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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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 어른의 치정, 진실-거짓 경계 모호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형사 재곤(김남길 분)은 살인범 준길(박성웅 분)을 검거 일보 직전에 놓칩니다. 재곤은 ‘영준’이라는 가명으로 정체를 숨긴 채 준길의 연인 혜경(전도연 분)에 접근합니다. 유흥업소에 근무하는 혜경은 준길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영준의 접근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사랑해선 안 되는 남녀의 사랑

오승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15년 작 ‘무뢰한’은 형사와 살인범의 연인의 사랑을 묘사합니다. 범죄를 소재로 사랑해서는 안 되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느와르의 전형적 소재입니다.

‘무뢰한’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애매함이 매력적입니다. 재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하는 형사로 과거 목포에서 용의자의 연인에 돼지 발정제를 사용해 자백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재곤은 선배 형사 기범(곽도원 분)이 혜경에 돼지 발정제를 사용하려 하자 강하게 제지합니다. 빚에 시달리는 혜경이 전당포에 맡긴 귀걸이도 재곤이 구입해 선물합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혜경은 재곤과의 만남을 통해 위안을 얻습니다. 재곤은 준길의 도주 자금을 제공할 테니 혜경은 자신과 함께 도망칠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사랑해서는 안 되는 두 사람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재곤은 혜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준길을 사살합니다. 재곤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물론 혜경이 준길을 증오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새해에는 복 많이 받아라, 씨XX아

재곤은 마약 수사 과정에서 혜경의 곁을 맴돌다 혜경에게 칼에 찔리는 것이 결말입니다. 마지막 대사는 피를 흘리며 산동네를 홀로 걸어 내려가는 재곤의 정지 컷 순간 삽입되는 “새해에는 복 많이 받아라. 씨XX아”입니다. 118분의 러닝 타임에 걸친 두 주인공의 애증을 압축한 명대사입니다.

결말의 재곤의 생사 여부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느와르가 그러하듯 주인공의 죽음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곤이 살아남아 혜경의 곁을 맴도는 치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애매한 것도 성인을 위한 영화 ‘무뢰한’의 장점입니다.

재곤은 형사이지만 소위 ‘스폰서’의 존재를 거부하지 못합니다. 반면 살인범 준길은 혜경에 대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순정을 보입니다. 준길의 혜경에 대한 사랑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죽음으로 직결됩니다. 주인공과 악역이 선악의 요소를 반대로 나눠 가집니다.

혜경은 재곤과 동침한 다음날 아침 잡채를 만들며 유흥업소 여성답지 않은 평범함과 사랑스러움을 선보입니다. 재곤과 혜경의 서로에 대한 감정이 어디까지 진짜이며 어디서부터 가짜인지 재단하기 어렵습니다. 100% 진실한 사랑은 아니지만 100% 거짓된 사랑도 아닙니다.

대사가 귀에 안 들어와

약점도 뚜렷합니다. 녹음 및 음향의 문제인지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오승욱 감독이 공들여 집필한 대사들이 귓등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무뢰한’은 주인공 재곤을 뜻하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사살하기 직전까지는 혜경에게 상당히 신사적으로 행동해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재곤은 영준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유흥업계에 경험은 적지만 초짜는 아닌 것으로 자신을 포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짜 티를 숨기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닳고 닳은 혜경은 영준의 정체를 직감하지 못합니다.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서사 전개의 중요 요소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것도 아쉽습니다. 준길이 재곤의 권총을 확보하고도 도주 과정에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검거 과정에서 준길은 칼에만 의존하며 저항한 끝에 재곤에 사살됩니다. 혜경에 돼지 발정제를 먹이려다 재곤에 의해 제지당한 기범이 재곤에게 아무런 뒤끝이 없는 전개는 어색합니다.

전도연, 최고의 여배우

‘무뢰한’의 애매함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두 주인공의 입체성입니다. 특히 혜경을 연기한 전도연은 웃음을 파는 직업여성의 이면인 삶의 고통은 물론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순수함까지 생생하게 구체화했습니다.

전도연은 한국 영화사상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최고의 여배우입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청순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무뢰한’에서는 이를 일부 활용하면서도 사랑과 돈에 지쳐있는 밑바닥 삶을 연기합니다. 어떤 색깔을 입혀도 잘 어울립니다.

할리우드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에서도 몇몇 여배우들은 노출 연기를 통해 ‘배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도연은 노출 연기에 몸을 사리는 배우는 아닙니다. ‘무뢰한’을 비롯해 항상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21세기 초반을 전후해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선도하며 흥행과 비평을 모두 잡은 배우들 중 깎아 놓은 듯한 미남미녀는 드문 것이 사실입니다.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기 쉬운 상대적으로 평범한 외모에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승부하며 한국인의 정서를 반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전도연 역시 이 같은 배우입니다.

킬리만자로 - 영화광이 명감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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