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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상 - 방만한 3시간 8분, 지루하다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치 독일 치하에서 엘리자베트(자스키아 로젠달 분)는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어 강제 불임 수술을 받고 가스실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엘리자베트의 조카 쿠르트(톰 쉴링 분)는 예술적 재능을 앞세워 동독에서 사회주의 미술가로 이름을 얻습니다. 하지만 쿠르트는 아내 엘리(파울라 비어 분)와 함께 서독으로 망명합니다.

나치 치하에서 동서독 분단까지

‘작가 미상’은 2006년 작 ‘타인의 삶’의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을 맡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동서독의 분단으로 격동기였던 20세 중반 독일을 배경으로 예술가의 삶을 묘사합니다.

주인공 쿠르트는 어린 시절 이모 엘리자베트와의 이별 및 죽음을 경험한 뒤 평생 동안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모를 불임 수술시키고 결국 죽음으로 내몬 산부인과 의사 카를(세바스티안 코치 분)의 외동딸 엘리와 쿠르트는 가까워집니다.

엘리가 이모와 이름과 같다는 사실에 집착하는 쿠르트는 카를이 이모를 죽음을 몰아간 사실은 모릅니다. 쿠르트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강요당하는 가운데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2018년 작 ‘작가 미상’은 감수성 예민한 소년이 나치 독일 치하에서 성장해 최근 개봉된 ‘조조 래빗’과 출발선이 비슷합니다. 냉전 시대 유럽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 진영을 넘나드는 예술가 부부의 삶은 ‘콜드 워’를 떠올리게 합니다. 동독 치하 예술가 소재 영화로서 공산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전작 ‘타인의 삶’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각본과 설정, 구멍 두드러져

‘작가 미상’은 러닝 타임 3시간 8분에 달하는 대서사시입니다. 소년 시절부터 30세에 달한 쿠르드의 삶을 시간 순으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매우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각본의 완성도가 부족해 서사의 구멍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치 부역자 카를이 누구에게도 처벌받지 않으며 쿠르트도 그와 이모가 악연이라는 사실을 끝내 모른 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단지 카를은 쿠르트가 엘리자베트의 사진을 그림으로 옮긴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카를은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단죄 받지 않습니다. 그가 진정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도 의문입니다.

쿠르트와 교제하던 엘리가 임신하자 카를은 의학적 사실을 속여 낙태 수술을 자신이 직접 자행합니다. 엘리는 낙태 수술의 부작용으로 인해 쿠르트와의 결혼 뒤에도 유산을 피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르트 부부는 피임을 하지 않았는지 결국 엘리가 임신에 성공하는 해피엔딩은 무신경한 각본을 상징합니다.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아내가 임신 시 유산이 반복되는 위험한 상태에서 피임을 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피임 여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습니다.

캐릭터의 설정도 앞뒤가 맞지 않거나 설명이 부족합니다. 엘리자베트는 나치가 ‘퇴폐’로 규정한 순수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히틀러를 열렬히 숭배하는 모순을 노출합니다.

결말의 ‘예술 작품’, 허전해

쿠르트의 담당 교수이자 기인인 베르텐(올리버 마수치 분)은 어느 날 갑자기 충격에 빠진 듯 수업을 극도로 짧게 마무리하는 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쿠르트가 오랜 고민 끝에 도달하는 예술적 귀결은 자신의 삶과 연관된 사진들을 그림으로 고스란히 옮기는 것입니다. 제목 ‘작가 미상’은 쿠르트가 그림으로 옮겨오는 사진들이 작가 미상이라는 이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도는 숨깁니다. 예술가가 살아온 행적이 예술에 녹아나는 것은 베르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쿠르트가 도달한 예술적 경지가 언론의 조명을 받을 만큼 높은 것인지 의문입니다. 카를의 증명사진 4매를 그림으로 옮긴 쿠르트의 작품은 앤디 워홀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극중 소품인 쿠르트의 ‘예술 작품’은 감동적이지도 독창적이지도 않습니다. 결말까지 허전해지는 이유입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비해 아쉬워

‘작가 미상’은 예술가의 삶과 사랑, 그리고 그의 작품을 이성과 감성, 양면으로 모두 접근하다 어느 쪽도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최근 개봉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예술가의 사랑과 그의 작품을 철저히 탐미적이며 감성적으로 접근해 인상적인 결과물로 승화시킨 것에 비하면 ‘작가 미상’은 부족합니다.

장면이 포함하는 정보가 많지 않음에도 호흡이 전반적으로 깁니다. 188분의 방만한 러닝 타임이 지루해 120분 정도로 줄이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유불급입니다.

타인의 삶 - 깊이가 돋보이는 묵직한 심리 스릴러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Ryunan 2020/02/25 13:30 # 답글

    단순 나열보다는 압축을 좀 하는 게 나았을거 같아요. 서독망명 시 남겨진 어머니는 어떻게 된건지도 궁금하네요.
  • 주흠 2020/03/07 08:03 # 삭제 답글

    저는 예술이라는 것이 결국 '개인의 삶과 개인의 진실'이라는 것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동적이었거든요. 반면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좀 모호한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되네요.
    그래도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 나름 영화광 2020/04/06 11:20 # 삭제 답글

    글쓴이님에 의견에 일부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본 영화중에 작가미상이란 영화는 이렇게까지 혹평을 받을 만큼 엉성한 영화는 아닌듯합니다. 저는 최근에 본 영화중에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가장 몰입해서 보았고, 인생에 대해서 예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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