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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 IMAX – 놀란의 대야망, SF 영화의 신기원?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CIA 요원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는 우크라이나 임무 도중 적에 생포되자 고문 도중 극약을 먹고 자결합니다. CIA에 의해 회수된 주도자는 극약이 가짜였으며 테스트였음을 알게 됩니다. 주도자는 비밀 조직 ‘테넷’의 일원이 되어 러시아 출신의 재벌 사토르(케네스 브래너 분)의 음모에 맞섭니다.

‘인셉션’의 직접 후속편 아냐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을 직접 맡은 SF 스릴러 블록버스터입니다. 개봉 전에는 그의 2010년 작 ‘인셉션’의 후속편이거나 세계관을 직접 공유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셉션’이 개인의 꿈속, 즉 내면의 잠재의식을 파고드는 영화라면 ‘테넷’은 시간 여행에 관련된 영화입니다. 시간 순서를 거꾸로 뒤집어 편집했던 2000년 작 ‘메멘토’, 블랙홀을 소재로 시공간을 여행했던 2014년 작 ‘인터스텔라’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역시 시공간을 교묘하게 교차 편집해 긴장감을 극대화했던 2017년 작 ‘덩케르크’와도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인셉션’도 여러 사람의 꿈속을 교차 편집하는 클라이맥스를 앞세운 바 있습니다. ‘테넷’의 오슬로 공항의 격투 액션은 일반적인 인간의 움직임과는 다르기에 ‘인셉셥’의 꿈속의 호텔 격투 액션과 흡사합니다. 액션의 교차 편집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장기 중 하나입니다. 사람마다 꿈속에서 시간이 다르게 흘러갔던 설정은 ‘테넷’에서 엔트로피의 역전에 의한 도치 즉, ‘인버전(Inversion)’에 비롯된 등장인물 개개인의 타임 라인 차이와 유사합니다.

007 제임스 본드 영화 답습

‘테넷’의 서사구조는 007 제임스 본드 영화를 답습합니다. 거대 조직을 등에 업은 광기의 악역에 주인공이 맞서 싸우는 전개는 007 제임스 본드 영화의 전형입니다. 주인공, 미녀, 그리고 악역의 애증의 삼각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외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유부녀 캣(엘리자베스 데비키 분)과 주도자의 섹스가 배제되어 있을 뿐입니다.

매끈한 고급 정장, 자동차 추격전, 요트, 그리고 전 세계 각지의 공간적 배경 등의 요소도 007 제임스 본드 영화의 요소입니다. 주도자에 도움을 주는 영국의 정보 고위 관계자 크로스비(마이클 케인 분)는 정장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를 무시하며 최고급 정장과 액세서리를 착용할 것을 권합니다. 제임스 본드 역시 최고급 정장과 액세서리를 고집하는 인물입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일반 상영관 버전에서는 ‘싸구려’로 번역되었지만 IMAX는 ‘중저가’로 번역되어 포맷에 따라 한글 자막이 다릅니다. ‘다크 나이트’ 삼부작과 ‘인셉션’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단골 캐스팅이었던 마이클 케인은 외모부터 고령을 숨기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테넷’은 우크라이나, 영국, 노르웨이, 인도,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등을 오갑니다. 클라이맥스의 공간적 배경 스탈스크-12는 러시아 시베리아 북부의 가상의 도시입니다. ‘테넷’의 시간적 배경은 현재 혹은 근미래로 보이는데 현실과는 거리가 먼 ‘냉전’을 강조하는 설정도 007 제임스 본드 영화와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선명해 딱히 반전조차 없는 선악 구도도 과거의 007 제임스 본드 영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테넷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버전을 주도자에 설명하는 과학자 바바라(클레망스 포에지 분)는 제임스 본드의 조력자 Q, 테넷의 중간 간부 프리야(딤플 카파디아 분)는 주디 덴치가 연기했던 M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프리야에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M과는 사뭇 다릅니다.

주도자가 죽음으로 신분을 세탁한 뒤 새롭게 활동하는 서두는 1969년 작 ‘007 두 번 산다’를 빼다 박았습니다. 죽음 이후의 새 출발은 게임에 익숙해진 현대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익숙합니다. 따라서 주도자는 실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끝내 제시되지 않으며 비밀스러움과 익명성을 강조합니다.

주도자와 닐, ‘터미네이터’ 연상

미래와 현재가 뒤엉킨 시간 여행 소재는 ‘터미네이터’와 ‘12 몽키즈’ 등을 연상시킵니다. 제목 ‘테넷(Tenet)’은 주의(主義), 교리(敎理) 등을 뜻하는 단어로 비밀 조직의 이름입니다. 테넷은 미래의 기술로 현재의 인류를 돕는 선한 조직입니다. 결과적으로 주도자가 미래에 창립할 조직이기도 합니다.

