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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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라이프 - 연기력에만 의존, 구멍 투성이 불륜극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4세 소년 조(에드 옥슨볼드 분)는 아버지 제리(제이크 질렌할 분), 어머니 자넷(캐리 멀리건 분)과 함께 몬태나로 이사합니다. 골프장에서 단기간에 해고된 제리는 복직을 거부하고 산불 진화에 종사하게 되어 집을 떠납니다. 자넷은 경제적 어려움을 핑계로 자동차 딜러 밀러(빌 캠프 분)와 가까워집니다.

인생 참 제멋대로

2018년 작 ‘와일드라이프’는 리처드 포드의 1990년 작 소설을 배우 폴 다노가 각색, 제작에 참여하고 연출한 감독 데뷔작입니다. 1960년 미국 북부의 소읍을 배경으로 어머니의 불륜 및 가족 해체 과정을 소년의 시각으로 포착합니다.

제목 ‘Wildlife’는 ‘야생동물’을 뜻하지만 극중에서는 후반부에 산불 진화를 마치고 돌아온 제리가 자넷의 불륜을 알게 된 뒤 분노해 일갈하는 대사에 포함됩니다. 한글 자막으로는 “인생 참 제멋대로다”로 제시되는데 ‘엉망진창의 삶’ 정도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심리 묘사, 설득력 태부족


‘와일드라이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심리 묘사입니다. 등장인물의 숫자가 적고 정치 혹은 사회적인 소재가 아니라 가족의 파탄을 다루기에 이들의 심리 및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올라가는 캐리 멀리건이 연기한 자넷의 행동에는 설득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개연성이 있지만 구체적 행위는 무신경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넷은 밀러의 집에 초대받은 저녁 식사 자리에 조를 데려가 밀러와의 키스 순간을 들킵니다. 굳이 조를 데려갈 이유가 없었지만 데려가 발각당한 것입니다. 이후에는 밀러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안방에서 섹스를 하다 조가 엿보게 됩니다. 자넷이 섹스를 해야 했다면 아내와 결별해 혼자 살고 있는 밀러의 집에서 하면 되었을 것입니다. 아들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어머니가 이토록 부주의할까 싶습니다.

조의 심리 묘사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14세라면 감수성이 예민하며 감정이 폭발하기 쉬운 나이입니다. 하지만 3인 가족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조가 가장 인내심이 강합니다. 어머니의 불륜과 거짓말을 알고도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과묵해 비현실적입니다. 자신의 고민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홀로 삭히고 감내하기만 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작품의 제목을 입에 올리며 분노를 터뜨리는 제리를 위해 조의 분노는 극적인 이유에서 억눌렀다고 볼 수도 있으나 14세 소년에 대해 근본적으로 무지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폴 다노가 자신과 비슷한 이미지의 이마가 넓고 동그란 얼굴의 에드 옥슨불드를 캐스팅했지만 정작 폴 다노 본인은 14세 시절을 겪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소년의 성장, 제대로 제시 못해

서사 전개의 구멍도 두드러집니다. 제리가 산불 진화에 종사하기 위해 떠난 뒤 자넷과 조는 산불 현장에 찾아갑니다. 그러나 모자는 가장을 만나지는 않습니다. 만남을 시도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먼 곳까지 찾아갔음에도 안 만난 것인지, 아니면 못 만난 것인지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조가 학교를 결석하고 떠나야 했던 이유가 제시되지 않습니다.

‘와일드라이프’는 어머니의 불륜으로 가족이 붕괴되는 엄혹한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을 묘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소년의 성장을 입증하기에는 결말의 한 장면만으로는 터무니없이 허전합니다.

조가 동급생이자 유일한 친구인 루스 앤(조 마가렛 콜레티 분)과 가까워지지만 사랑에 빠진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루스 앤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소년의 성장을 묘사하는 데 가장 적절한 소재인 첫사랑을 등한시한 것입니다.

배우들 연기력만으로 구멍 못 메워

‘와일드라이프’는 ‘배우는 감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범한 명제를 재확인합니다. 104분의 산술적으로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은 정적인 카메라 워킹과 긴 장면 호흡으로 인해 지루하게 체감됩니다.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완급 조절이 없습니다. 폴 다노는 ‘예술 영화’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오락 영화와는 거리가 먼 채 예술 영화도 되지 못합니다.

각본과 연출의 약점은 전적으로 배우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연기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구멍이 너무 큽니다. 한동안 출연작이 뜸했던 캐리 멀리건은 갑자기 노화된 마스크로 안타까움을 유발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Ryunan 2019/12/31 11:15 #

    아들 학교생활 이야기가 좀 더 나왔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의 갈등은 완전 생략 해버렸네요.

    여러모로 실망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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