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디에고 - 마라도나, ‘나폴리의 신’에서 ‘이탈리아의 적’으로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라도나, 나폴리의 신으로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의 다큐멘터리 ‘디에고’는 20세기 후반을 풍미했던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의 전성기와 추락을 포착합니다.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와 스페인 FC 바르셀로나를 거친 마라도나가 이탈리아의 SSC 나폴리로 이적한 1984년부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직후를 집중적으로 묘사합니다. 1960년생 마라도나는 당시가 전성기였습니다.

강등을 우려해야 했던 SSC 나폴리는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라도나를 영입해 1987년 세리아 A 우승, 1989년 UEFA컵 우승을 차지합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조국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끕니다.

그는 방탕한 사생활과 마약 중독에도 불구, 천부적 재능과 맹렬한 승부욕을 앞세워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합니다. 특히 이탈리아 내에서도 타 지역으로부터 무시당하던 나폴리의 시민들에게 스타를 넘어 구세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탈리아의 적으로 추락하다


마라도나와 나폴리의 밀월은 영원하지 못합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이라는 운명의 장난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라도나는 인종 차별과 같이 뿌리 깊은 이탈리아의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건드려 나폴리의 시민들이 이탈리아 대표팀이 아닌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응원하도록 유도합니다.

홈팀 이탈리아를 SSC 나폴리의 홈구장 산 파올로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준결승전에서 만난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 혈투 끝에 승리합니다. 이탈리아는 3-4위전으로 밀려나고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안방에서 월드컵 우승을 염원하던 이탈리아의 마라도나를 향한 여론은 차갑게 식어버립니다. 그동안 숨겨져 왔던 마라도나의 성매매와 코카인 중독은 물론 마피아와의 유착 등이 전면에 부각되어 재판을 받고 세리아 A에서도 징계를 받습니다. 마라도나는 도망치듯 나폴리를 떠납니다.

마라도나의 치부


‘디에고’는 마라도나를 천재성과 업적을 찬양하는 주제의식의 영화는 아닙니다. 그의 치부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마라도나가 1986년 탄생한 사생아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시나그라를 출생으로부터 30년이 지난 2016년에야 인정한 영상을 엔딩 크레딧 도중에 삽입합니다. 마라도나는 오랜 연인이자 1984년 결혼했으며 2004년 이혼한 아내 클라우디아 빌라파녜를 두고도 바람을 피우고 성매매를 했습니다.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을 통해 마라도나의 양면성을 포착합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전에서 마라도나는 헤딩을 시도하는 척하다 손으로 공을 쳐 득점을 인정받습니다. “손으로 넣은 것은 맞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다”는 마라도나의 육성이 삽입됩니다.

3분 뒤 마라도나는 단독 드리블로 골키퍼를 포함한 7명을 한꺼번에 제친 뒤 득점을 성공시키는 환상적인 골로 2-0으로 벌리며 승부를 가릅니다. 포클랜드 전쟁으로 앙숙이 된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축구 전쟁’은 아르헨티나의 2-1 승리로 귀결됩니다.

3분 사이에 만들어진 마라도나의 2골은 그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의 양면성을 압축합니다. ‘디에고’는 마라도나의 인격이 빈민가 소년 ‘디에고’와 축구에 대한 사명감으로 가득한 ‘마라도나’로 분리되어 있었으며 이 같은 괴리가 마라도나를 추락으로 이르게 만들었다고 풀이합니다. 마라도나는 축구 만화의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뒤 하루아침에 추락해 너무나도 극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마라도나의 전성기에 집중한 ‘디에고’는 결말에서 그가 나폴리를 떠난 이후의 삶을 짧게 압축해 제시합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그리스전 득점 직후 포효는 물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나이지리아전 당시 관중석에서 양손을 쓴 손가락 욕 장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졸렬함

‘디에고’의 초점은 마라도나 개인의 치부보다는 이탈리아 언론 및 대중의 표변에 맞춰져 있습니다. 월드컵에서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승리하는 것은 축구 선수로서 당연하지만 이탈리아의 탈락이 ‘괘씸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마라도나를 집요하게 도청해 그의 혐의를 찾아냅니다. 마라도나의 코카인 중독이 쉬쉬하며 묵인된 가운데 세리아 A의 약물 검사도 느슨했지만 1990년 월드컵 직후 제대로 된 약물 검사에 적발되어 중징계를 받습니다.

언론과 대중이 인물 및 이슈에 대해 죽 끓듯 변덕스러운 것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졸렬함은 2002 한일 월드컵 직후에도 되풀이됩니다. 16강전에서 세리아 A 페루자 소속 안정환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골든골을 넣고 탈락시키자 페루자는 그를 쫓아냅니다.

독특한 연출 방식

‘디에고’의 연출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는 인터뷰이의 영상을 삽입하기 마련이지만 ‘디에고’는 생략한 채 당시의 기록 영상에 음성만을 삽입합니다. dvd 및 블루레이의 코멘터리와 동일한 방식입니다.

마라도나 본인조차 현재의 일상 장면과 달리 인터뷰 모습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맞은 인물들의 현재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 아쉬움은 있으나 영상이 제시하는 당대에 집중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130분의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 지루함 없이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별도의 내레이터가 없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대신 마라도나 본인과 아내, 연인, 옛 동료와 구단주, 그리고 기자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풍성하게 실어 다채로운 시각을 반영합니다.

경기의 기록 영상과 뉴스, 연예 프로그램, 잡지, 신문 등 방대한 자료가 갖춰진 가운데 ‘디에고’의 제작진이 취사선택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기록 및 자료의 풍부함에 부러움을 숨길 수 없습니다. 다큐멘터리로서 ‘디에고’의 밀도는 상당히 높고 빼어납니다.

한국 개봉명 ‘디에고’, 아쉬운 이유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한국은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첫 상대가 마라도나가 이끄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였습니다. 한국은 박창선의 월드컵 첫 골이 터진 가운데 1-3으로 패했는데 ‘디에고’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다루지 않습니다. 당시 마라도나를 마크하는 가운데 ‘태권 축구’로 불리게 된 허정무에 대해서도 당연히 언급되지 않습니다.

‘디에고’의 원제는 마라도나의 풀 네임인 ‘Diego Maradona’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마라도나’도, ‘디에고 마라도나’도 아닌 ‘디에고’가 개봉명으로 선택되었습니다.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는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다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과는 거리가 먼, 잘못된 선택으로 보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