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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 - 엽문·이소룡·견자단 관계, 흥미로워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엽위신 감독의 2008년 작 ‘엽문’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영춘권의 고수 엽문(견자단 분)이 중일 전쟁으로 고통 받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아내 장영성(슝다이린 분), 아들 준(이택 분)과 유복한 삶을 살던 엽문은 일본군의 침략으로 집과 재산을 잃고 가난에 몰립니다. 일본군 지휘관이자 카라테 고수 미우라(이케우치 히로유키 분)가 엽문과 대결을 원합니다.

이미 최고수인 엽문

‘엽문’은 시리즈 네 편의 영화 중 첫 번째 영화입니다. 그러나 주인공 엽문이 어떻게 영춘권을 배우고 무술가가 많은 불산에서 최고수의 위치에 오른 것인지 다루지는 않습니다. 제자를 육성하지는 않지만 이미 그는 최고수이며 많은 이들이 사사하기를 원합니다. 아내와도 어떻게 만나 결혼했는지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영춘권의 창시자가 여성이라는 대사 속 언급을 제외하면 이 같은 과정들을 생략해 상당한 의문을 남깁니다.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엽문이지만 중반부 일본군의 침략으로 급반전해 모든 것을 잃고 항일의 선봉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됩니다. 역시 엽문을 주인공으로 했던 왕가위 감독의 2013년 작 ‘일대종사’에서도 엽문이 궁핍에 몰리는 전개가 제시된 바 있습니다.

‘엽문’의 최대 매력 포인트인 액션은 훌륭합니다. 과거 홍콩 무술 영화에서 잔혹한 장면은 가급적 직접 묘사를 피하거나 어설프게 연출되었습니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가 완전히 끝난 21세기에 영화의 잔혹한 연출의 허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엽문’의 폭력 묘사는 분명 과거 홍콩 무술 영화보다 수위가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최근 영화의 잔혹성에 비하면 ‘엽문’이 도드라지게 잔혹한 것은 아닙니다.

두 일본군 장교 개성 달라

‘엽문’은 중국인은 선, 일본인은 악으로 구분 짓지만 그 경계선은 과거 영화들보다 모호한 편입니다. 경찰 출신 리소(임가동 분)는 친일 부역자이지만 엽문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과 가족의 신변의 위협도 감수합니다. 106분의 러닝 타임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가 리소입니다.

두 일본군 장교도 입장 차이를 드러냅니다. 미우라는 카라테의 우월함을 믿지만 엽문과 정정당당한 결투를 원하며 무의미한 중국인 살해는 피하려 합니다. 하지만 미우라의 부하 사토(시부야 텐마 분)는 중국인 살인을 즐기는 비열한 스테레오 타입의 일본군 악역 캐릭터입니다.

일본군의 추악한 만행을 묘사하는 장면에 삽입되는 비분한 음악을 가와이 겐지가 작곡해 기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이 악으로 설정된 영화의 음악을 일본인 작곡가가 음악을 맡은 것부터 매우 역설적입니다.

클라이맥스의 미우라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엽문은 사토의 흉탄에 맞아 중상을 입고 홍콩으로 가족과 함께 탈출합니다. 엽문이 부상당해 발생한 소동을 틈타 리소는 사토를 살해합니다. 저격당한 엽문이 무대 아래로 추락하는 슬로 모션 장면에서 얼굴을 보면 견자단이 아니라 스턴트 배우가 연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엽문-이소룡-견자단 관계 흥미로워

엔딩 크레딧 직전에는 엽문의 실제 사진과 함께 자막으로 그의 후일담을 모두 설명합니다. 제자 이소룡과의 만남도 사진으로 제시됩니다. ‘엽문 3’에서 이소룡이 처음 등장하는 데 ‘엽문’의 제작 당시만 해도 후속편은 확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엽문, 이소룡, 견자단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견자단은 이소룡의 스승인 엽문을 연기했는데 그가 일본군과 맞서는 ‘엽문’의 전개는 이소룡의 대표작 ‘정무문’을 연상시킵니다. 견자단은 한국에도 방영된 1994년 작 TV 시리즈 ‘견자단의 정무문’에 이소룡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진진을 연기한 바 있습니다.

정무문’의 진진은 결말에서 일본군의 흉탄에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암시되는데 ‘엽문’에서 엽문이 일본군의 흉탄에 중상을 당하는 결말을 연상시킵니다. 영화의 시대상이나 전반적인 분위기도 ‘정무문’과 ‘엽문’이 흡사합니다. 한국 영화 ‘장군의 아들’도 떠올리게 합니다.

일본인 배우들이 일본인 캐릭터를 연기해 일본어 대사의 발음은 어색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어 대사의 한글 자막은 의역을 넘어 창작 수준의 오역으로 가득합니다. 일본어 대사의 광둥어 자막을 다시 한글로 옮기는 중역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보입니다.

엽문 4 더 파이널 - 액션 좋지만 설정-서사 비현실적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포스21 2020/04/21 18:37 # 답글

    아... 이거 구글에서 싸게 팔길래 1편 사뒀습니다. ^^ 나중에 여유 생길 때 모바일로 볼려구요. 재밌으려나요?
    근데 대강의 스토리라인은 소시적에 본 이연걸의 정무문을 연상시키네요. 엽문에선 사부가 독살당해 복수하는 내용은 없지만 그거 빼면...
  • 디제 2020/04/21 18:54 #

    내일까지 CGV에서 엽문 4 상영 기념으로 1, 2, 3편을 모두 재개봉 중인데
    액션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한 시리즈입니다.
  • Ryunan 2020/04/22 10:17 # 답글

    재밌는 시리즈죠. 코로나 때문에 4편을 보러 가지 못해서 아쉽네요.

    기과한 측면 이라고 하신 건 영화 외적인 상황의 아이러니를 이야기 하신 건가요?
  • 디제 2020/04/22 10:25 #

    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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