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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 조폭 소재 ‘달콤한 인생’ 빼닮은 이유는?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민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대통령 박정희가 암살당한 10.26사태와 그 이전의 약 40일을 묘사합니다.

서울 남산에 위치했던 중앙정보부의 전직 부장 김형욱과 현직 부장 김재규, 그리고 박정희와 경호실장 차지철의 복잡한 갈등과 암투를 묘사합니다. 김충식의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화했습니다.

김재규, 김규평으로 바뀐 이유는?

‘남산의 부장들’은 본편 시작 전 ‘실화에 기초한 허구’이며 엔딩 크레딧 종료 뒤 다시 한 번 ‘허구’임을 자막을 삽입해 강조합니다.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박정희의 엽색 행각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는 것도 동일선상의 연출 의도로 보입니다. 박정희의 친일 행적도 일본어 대사 하나로 암시할 뿐입니다. 극중에서 주인공 김규평(이병헌 분)은 5.16 군사 쿠데타에 처음부터 가담한 것으로 제시되지만 실제 모델 김재규는 5.16에 가담하지는 않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바꾼 것도 같은 의도로 해석됩니다. 주인공 김재규는 김규평, 박정희는 박통(이성민 분), 김형욱은 박용각(곽도원 분), 자치철은 곽상천(이희준 분)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박용각을 제외하면 나머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실명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곽상천은 차지철과 비교적 희성(稀姓)이며 이름의 마지막 글자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심 끝에 이루어진 작명임이 드러납니다.

박통-전두혁, 박정희-전두환 닮아

조연급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실존 인물과 비슷하게 바뀌었습니다.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전두혁(서현우 분), 청와대 비서실장 김계원은 김계훈(박지일 분), 육군참모총장 정승화는 장승호(김민상 분)로 등장합니다.

특히 머리 모양을 비롯해 첫눈에 전두환임을 알 수 있는 전두혁은 주인공처럼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며 김규평의 거사의 열매를 따먹습니다. 탐욕스러웠던 전두환의 롤 모델이 박정희임을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박통과 전두혁은 각각 박정희와 전두환의 외모는 물론 말투와 목소리마저 비슷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이성민과 서현우의 실존 인물에 대한 분석에 기초한 연기력이 빼어납니다.

10월 26일 궁정동 안가 술자리에 참석했던 가수 심수봉과 여대생 신재순은 등장하지만 무명의 엑스트라처럼 이름조차 제시되지 않습니다. 박통의 아들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가족은 등장하지 않으며 언급조차 되지 않습니다. 반면 직접 등장하지 않는 신민당 총재 김영삼은 실명 그대로 등장인물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허구임을 강조하는 ‘남산의 부장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와 결말에 실제 사진 및 음성을 삽입해 근본적으로 실화에 기초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정치 영화로서의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18년 독재의 말기에 달한 박정희의 권력욕과 금전욕, 그리고 의심은 극에 달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박통은 심복들에 잔혹하고 더러운 임무를 맡기며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임자 옆엔 내가 있잖아.”라며 전권을 부여하되 책임은 자신이 지는 듯 말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산의 부장들’ 박용각과 김규평은 이용 가치가 종료된 뒤 동일하게 팽 당합니다. 모노톤 의상에 인내심이 돋보이는 김규평과 절친한 친구로 묘사되는 박용각은 화려한 의상 및 외향적인 성격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지만 둘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다르지 않습니다. 김규평과 박용각이 극중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침을 맞고 있는 곽도원은 ‘곡성’을 연상시킵니다.

‘달콤한 인생’ 빼닮은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은 김지운 감독의 2005년 작 ‘달콤한 인생’과 여러모로 흡사합니다. 주연을 맡은 이병헌의 무채색 위주의 의상과 캐릭터의 절제된 성격,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출발점부터 동일합니다.

달콤한 인생’의 강 사장(김영철 분)을 둘러싼 선우(이병헌 분)와 문석(김뢰하 분)의 2인자 대결은 ‘남산의 부장들’의 박통을 둘러싼 김규평과 곽상천의 2인자 대결을 빼닮았습니다.

인내하던 이병헌이 결국 총부리를 ‘보스’에게 돌려 유혈이 낭자한 참극이 발생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신도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 귀결도 동일합니다. 복잡 미묘한 표정 연기를 통해 충성을 바치던 ‘주인’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폭발시키는 이병헌의 압도적 연기력은 ‘달콤한 인생’과 ‘남산의 부장들’이 난형난제입니다.

한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 중 한 명인 이병헌의 명연기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김재규에 대한 논의 및 재평가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두환의 육성을 반박하듯 김재규의 육성을 마지막에 삽입해 우민호 감독의 의도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남산의 부장들’의 서두에서 김규평이 궁정동 안가의 방에 들어간 뒤 총성이 들리는 첫 장면은 선우가 복도를 통해 바 ‘달콤한 인생’으로 들어간 뒤 총성이 들리는 ‘달콤한 인생’의 예고편과 유사합니다.

‘남산의 부장들’이 조직 폭력배를 소재로 한 ‘달콤한 인생’을 연상시키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박정희 군사 정권이 ‘달콤한 인생’의 조직 폭력배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보스 1인의 카리스마에 전적으로 의존한 가운데 폭력과 범죄를 일삼고 인명을 경시한 독재라는 점에서 조직 폭력배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과 방향성 달라

‘남산의 부장들’은 10.26을 정면으로 응시한 영화라는 점에서 임상수 감독의 2005년 작 ‘그때 그 사람들’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10.26을 역사의 촌극으로 묘사한 코미디 ‘그때 그 사람들’과 달리 ‘남산의 부장들’은 수백만의 시민이 희생당할 수도 있었던 위기감과 긴장감이 팽팽히 두드러지는 진중한 느와르에 가깝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은 10.26 당일 묘사에 집중합니다. 따라서 김형욱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산의 부장들’은 왜 10.26이 일어났는지 상대적으로 충분한 시일을 두고 원인을 차분히 짚어나갑니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20세기 중후반을 배경으로 할 때 당시의 기본적인 폰트조차 제대로 재현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산의 부장들’은 1970년대 후반의 폰트를 비롯해 인물들의 머리 모양과 의상, 화장까지 충실히 재현했습니다. 청자 담배와 칠성사이다, 그리고 박정희가 최후의 순간까지 애용했던 시바스리갈까지 소품도 인상적입니다.

영상 톤도 해상도가 떨어지던 당시의 컬러 사진을 떠올리게 하듯 뿌연 색감으로 유지됩니다. 극중에서 박통이 컬러 TV 보다는 흑백 TV를 선호한다는 대사와 묘하게 맞물립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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