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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IMF, 그들은 어찌 되었을까?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에 충실

이종필 감독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3명의 말단 여성 직장인이 사측과 맞서 싸운다는 줄거리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가상의 대기업 삼진그룹 생산관리 3부의 자영(고아성 분)은 자사 공장의 페놀 방류를 목격한 뒤 사내 영어토익반의 절친한 동료 유나(이솜 분), 보람(박혜수 분)과 함께 결정적인 증거 및 배후를 찾아 나섭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최근 유행하는 ‘정치적 올바름’과 ‘복고’에 충실합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여성 직장인들은 전원 상고 출신으로 사실상 승진이 불가능합니다. 대졸 입사 후배들에 밀린 채 청소, 커피 타기, 담배 심부름을 하는 처지입니다.

그들이 새벽의 사내 토익반을 수강하는 이유는 매우 희박한 승진 가능성에 도전하기 위함입니다. 20세기 후반의 성차별 및 학력 차별로 인해 소외된 여성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꼭 들어맞는 소재입니다.

거물급 흥행 배우와는 거리가 있는 고아성과 이솜, 두 배우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박혜수의 조합은 참신합니다. 굵직한 남성 조연 배우조차 없이 여성 배우 3인 주인공은 도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95년 서울 을지로 배경

시공간적 배경인 1995년 서울 을지로와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인 1991년 두산 그룹 산하 두산 전자의 낙동강 페놀 방류는 복고에 충실합니다. 대기업 사무실이 밀집했던 을지로와 주변 호프집이 재현되었으며 고졸 여사원 제복, 88 담배, 디스 담배 등의 의상과 소품이 활용됩니다.

마침 최근에 1990년대의 헤어 스타일, 통바지, 오버핏 코트 등이 재유행해 영화 속 스타일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종반에는 자영, 유나, 보람이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서태지와 아이들’과 같은 힙합 스타일의 옷차림으로 노래방을 즐기는 장면도 제시됩니다. 도트 게임 스타일로 재현된 엔딩 크레딧과 달파란의 복고적 음악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매끄럽지만 깊이는 부족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장점은 남자 주인공과 로맨스를 배제한 채 110분의 러닝 타임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는 것입니다. 김영삼 정부가 외친 세계화의 공허함, 언론과 재벌의 유착도 나름대로 비판합니다. 윽박지르기 감동이나 억지 신파도 없습니다. 코미디 영화로 즐긴다면 매끄러운 전개와 개운한 해피엔딩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당시 여성 직장인에 대한 외모 품평, 회식 자리 음주 및 술 따르기 강요 등 빈번했던 성희롱 등은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섹스 어필이나 자극적 장면 없이 우직하게 끌어가려는 의도일 수도 있으나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접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공장에는 노조의 존재가 언급되지만 을지로 본사에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영어토익반이 노동조합 결성의 기초가 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일말의 언급이 없어 의문을 남깁니다.

결말에서 자영, 유나, 보람은 대리 승진의 꿈을 이뤄 속박의 상징인 제복과도 결별합니다. 하지만 2년 뒤 IMF에 이들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하면 삼진 그룹을 떠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IMF 이후 한국 사회의 지형은 기업이 쉬운 해고가 가능해져 노동자에 극도로 불리해지는 체제가 정착되었기 때문입니다.

삼진그룹이 영화 속에서 양념처럼 다뤄지듯 끝내 국외 자본에 헐값에 인수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후 정리 해고는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입니다. 영화 속 해피 엔딩조차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