프리야의 대사를 통해 주도자가 여러 명이 있음이 암시되는 등 ‘테넷’은 거대한 세계관의 극히 일부만을 뚝 잘라 영화화한 느낌입니다. 반면 사토르를 앞세운 미래의 악의 조직은 이름조차 제시되지 않습니다.

‘테넷’은 단어의 뜻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뒤로 도치, 즉 인버전해도 동일한 철자 자체에 있습니다. 양손을 깍지 끼며 과거(현재)와 미래의 교차를 암시하는 것이 테넷의 상징입니다.

주도자와 그를 돕는 동료 닐(로버트 패틴슨 분)의 관계는 버디 무비를 넘어 ‘터미네이터’의 존 코너와 카일 리스의 관계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흑인인 주도자와 백인인 닐은 인종적 차이에서 드러나듯 존 코너와 카일 리스와 같은 혈연관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미래의 존 코너에 의해 현재로 보내진 카일 리스가 죽음으로 임무를 완수했다는 점에서 주도자와 닐의 관계와 동일합니다. 미래에서 주도자와 처음 만난 닐은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현재)로 거슬러 올라가 주도자를 우크라이나 오페라하우스 및 스탈스크-12에서 두 번이나 구출합니다.

그리고 스탈스크-12에서는 현생 인류의 멸망과 주도자의 죽음을 막으며 대신 죽습니다. 닐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의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카일 리스가 과거(현재)로의 시간 여행의 끝에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몰랐던 것과는 다릅니다. 존 코너와 주도자가 카일 리스와 닐이 죽임당할 것을 알면서도 과거로 보낸 것은 동일합니다.

‘테넷’에서 영상으로는 제시되지 않았으나 대사를 통해 스탈스크-12 이후 닐이 주도자를 진정 처음 만나게 될 것을 암시합니다. 주도자와 닐의 만남, 닐에게 기다리고 있는 운명, 그리고 현재의 멸망을 막도록 돕는 미래 세력 등은 운명론 및 순환론적 세계관까지 ‘터미네이터’와 동일합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대사가 세계관을 압축합니다.

주도자와 가장 가까웠던 닐이 배신하거나 숨겨진 최종 보스였다는 흔한 반전이 아니라 죽음으로 우정을 지키는 동료로 귀결되는 결말이야말로 최근 오락 영화와는 달라 참신합니다.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테넷의 줄거리의 얼개는 단순하나 설정은 20세기의 정통 SF를 연상시킬 정도로 난해합니다. 대사가 많고 액션을 비롯한 전개가 빨라 늘어지는 부분도 거의 없습니다. 인버전에 관한 바바라의 대사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관객에 직접 전하려는 말이자 주제의식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한 번만 관람하고 서사와 설정 모두를 이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취향이 맞는 이들에게는 반복 관람이 즐거운 과제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난해하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테넷’이 향후 오락 영화의 설정을 더욱 난해하게 만드는 선구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대 오락 영화의 관습과 문법을 과감히 뛰어넘으려 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야망의 결정체가 ‘테넷’입니다.

액션은 중반의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 747 화물기 충돌과 에스토니아 탈린의 자동차 추격전이 더욱 인상적입니다. 747 화물기 충돌 장면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 ‘다크나이트’의 항공기 탈출 장면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항공기 납치 장면을 뛰어넘으려 의식한 듯합니다.

747 화물기가 금괴 더미를 내다 버린 뒤 자동차들을 깔아뭉개다 건물과 추돌하는 박력 넘치는 장면은 음향까지 압권입니다. 반드시 IMAX로 관람해야 하는 진정한 클라이맥스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루드비그 예란손의 전자 음악 위주의 배경 음악은 신비스러우면서도 복고적인 SF 영화의 장르적 특성에 충실한 또 다른 주역입니다.

탈린의 자동차 추격전 장면은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고속도로 추격전 장면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스탈스크-12의 폐허 속 시가전 장면은 클라이맥스치고는 허전합니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 연기력 아쉬워

주연을 맡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선한 의지와 격투 능력이 매우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매력과 개성은 부족합니다. 아버지 덴젤 워싱턴으로부터 연기력은 물려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메멘토’ 이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의 첫 번째 유색 인종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가 흑인 배우이기 때문에 주도자가 닐과의 혈연은 전혀 없음을 처음부터 강조한 셈입니다.

반면 조연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과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외모와 더불어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1986년생 로버트 패틴슨은 30대에 접어들어 묵직함과 성숙미를 자랑합니다. 극 중에서 머리가 부스스해도 로버트 패틴슨의 매력은 전혀 감춰지지 않습니다. 향후 개봉될 ‘더 배트맨’에서 배트맨을 연기할 그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킵니다.

190cm의 장신 미녀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본드걸의 역할을 맡았지만 클라이맥스에서는 남편 사토르에 대한 복수를 직접 담당합니다. 남성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여성 캐릭터는 최근 영화의 대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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