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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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괴리-아이러니 가득한 ‘중뽕 영화’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7년 10월 일본군의 침략으로 상하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집니다. 상하이 시민은 물론 외국인이 거주하는 조계의 강 건너편 시항 창고에 국민혁명군이 병력을 집결시킵니다. 국민혁명군은 일본군의 집중 공격을 육탄으로 방어합니다.

외형적으로는 ‘중뽕 영화’

중일 전쟁을 소재로 한 ‘800’은 실화에 기초하고 있으나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소위 ‘중뽕 영화’입니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중화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자국 내수 시장을 노린 중국 영화입니다.

할리우드조차 중국 시장을 의식한 영화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구가 많아 시장이 큰 데다 정부의 사상 통제가 가능하기에 ‘중뽕 영화’는 중국에서 돈과 애국심 고취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입니다.

제목 ‘800’은 시항 창고를 방어한 800명의 병사를 뜻하나 실제 병사의 숫자는 약 460명으로 출발합니다. 중국인들은 ‘8’을 행운의 숫자로 여깁니다. 타지에서 징발된 군인들은 물론 현지의 소년병까지 처음에는 ‘겁쟁이’였으나 실전을 경험하며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는 전형적 전개로 귀착됩니다.

무고한 시민과 외국인을 지키기 위한 군인들의 나흘간의 육탄 방어는 마치 중국 정부와 중국군을 홍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중뽕 영화’의 한계로 인해 신파, 감동 강요, 중반부의 길어지는 호흡 등의 단점이 두드러집니다. 148분의 러닝 타임 중 15분 정도 압축했다면 훨씬 박진감 넘치는 전쟁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중국에서 영화화된 국민혁명군 실화

‘800’은 평범한 ‘중뽕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중국을 비교한다면 아이러니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영웅적 활약을 펼치는 국민혁명군은 국민당, 즉 현재의 대만을 건국한 세력의 군대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홍군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항일투쟁 영화를 제작한 것과 흡사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버지의 깃발’을 연상시키는 깃발 세우기 장면에서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게양하는 대상은 대만이 국기로 사용하는 청천백일기입니다. 상하이 시민들까지 깃발에 경례하는 장면은 신기함을 넘어 괴리마저 느껴집니다.

후반에 명확해지는 주제 의식

후반에 접어들면 ‘800’의 교묘하고 복잡한 정치적 입장이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진정한 적은 일본이 아니라 군인들을 희생시킨 무능한 국민당 수뇌부라는 주제 의식입니다.

하천 건너편에서 전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되는 경극과 같이 병사들의 죽음이 볼거리로 전락했다는 것입니다. 일본군의 잔학성이나 야비함보다는 용맹함이나 지휘관의 정정당당함이 강조되어 직접적 비판의 대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의외였던 지점과도 통합니다.

그렇다고 희생당한 병사들이 무의미했다고까지 몰아붙이지는 않습니다. 그들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며 기립니다. 국민당 엘리트는 적으로 돌리지만 ‘인민’은 적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의식입니다.

하지만 경극, 그림자 인형극과 같은 극 중에서 중요 소재인 중국의 전통문화가 문화대혁명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감이 있습니다. 물론 문화대혁명은 이미 ‘패왕별희’에서도 비판받은 바 있습니다만.

긴 본편이 종료된 뒤 ‘800’의 주제 의식은 매우 명확히 제기됩니다. 자막 삽입을 통해 항일투쟁의 주역을 영화에 등장하지도 않았던 홍군으로 뜬금없이 규정합니다.

아직 보존되고 있는 시항 창고와 그 뒤편 상하이 마천루를 드론 샷으로 제시해 중국의 번영을 강조합니다. 마오쩌둥이 ‘국공내전의 승리가 일본 덕분이었다’며 일본에 감사했던 일화를 감안하면 어이없는 자막 삽입 및 마지막 장면입니다.

괴리 인식하고 접하면 매우 흥미로워

세부 고증에도 의문부호가 남습니다. 극 중에서 시항 창고 벽에는 콜라 광고 벽화가 있는데 당시에도 동일한 벽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클라이맥스인 사흘째에는 눈이 내리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아열대 기후 지역인 상하이에 10월에 눈이 내릴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사건이 벌어진 당일에 눈이 내렸는지 의문입니다.

전투 장면의 박력과 사운드, 전장의 아수라장의 비주얼은 ‘800’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엑스트라의 숫자가 상당한 것도 중국 영화라 가능했을 것입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다리를 건너는 병사들에 집중하면서 그들의 뒤를 방어하며 희생하는 병사들을 묘사하지 않는 영화적 선택은 인상적입니다.

중일 전쟁 소재의 영화가 귀하다는 근본적인 장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전술한 역사적, 정치적 괴리와 아이러니를 인식하고 관람한다면 오히려 매우 흥미진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지옥도의 시항 창고 측과 흥청망청하는 조계의 극단적 대조는 후대의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둔 동서독을 연상시킵니다. 두 지역을 넘나들다가는 총살당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포스21 2020/12/18 09:49 #

    크.. 뭔가 중국 현대사가 만들어낸 아이러니의 총집합 같은 영화네요. ^^
  • SAGA 2020/12/20 08:54 #

    요즘 이상할 정도로 중뽕 영화가 많이 나오네요. 팸플릿을 모을 때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싶으면 전부 중뽕 영화... 근데 왜 이런 영화를 수입하는 걸까요... 흥행 안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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