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82분의 파이널 컷, 매끄럽고 명쾌해
베트남전을 다룬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79년 걸작 ‘지옥의 목시록’이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으로 재편집되어 개봉되었습니다. 미국에는 작년에 공개되었으나 한국에는 개봉이 1년 늦어졌습니다. 2001년 공개된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 이은 또 다른 버전입니다.
러닝 타임은 ‘지옥의 묵시록’이 147분,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가 202분,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이 182분입니다. ‘지옥의 묵시록’이 설명이 불충분하고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가 다소 지루했다면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은 그 중간 지점을 찾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러닝 타임은 길지만 편집이 매끄럽고 서사가 명쾌해져 지루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미 육군 대위 윌라드(마틴 쉰 분)는 살인마로 돌변한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 분)을 암살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합니다. 전쟁 영화는 주인공이 어디에서 만날지 모르는 죽음의 위협과 직면하는 로드 무비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강합니다.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에서 출발해 소형정에 몸을 싣고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향하는 윌라드의 여정을 뒤따르는 너무도 뚜렷한 로드 무비입니다.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 제시된 플레이보이 모델들과의 재회 및 섹스는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에는 깨끗이 삭제되었습니다.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서 호흡이 길었던, 윌라드가 커츠의 근거지에 도착한 이후의 장면은 압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소년병 클린으로 출연한 로렌스 피시번은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엔딩 크레딧에 래리 피시번(Larry Fishburne)으로 표기되었으나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에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로렌스 피시번(Laurence Fishburne)으로 표기가 변경되었습니다.
제목 ‘Apocalypse Now Final Cut’은 본편이 모두 종료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제시됩니다. ‘Apocalypse Now’는 커츠의 근거지에 표기된 문구를 그대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윌라드의 광기, 아무것도 아냐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은 상업 영화로서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헬기를 대대적으로 동원한 마을 습격 장면은 베트남전을 소재로 물량 공세를 통해 제대로 재현하지 않았다면 결코 접하기 어려운 압도적 명장면입니다. 아비규환의 전장을 시각과 청각, 양면으로 충족시킵니다. 실제 전장이었던 베트남이 아닌 필리핀에서 촬영되었으나 동남아시아의 아름다운 풍광은 어리석은 전쟁이 야기하는 환경 파괴를 고발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킬고어 중령(로버트 듀발 분)은 헬기 부대를 이끌고 현지 마을을 공격할 때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을 대형 스피커로 틀어놓은 채 즐깁니다. 웅장하면서 경쾌한 ‘발퀴레의 기행’은 부정적이며 역설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히틀러가 바그너를 선호했던 사실도 떠올리게 합니다.
군에서 비밀 암살 임무를 맡고 있는 윌라드는 서두에서 광기에 시달리고 있음이 제시됩니다. 하지만 중반에 등장하는 킬고어와 결말에 등장하는 커츠의 광기에 비하면 그는 족탈불급입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듀발에 이어 세 번째에 마틴 쉰의 이름이 올라갑니다.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듀발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전작 ‘대부’에 의붓 부자지간을 공연한 바 있습니다.
광기의 시대를 상징했던 도어즈의 사이키델릭 록도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SF 영화에 어울릴 법한 전자 음악은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에는 생뚱맞습니다. 전쟁의 부조리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이나 작품 전체에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살인을 막기 위해 살인한다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은 ‘살인을 막기 위해 살인한다’는 전쟁의 역설적 본질을 고발합니다. 윌라드는 살인마 커츠를 죽이기 위해 임무에 투입되지만 그의 근거지로 가까워질수록 그에게 동화되는 내면 심리를 숨기지 못합니다.
커츠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도 참전했으나 베트남전에서 미쳐버렸습니다. 전술한 두 전쟁과 달리 베트남전에는 정당성이 없다는 암시입니다.
윌라드와 커츠는 과묵하며 사색적인 살인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의 포스터는 윌라드가 커츠 살해를 위해 물 밖으로 나오는 명장면에 두 사람이 동화되었음을 상징하는 해석을 덧붙여 강렬하고 인상적입니다.
윌라드의 심리는 내레이션으로 삽입되어 명료하게 스크린 너머로 전달됩니다. 하지만 내레이션은 윌라드를 연기한 마틴 쉰이 아닌 작가 마이클 허가 녹음했습니다. 마이클 허의 육성은 극 중 윌라드의 목소리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해 자연스럽습니다.
커츠는 죽음을 바라왔다는 듯 아무런 저항 없이 윌라드에게 살해됩니다. 커츠의 죽음은 물소가 제물로서 희생되는 장면과 교차 편집됩니다. 신과 같이 군림해온 커츠가 종교적인 희생양으로 승화됨을 강조합니다. 윌라드와 커츠, 모두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살인을 할 인물들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미친 전쟁이 낳은 부산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황석희 한글 자막 인상적
마틴 쉰과 그를 빼닮은 아들 찰리 쉰은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걸작에 나란히 주연을 맡았습니다. 찰리 쉰은 1986년 작 ‘플래툰’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찰리 쉰이 주연을 맡은 1993년 작 코미디 영화 ‘못 말리는 람보’에서 두 부자는 소형정에 몸을 싣고 교차하며 인사를 나눠 ‘지옥의 묵시록’을 패러디합니다.
