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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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 당신의 평범한 삶을 칭찬해! 애니메이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조는 프로 아티스트를 꿈꾸는 학교 밴드의 비정규직 교사입니다. 어느 날 그는 학교에서 정규직 교사직을 제안받은 것은 물론 유명 밴드의 오디션에도 합격합니다. 하지만 그는 맨홀에 빠져 사후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어른스러움으로 치유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은 삶에 강한 애착을 지닌 중년 남성 조와 인간으로의 탄생을 거부하는 22, 두 영혼의 여정을 묘사합니다. 주인공 조는 현실을 포함한 3개의 세계를 넘나들며 깨달음을 얻기에 ‘소울’은 로드 무비의 요소가 있습니다.

사후 세계에 떨어지지만 죽음을 거부한 조는 인간 탄생 이전의 영혼이 거치는 ‘태어나기 전(Great Before)’에 닿게 됩니다. 인류 역사의 위인들이 멘토를 맡아 탄생 이전의 영혼에 적성을 부여하는 ‘태어나기 전’에서 냉소적인 22는 인간이 되기를 거부합니다. 조와 22는 현실과 ‘태어나기 전’을 오가며 좌충우돌합니다. ‘소울’은 대조적 성격의 두 캐릭터가 벌이는 전형적 버디 무비입니다.

숱한 위인 멘토들의 가르침에도 감화되지 않았던 22는 조의 몸에 들어가 뉴욕의 현재를 즐긴 뒤 인간의 삶에 매력을 느낍니다. 위인과는 거리가 먼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내세울 것 없는 조의 삶에 대한 애착에 22가 공감하면서 ‘소울’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주제의식을 강조합니다. 인간이 태어난 이유는 위대함을 성취하기 위함이라는 목적론적 사고방식을 거부합니다. 대다수 범인의 삶을 긍정하는 ‘소울’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어른스러운 작품으로 관객을 어루만지고 치유합니다.

시각화와 연출력 인상적

몬스터 주식회사’, ‘’, ‘인사이드 아웃’ 등 픽사의 걸작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피트 닥터 감독의 연출력은 ‘소울’에서도 명불허전입니다. 제아무리 주제의식이 훌륭해도 연출력이 뒤따르지 못하면 완성도와 재미는 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말은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나 그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소울’은 공간적 배경 및 캐릭터 디자인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대조적인 볼거리가 충분한 가운데 섬세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만일 사전 및 사후 세계를 실사 영화로 제작했다면 유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소울’은 무한한 상상력을 추구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사전 및 사후 세계의 구체화에 성공합니다.

개별 인간의 성격 형성과 같이 형이상학적 요소의 시각화는 이미 ‘인사이드 아웃’에서 검증된 바 있으나 ‘소울’은 삶과 죽음의 철학적 요소를 더해 한층 발전시켰습니다. 서두의 디즈니 로고에 깔리는 ‘When You Wish Upon a Star’의 불협화음 가득한 학생 재즈 밴드 버전부터 웃음을 유발하는 등 유머 감각도 훌륭합니다.

조의 현실을 상징하는 재즈와 사전 및 사후 세계를 상징하는 전자 음악은 두 세계의 차별화에 앞장섭니다. 별다른 공통분모가 없을 듯한 ‘소울’의 재즈와 전자 음악의 접점은 조가 일평생 추구한 피아노입니다. 조가 오디션을 보는 재즈 클럽 ‘하프 노트’는 ‘이분음표’를 뜻하지만 전설적인 재즈 레이블 ‘블루 노트(Blue Note Records)’를 연상시킵니다.

제이미 폭스 캐스팅, ‘레이’ 연상

사망했으나 현실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영혼이 주인공이라는 출발점은 ‘사랑과 영혼’을, 조가 사후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일 때의 영상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연상시킵니다. 사후 세계와 ‘태어나기 전’을 관리하는 캐릭터들은 피카소의 입체파 스타일을 간략화한 듯합니다. 주인공의 완벽했던 하루가 죽음으로 반전되는 초반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 제이미 폭스는 2004년 작 ‘레이’에서 타이틀 롤이자 재즈의 거장 레이 찰스를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두 캐릭터는 재즈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나 아티스트로서의 지위는 극과 극입니다. 의도적으로 보이는 매우 흥미로운 캐스팅입니다.

사후세계가 처음 등장할 때 한국어 대사 “내 바지 어디 갔어?”가 삽입됩니다. 뉴욕에는 ‘호호 만두’라는 한국어 간판도 보입니다. 엔딩 크레딧 종료 후 추가 장면은 유일한 악역에 가까운 테리가 장식합니다.

‘소울’에 앞서 대사가 없는 6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토끼굴(Burrow)’이 먼저 상영됩니다. 홀로 지내고 싶어하는 토끼가 공동체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줄거리입니다. 타인과의 소통과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제의식입니다. 의도적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토끼의 토끼굴과 ‘소울’의 22의 아지트는 분위기가 유사합니다.

몬스터 주식회사 3D - 재개봉 반갑지만 3D 미미
업 - 평생 꿈꾼 새로운 삶을 향한 비상
인사이드 아웃 - 지적이며 유머감각 돋보이나 한국 흥행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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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GA 2021/01/28 23:11 #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수작 이상의 작품성을 뽑아낸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준 작품이었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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