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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크 - ‘시민 케인’ 탄생 비화, 데이빗 핀처답지 않게 따뜻해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각본가 맹크(게리 올드만 분)는 젊은 천재 감독 오슨 웰스(톰 버크 분)가 연출할 영화의 각본을 집필합니다. 맹크는 언론 재벌 허스트(찰스 댄스 분)에서 착안해 각본을 완성하지만 영화화를 앞두고 외압에 시달립니다.

염세적이던 필모그래피와 배치

‘맹크’는 ‘맹크(Mank)’라는 애칭으로 불린 각본가 허만 J. 맹키위츠(Herman J. Mankiewicz)가 오슨 웰스 감독의 1941년 걸작 ‘시민 케인’의 각본의 완성에 이르게 된 과정을 묘사합니다. 2014년 작 ‘나를 찾아줘’ 이후 6년 만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연출작입니다. ‘맹크’의 각본은 2003년 사망한 데이빗 핀처의 아버지 잭 핀처가 생전에 집필한 것입니다. 12월 4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극장에서 먼저 개봉되었습니다.

언론 재벌의 파란만장한 삶과 고독한 최후를 묘사한 ‘시민 케인’의 주인공 케인의 모델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였습니다. 맹크는 허스트와 그의 연인인 여배우 마리온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를 중심으로 ‘시민 케인’의 각본을 풀어나갑니다. 알코올 중독자 맹크는 술에 의존하며 집필에 박차를 가합니다.

‘맹크’는 냉소적이며 염세적인 스릴러를 주로 연출해왔던 데이빗 핀처의 필모그래피와는 차별화됩니다. 맹크는 천재적 재능과 교양을 갖춘 진보 성향의 달변가이면서도 알코올 중독자라는 약점을 지녀 데이빗 핀처의 주인공에 어울립니다. 데이빗 핀처 연출작에는 극복이 불가능한 태생적 약점을 지닌 편집광적 캐릭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맹크와 주변 세계를 묘사하는 시선은 결코 냉소적이지 않습니다. 따뜻했던 시선으로 역시 20세기를 관통하는 서사시였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가장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데이빗 핀처는 연출 과정에서, 고인이 된 아버지 잭 핀처를 떠올리며 영화의 따스한 분위기를 유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단 파티 장면의 속도감 넘치는 대사, 촬영, 편집은 스릴러의 거장 데이빗 핀처가 아직 서슬 퍼런 감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듯합니다. 외압에 시달리는 창작자의 고통은 상업 영화 데뷔작인 ‘에이리언 3’의 데이빗 핀처의 경험이 녹아든 듯합니다.

‘시민 케인’ 오마주

시민 케인’은 흑백 영화 시대의 걸작이었습니다. ‘맹크’는 ‘시민 케인’의 시대 재현에 충실해 세트, 의상, 소품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대사 톤, 그리고 흑백 영상까지 완벽하게 되살려 냈습니다.

쨍한 조명을 선호하는 현대의 영화와 달리 전반적으로 어두웠던 당대의 조명도 반영했습니다. 약 한 세기 전 할리우드에 대한 데이빗 핀처의 향수마저 스크린 너머 관객에 전달됩니다.

시민 케인’에 대한 오마주도 제시됩니다. 케인이 스노우볼을 떨어뜨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명장면은 맹크가 술이 담긴 줄 알고 마신 진정제 병을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변형됩니다. 케인의 두 번째 아내 수전이 케인에게 따귀를 맞은 뒤 떠나는 장면의 모티브는 오슨 웰스가 맹크의 술병들을 박살 내는 장면에서 비롯되었다는 식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플래시백으로 오가는 구성 방식도 ‘맹크’가 ‘시민 케인’을 답습합니다.

맹크와 오슨 웰스가 공동 각본가로 크레딧에 남아 있는 ‘시민 케인’은 아카데미상 9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각본상만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맹크’는 ‘시민 케인’의 각본은 사실상 맹크의 단독 집필이었다는 결말을 제시합니다. 후대의 압도적 호평에 비하면 상복이 극도로 없었던 ‘시민 케인’의 유일한 아카데미 수상도 내용적으로는 ‘거짓’에 가까웠다는 아이러니로 마무리됩니다.

맹크는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뜨리고 오슨 웰스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달라고 요구해 관철합니다. 실화에 착안한 상당수 영화와 달리 실존 인물과 영화 속 캐릭터를 비교하지는 않습니다. 게리 올드만과 외모의 공통점이 거의 없는 허만 J. 맹키위츠의 실제 사진은 제시되지 않습니다.

‘에드 우드’,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 연상

오슨 웰스가 살았던 시대를 흑백으로 영화화했다는 점에서는 ‘에드 우드’, 걸작이 탄생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되짚는다는 점에서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 20세기에 실존했던 진보 성향의 할리우드 각본가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트럼보’ 등을 합친 듯합니다.

시민 케인’과 20세기 초중반의 미국 시대상에 대한 익숙지 않다면 ‘맹크’의 131분은 지루할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흑백 영화인데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오락성이 부족해 대중적 영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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