황석희 번역가의 한글 자막은 베트남의 지명까지 현지 발음을 의식해 공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대부 - 가부장, 그리고 폭력과 배신
대부 - 참혹히 요절한 소니를 위하여
대부 2 - 가족을 잃는 가장
대부2 - 200분에 응축시킨 20세기 최고의 서사시
대부 3 - 업으로 가득찬 한 사내의 일생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 조로한 코폴라의 마지막 걸작
http://twitter.com/tominodijeh

베트남전을 다룬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79년 걸작 ‘지옥의 목시록’이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으로 재편집되어 개봉되었습니다. 미국에는 작년에 공개되었으나 한국에는 개봉이 1년 늦어졌습니다. 2001년 공개된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 이은 또 다른 버전입니다.
러닝 타임은 ‘지옥의 묵시록’이 147분,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가 202분,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이 182분입니다. ‘지옥의 묵시록’이 설명이 불충분하고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가 다소 지루했다면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은 그 중간 지점을 찾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러닝 타임은 길지만 편집이 매끄럽고 서사가 명쾌해져 지루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미 육군 대위 윌라드(마틴 쉰 분)는 살인마로 돌변한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 분)을 암살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합니다. 전쟁 영화는 주인공이 어디에서 만날지 모르는 죽음의 위협과 직면하는 로드 무비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강합니다.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에서 출발해 소형정에 몸을 싣고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향하는 윌라드의 여정을 뒤따르는 너무도 뚜렷한 로드 무비입니다.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 제시된 플레이보이 모델들과의 재회 및 섹스는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에는 깨끗이 삭제되었습니다.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서 호흡이 길었던, 윌라드가 커츠의 근거지에 도착한 이후의 장면은 압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소년병 클린으로 출연한 로렌스 피시번은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엔딩 크레딧에 래리 피시번(Larry Fishburne)으로 표기되었으나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에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로렌스 피시번(Laurence Fishburne)으로 표기가 변경되었습니다.
제목 ‘Apocalypse Now Final Cut’은 본편이 모두 종료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제시됩니다. ‘Apocalypse Now’는 커츠의 근거지에 표기된 문구를 그대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윌라드의 광기, 아무것도 아냐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은 상업 영화로서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헬기를 대대적으로 동원한 마을 습격 장면은 베트남전을 소재로 물량 공세를 통해 제대로 재현하지 않았다면 결코 접하기 어려운 압도적 명장면입니다. 아비규환의 전장을 시각과 청각, 양면으로 충족시킵니다. 실제 전장이었던 베트남이 아닌 필리핀에서 촬영되었으나 동남아시아의 아름다운 풍광은 어리석은 전쟁이 야기하는 환경 파괴를 고발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킬고어 중령(로버트 듀발 분)은 헬기 부대를 이끌고 현지 마을을 공격할 때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을 대형 스피커로 틀어놓은 채 즐깁니다. 웅장하면서 경쾌한 ‘발퀴레의 기행’은 부정적이며 역설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히틀러가 바그너를 선호했던 사실도 떠올리게 합니다.
군에서 비밀 암살 임무를 맡고 있는 윌라드는 서두에서 광기에 시달리고 있음이 제시됩니다. 하지만 중반에 등장하는 킬고어와 결말에 등장하는 커츠의 광기에 비하면 그는 족탈불급입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듀발에 이어 세 번째에 마틴 쉰의 이름이 올라갑니다.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듀발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전작 ‘대부’에 의붓 부자지간을 공연한 바 있습니다.
광기의 시대를 상징했던 도어즈의 사이키델릭 록도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SF 영화에 어울릴 법한 전자 음악은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에는 생뚱맞습니다. 전쟁의 부조리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이나 작품 전체에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살인을 막기 위해 살인한다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은 ‘살인을 막기 위해 살인한다’는 전쟁의 역설적 본질을 고발합니다. 윌라드는 살인마 커츠를 죽이기 위해 임무에 투입되지만 그의 근거지로 가까워질수록 그에게 동화되는 내면 심리를 숨기지 못합니다.
커츠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도 참전했으나 베트남전에서 미쳐버렸습니다. 전술한 두 전쟁과 달리 베트남전에는 정당성이 없다는 암시입니다.
윌라드와 커츠는 과묵하며 사색적인 살인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의 포스터는 윌라드가 커츠 살해를 위해 물 밖으로 나오는 명장면에 두 사람이 동화되었음을 상징하는 해석을 덧붙여 강렬하고 인상적입니다.
윌라드의 심리는 내레이션으로 삽입되어 명료하게 스크린 너머로 전달됩니다. 하지만 내레이션은 윌라드를 연기한 마틴 쉰이 아닌 작가 마이클 허가 녹음했습니다. 마이클 허의 육성은 극 중 윌라드의 목소리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해 자연스럽습니다.
커츠는 죽음을 바라왔다는 듯 아무런 저항 없이 윌라드에게 살해됩니다. 커츠의 죽음은 물소가 제물로서 희생되는 장면과 교차 편집됩니다. 신과 같이 군림해온 커츠가 종교적인 희생양으로 승화됨을 강조합니다. 윌라드와 커츠, 모두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살인을 할 인물들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미친 전쟁이 낳은 부산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황석희 한글 자막 인상적
마틴 쉰과 그를 빼닮은 아들 찰리 쉰은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걸작에 나란히 주연을 맡았습니다. 찰리 쉰은 1986년 작 ‘플래툰’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찰리 쉰이 주연을 맡은 1993년 작 코미디 영화 ‘못 말리는 람보’에서 두 부자는 소형정에 몸을 싣고 교차하며 인사를 나눠 ‘지옥의 묵시록’을 패러디합니다.
황석희 번역가의 한글 자막은 베트남의 지명까지 현지 발음을 의식해 공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대부 - 가부장, 그리고 폭력과 배신
대부 - 참혹히 요절한 소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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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witter.com/tominodij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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