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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피날레 - 오타쿠 판타지의 최종장 애니메이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피날레(finale)’는 2012년부터 출간된 라이트노벨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을 애니메이션화한 동명의 TV 시리즈에 이은 극장판입니다.

일본에서 지난해 10월 개봉 당시 원제는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Fine(冴えない彼女の育てかた Fine)’이지만 한국에서는 보다 이해하기 쉽게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피날레’로 바뀌었습니다.

토모야-메구미 커플에 집중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피날레’는 고교 3년생인 주인공 커플 토모야와 메구미에 집중합니다. 토모야는 더 이상 감정적으로는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지 않습니다.

자신이 리더인 블레싱 소프트웨어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시나리오 집필에 여름 방학 동안 집중하려 했던 토모야는 글이 막히자 메구미의 도움 및 그녀와의 관계 발전에 힘입어 슬럼프를 벗어납니다.

일본에서는 절친한 사이가 아니면 이름을 부르지 않는데 둘은 드디어 서로를 이름으로 부릅니다. 토모야가 제작을 주도하는 게임의 메인 히로인 메구리(巡璃 ; めぐり)는 이름부터 메구미(恵 ; めぐみ)와 닮았습니다.

토모야와 메구미의 관계가 마냥 순탄하면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토모야는 메구미와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 애매한 관계였던 우타하와 에리리를 돕기 위해 블레싱 소프트웨어를 제쳐놓습니다. 메구미의 생일날 이케부쿠로에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토모야가 불가피하게 지키지 못하면서 둘은 위기를 맞이합니다.

오타쿠 문화, 양지로 나오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은 오타쿠 문화를 양지로 끌어내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기본적으로 오타쿠의 지갑을 노리는 문화 상품이지만 막상 작품 내적으로 일본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감안해 ‘오타쿠’라는 단어 사용이나 소재 활용은 금기시되거나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은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이 모두 동인 게임의 시나리오, 일러스트, 음악 등 오타쿠 문화에 열정적입니다. ‘오타쿠’라는 단어는 물론 오타쿠 문화로부터 비롯된 신조어 및 은어도 대사로 활용됩니다.

토모야의 책상 뒤편 장식장에는 넨도로이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하루히로 짐작되는 바니걸 피규어,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카나메 마도카의 피규어 등이 보이며 방안 곳곳에는 라이트노벨 일러스트 포스터들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극중에서 다른 애니메이션 및 게임이나 그 캐릭터들이 대사 속에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야스노 키요노 목소리 연기, 메구미 매력 현실화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은 일본 대중문화가 장점으로 지니는 청춘 및 학원물로부터 출발합니다. 대사의 분량이 많은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와 더불어 섬세한 심리 묘사도 갖추고 있습니다. 원작 라이트노벨이나 TV판 애니메이션 등을 접하지 않았어도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피날레’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두 개의 게임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메구미와 사랑에 빠지면서 토모야는 작가는 물론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창작의 고충에 시달리는 작가 및 첫사랑에 빠진 소년의 심리 묘사가 충실합니다.

클라이맥스의 두 주인공의 서투른 키스 장면보다는 그에 앞서 전차역에서 메구미가 토모야의 손을 깍지 끼며 잡는 장면이 더욱 로맨틱합니다. 메구미의 캐릭터 디자인은 일견 평범하지만 성우 야스노 키요노의 간질거리듯 백치미에 가까운 목소리 연기에 힘입어 매력적인 캐릭터로 승화되었습니다. 일편단심 청순가련형이라는 점에서 남자 오타쿠들의 심리를 자극합니다.

성인 배제된 오타쿠 판타지

남자 오타쿠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비현실적인 요소도 눈에 띕니다. 오타쿠인 토모야의 주위에 여학생이 가득한 미소녀물이자 할렘물의 정석을 따릅니다. 토모야가 주위 여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가 오타쿠이기 때문이 아니라 재능을 갖춘 미소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피날레’는 토모야와 여학생들의 관계에 방점을 두어 이오리의 비중이 작은 것이 아쉽습니다. 그는 친구가 많지 않은 토모야의 유일한 남자친구이지만 둘의 접점은 엔딩 크레딧 이후 추가 장면을 제외하면 부족합니다. 우타하와 에리리가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내밀한 우정을 쌓은 것처럼 대조적 성격의 동성 친구인 토모야와 이오리의 우정에 비중을 보다 할애했다면 싶습니다.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피날레’가 비현실적인 또 다른 이유는 소년소녀들의 부모를 비롯해 40세 이상의 성인은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인 남성은 얼굴 및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남녀 고교생들이 서로의 집을 방문해 밤샘작업을 해도 부모의 존재가 완전히 배재된 것은 오타쿠 서사로서 ‘소년소녀 판타지’에 충실하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키스 장면 이후 압축 아쉬워


토모야가 우타하와 에리리의 작업 연장을 위해 오사카의 게임 회사에서 담판을 짓는 장면을 생략한 선택 역시 ‘어른’을 삭제하기 위한 판단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서사 전개의 속도를 위해서도 정확한 판단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클라이맥스인 토모야와 메구미의 키스 장면 이후 엔딩 크레딧까지는 압축이 아쉽습니다. 우타하와 에리리의 팬들도 있으니 그들의 심리 묘사가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러닝 타임이 할애되어 전개의 속도감이 떨어집니다.

2가지 버전의 후일담 추가 장면

엔딩 크레딧 이후 추가 장면은 캐릭터들의 미래를 묘사하는 상당한 분량으로 2개의 장으로 구분됩니다.

첫째, 토모야가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영업 사원이 된 가운데 메구미와 이별하는 배드 엔딩입니다. 토모야는 우타하와 우연히 재회하며 두 사람이 새로운 관계로 발전할 듯하지만 실은 우타하의 망상에 기초한 게임 시나리오임을 드러납니다. 이 시나리오는 도망자 신세의 이오리가 인상적입니다. 성인이 된 우타하는 긴 머리를 자르고 단발이 되었습니다.

둘째, 토모야와 메구미가 변함없이 사랑을 유지하는 현실의 후일담입니다. 메구미, 이오리 등은 토모야가 대표인 게임 회사의 직원입니다. 토모야와 메구미는 고3 시절 메구미의 생일날 만나지 못했던 이케부쿠로에서 만납니다.

토모야의 집에 동문이 모두 모여 축배를 드는 해피엔딩으로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서두에서 고교생이라 고깃집에서 음료수로 건배했던 캐릭터들이 성인이 되어 궤짝으로 쌓아놓은 맥주로 건배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포스21 2020/02/29 18:32 # 답글

    일단 2기 애니까지 보고 나서 영화판을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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