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KBO 야매카툰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tGwTghvdi_VdQ6X1gyTQYw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프랑스 영화에 바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헌사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노령의 여배우 파비안느(카트린 드뇌브 분)가 자서전을 발간합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파비안느의 외동딸 뤼미르(줄리엣 비노쉬 분)가 남편 행크(에단 호크 분), 딸 샤를로트(클레망틴 그레니에르 분)와 함께 파리의 파비안느의 집을 방문합니다. 뤼미르는 파비안느의 자서전이 사실을 왜곡했다며 불만을 표합니다.

현재에 드리워진 망자의 그림자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 편집, 연출을 맡았습니다. 평생 인기를 누려온 노 여배우와 그의 평범한 딸의 오랜 갈등과 화해를 묘사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가족에 대한 고찰이 되풀이됩니다.

파비안느는 배우로서의 자신감으로 가득해 거만한 반면 뤼미르는 배우가 되는 것에 실패해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습니다. 일에만 매달린 파비안느는 뤼미르에 무관심했습니다. 뤼미르는 어머니의 유명세가 평생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과거 뤼미르는 파비안느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여배우 사라 몽다방을 어머니처럼 따랐습니다. 하지만 사라는 파비안느와의 캐스팅 경쟁에 밀린 뒤 비극적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파비안느가 감독과 동침해 사라에게 돌아갈 배역을 빼앗은 것입니다.

극중에 등장하지 않지만 과거에 죽은 이가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그림자가 된다는 점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8년 작 ‘걸어도 걸어도’를 연상시킵니다.

비록 과거 회상 장면이 직접 삽입되지 않지만 등장인물의 대화 등을 통해 그들이 살아온 과거가 드러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각본의 탄탄함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도 유지됩니다. 섬세하면서도 직관적인 인간 성찰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대 장점입니다.

삼대로 확장된 모녀 관계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모녀 관계는 파비안느와 뤼미르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뤼미르의 외동딸이자 아역 배우 샤를로트(클레망틴 그레니에르 분)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파비안느는 자식에게 냉정한 어머니였지만 손주에게는 점차 살가운 할머니가 됩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3대의 이야기가 됩니다.

뤼미르의 각본과 샤를로트의 연기가 힘을 합쳐 파비안느를 감동시키기도 합니다. 샤를로트의 연기력은 할머니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합니다. 아역 배우가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가족이 주된 테마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의 전형적 요소 중 하나입니다. 아역 배우 배역을 맡은 클레망틴 그레니에르의 연기도 깜찍합니다.

뤼미르의 남편 행크는 영화의 주연을 맡지 못한 채 드라마에 출연하는 B급 배우로 파비안느의 커리어에는 비할 수 없습니다. 행크는 프랑스어를 거의 하지 못해 파비안느와 뤼미르의 모녀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 영화에 바치는 헌사

손에 잡힐 듯 캐릭터의 생생함과 깊이는 화려한 배우들의 연기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한 시대를 각각 풍미했던 세기의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의 호흡만으로도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관람할 가치가 있습니다.

1964년 작 ‘쉘부르의 우산’에서 압도적 미모를 뽐내며 전 세계의 연인으로 등극한 카트린 드뇌브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연기는 그의 배우로서의 일평생과 겹쳐 보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여배우의 캐스팅은 물론 아누크 에메, 브리짓 바르도 등이 대사 속에 언급되어 프랑스 영화에 대한 무한한 헌사를 바칩니다. 프랑스 영화의 오랜 팬들에게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선물과 같습니다.

파비안느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캐스팅될 뻔 했다며 카트린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가 ‘사이코’의 욕실 살해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재현하기도 합니다. 엔딩 크레딧 도중의 파비안느의 애견 산책 장면의 롱 테이크 영상은 카트린 드뇌브의 모습 중 하나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줄리엣 비노쉬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2007년 작 ‘빨간 풍선’에 이어 또 다시 아시아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또 다시 프랑스 여성과 결혼한 배역 맡은 에단 호크

에단 호크의 캐스팅도 절묘합니다. 그는 ‘비포 선라이즈’를 비롯한 비포 삼부작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줄리 델피와 함께 출연했으며 세 번째 영화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극중에서 부부가 되었습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서 에단 호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부부로 출연합니다. 그가 또 다시 프랑스 여성과 국제 결혼하는 배역을 맡았습니다. 줄리엣 비노쉬와 줄리 델피는 레오 카락스 감독의 1986년 작 ‘나쁜 피’에 함께 출연했으며 세 가지 색 삼부작 ‘블루’와 ‘화이트’에서 주연을 나눠 맡은 바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으며 금주 중이지만 결국 금주 원칙을 깨뜨리는 행크로부터 불륜으로 인해 우마 서먼과 이혼했던 에단 호크의 아픈 과거가 연상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과의 차별점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들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분명합니다. 프랑스에서 프랑스 배우들을 기용해 촬영했기에 일본의 현실을 고발했던 ‘아무도 모른다’, ‘세 번째 살인’, ‘어느 가족’과는 다릅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프랑스의 현실을 비판하는 영화는 아니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밝습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인과 달리 활달하며 직선적인 프랑스인의 특성이 반영되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들에서는 중하류층의 평범한 서민들이 주인공이었으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유명인이 주인공입니다.

음악 사용을 자제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음악도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전술한 세 편의 영화들과 달리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극중 현재 시점에서 사망하는 인물도 없습니다.

거창하고 묵직한 원제 ‘진실(真実 ; La vérité)’로 인해 마치 충격적 진실을 밝힐 것만 같지만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 개봉명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영화 전체의 낙천적인 분위기와 어울립니다.

SF 요소의 활용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에서는 다소 이례적입니다. 파비안느는 SF 영화에 출연해 ‘제2의 사라 몽다방’으로 불리는 마농(마농 클라벨 분)과 모녀로 호흡을 맞춥니다. 우주에 머무른 어머니보다 딸이 훨씬 늙어버린 설정은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킵니다. 극중극 SF 영화의 모녀 관계는 극중 현실인 파비안느와 뤼미르의 모녀 관계를 은유하려는 의도입니다.

환상의 빛 -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원더풀 라이프 - 추억, 삶과 죽음을 초월하다
아무도 모른다 - 사실적인 영상이 주는 서늘한 감동
하나 - 칼보다 붓, 복수보다 용서
걸어도 걸어도 - 죽은 자의 빈자리는 가슴 속에, 삶은 계속된다
공기인형 - 배두나의 파격적 노출이 안쓰럽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성장, 그것은 진정한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들을 잃은 뒤에야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 그렇게 가족이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 감독 특유의 다층적이며 은유적 매력 부족
세 번째 살인 - 도스토예프스키 연상시키는 묵직함
어느 가족 - ‘진짜보다 나은 가짜, 진실 가득한 허위’가 던지는 질문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ㅇㅇ 2019/12/17 20:59 # 삭제

    제가 일본문화 일본말 이런거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러는데
    영화에 일본문화나 일본말 이런게 등장하나요 혹시?
    꼭 보고싶은데 감독이 일본감독이라...
  • 디제 2019/12/20 08:18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일본 문화나 일본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