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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새롭진 않으나 매끄럽고 흥미진진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호텔 사우나에 근무하는 중만(배성우 분)은 사물함에서 발견한 거액의 돈 가방을 창고에 숨겨둡니다. 출입국 행정관 태영(정우성 분)은 연인 연희(전도연 분)가 잠적하자 두만(정만식 분)에 진 거액의 빚을 홀로 떠안습니다. 연희가 경영하는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미란(신현빈 분)은 자신을 상습 폭행하는 남편 재훈(김준한 분)을 살해하기 위해 진태(정가람 분)를 이용합니다.

타란티노 영화와 ‘덩케르크’ 연상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소네 케이스케의 2011년 작 소설을 김용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영화화한 범죄 스릴러입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밑바닥 인생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홉스식 세계관을 묘사합니다.

돈에 대한 욕망과 살아남으려는 본능, 둘 중 하나를 충족시키기거나 혹은 둘 다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전지적 시점으로 다루는 군상극입니다. 중국으로 향하는 관문인 평택항을 배경으로 설정해 항구 도시 특유의 유흥, 범죄, 밀항 등을 요소를 자연스레 녹여냈습니다.

유혈이 낭자한 폭력 묘사, 배신과 죽음이 잇따르는 인간관계, 그리고 냉소적 유머 감각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연출작을 보는 듯합니다. 시간 순서가 다른 사건들을 마치 동시에 발생한 듯 배치한 편집은 ‘덩케르크’를 떠올리게 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저수지의 개들’과 ‘펄프 픽션’에서 시간 순서를 뒤집는 절묘한 편집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편집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아니나 매끄러우며 긴장감과 재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합니다.

실제 사건 순서에 따르면 미란이 재훈을 살해한 뒤 보험금으로 수령한 거액의 돈 가방이 연희와 태영을 거칩니다. 태영이 사우나 사물함에 숨겨둔 돈 가방을 중만이 발견하는 첫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이 장면에서 효과음처럼 삽입되는 사체 발견 뉴스들은 모두 극 중 인물들의 살인 및 죽음으로 차차 다뤄집니다. 연희가 잠시 돈 가방을 되찾지만 결국 중만의 아내 영선(진경 분)에 돌아가는 것이 마지막 장면입니다.

‘어둠의 세계’에 몸담은 인물 중 살아남는 것은 메기(배진웅 분)와 붕어(박지환 분), 모두 실명이 아닌 물고기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이라 이채롭습니다. 메기는 연희를 살해한 유력한 증거인 CCTV가 남아있어 검거가 시간문제이긴 합니다.

그들은 돈 가방으로 행복해졌을까?

등장인물 중 가장 평범한 소시민인 중만 일가가 돈 가방을 되찾는 결말은 단순한 해피 엔딩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우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른 인물들이 살인 범죄를 획책하거나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것과 달리 중만은 돈 가방을 은닉하고 거짓말하는 것 외에는 타인에 위해를 가하지 않아 소극적입니다. 즉 중만은 상대적인 도덕성으로 인해 돈 가방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중만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치매 노인인 어머니 순자(윤여정 분)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하늘의 선물’로 진경이 거액을 손에 넣었다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만은 그에 앞서 집이 화재로 전소되었으니 돈 가방으로 보상받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만이 진경에 돈 가방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다가 연희에 빼앗긴 것처럼 진경도 중만에 돈 가방의 존재를 숨길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부부의 불화가 깊어지는 전개도 가능합니다.

아니면 진경이 중만에 돈 가방의 존재를 알리지만 앞에서 희생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돈 가방으로 인해 가족이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피 묻은 남의 돈’을 확보하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인지 의문입니다.

상어 문신, 편리하나 허술한 장치

서사 전개의 가장 큰 약점은 상어 문신에 관련된 것입니다. 살인에 익숙한 연희가 미란을 살해하고 돈 가방을 빼앗으려 마음을 먹고도 미란에게 자신과 동일한 상어 문신을 직접 시술합니다.

미란의 사체 발견 시 자신에 피해가 돌아오기 마련인데 굳이 문신을 해주는 이유는 연희가 형사 명구(윤제문 분)를 살해하는 등 서사 전개상 편리한 장치로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연희의 철저함과 잔혹함 설정에는 부합되지 않아 허술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폭력 묘사는 19세 관람가에 어울리나 섹스 묘사는 사실상 배제되었습니다. 성인용 스릴러로 욕망과 치정이 중요한 모티브임을 감안하면 섹스 장면에 보다 공을 들여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우성-전도연 첫 호흡

전도연이 ‘무뢰한’에서 연기했던 술집 사장 혜경에 내적 갈등을 제하고 뻔뻔스러움과 잔혹함을 더한 인물이 연희입니다. 연희는 러닝 타임의 약 절반이 지난 뒤인 4장에 처음으로 등장해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팜므 파탈입니다.

어떻게든 남을 ‘호구’ 잡으려는 비열하면서도 어수룩한 태영을 연기하는 정우성의 변신도 이색적입니다. 정우성과 전도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동 세대의 남녀배우이지만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처음입니다. 두 사람이 연인을 연기하는 장면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이유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Ryunan 2020/12/21 14:37 #

    상어문신은 토막 사체가 발견되면 본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길 기대한 거 아니었을까요?
    돈가방 들고 위조 신분으로 밀항하고 난 뒤에 따라 붙는 걸 방지하려고요.
  • 디제 2020/12/21 15:51 #

    일리가 있는 말씀이시긴 한데...

    DNA 검사를 하면 쉽게 신원이 밝혀질 테니
    연희답지 않게 허술한 전개가 아닌가 싶습니다.

  • SAGA 2020/12/22 23:28 #

    정말 돈 앞에선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이 영화 보는 내내 머릿속을 멤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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