하며 행복해졌다는 결말입니다.

알도가 클라라와 육체적 사랑에 빠지는 ‘롤리타’를 연상시키는 전개는 끝내 제시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사이는 결국 마지막 선을 넘지 않으며 플라토닉한 사이로 남게 됩니다. 감정 표현 및 육체적 욕망에 대한 절제에 방점을 둔 카롤리 하이두크의 훌륭한 연기가 결말을 암시했던 셈입니다.

1950년대 헝가리는 ‘치유의 체제’ 아냐

‘상흔의 치유’가 주제의식인 만큼 중년 남성과 10대 소녀의 끈적대는 로맨스로 넘어가지 않은 귀결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 헝가리가 ‘치유의 체제’였느냐 하면 완전한 상극이었다는 점에서 해피 엔딩은 납득이 어렵습니다.

1956년 ‘부다페스트의 봄’이라 불린 헝가리 민주화 운동이 소련군의 개입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며 희생자가 속출했습니다. 과연 알도 부부와 클라라, 페페는 무사했을까 상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헝가리의 민주화는 1989년에 이루어질 때까지 훨씬 더 많은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해피 엔딩은 뜬금없으면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밀고와 감시, 비밀경찰과 강제수용소 등 20세기 중후반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를 고발했던 ‘타인의 삶’, ‘콜드 워’와 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살아남은 사람들’의 문제 의식은 허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83분의 짧은 러닝 타임을 감안하면 서사가 시작되다 중도에서 끊어져 허겁지겁 종료된 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갈등 극대화가 가능한 두 가지 소재를 확보했으나 둘 중 어느 쪽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손쉬운 결말로 치닫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