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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 ‘러브 레터’의 퀴어 버전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충남 예산에 살고 있는 윤희(김희애 분)는 20여 년 전 헤어진 학창 시절의 연인 준(나카무라 유코 분)의 편지를 받습니다. 윤희는 외동딸 새봄(김소혜 분)과 함께 준이 살고 있는 홋카이도 오타루로 떠납니다. 하지만 윤희는 준과의 재회에 망설입니다.

헤어진 연인과 20년 만의 재회


임대형 감독이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윤희에게’는 20년 동안 헤어진 연인이 재회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로드 무비입니다.

‘윤희에게’는 관객에게 궁금증을 유발한 뒤 하나둘 해소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왜 윤희는 남편 인호(유재명 분)와 이혼했는지, 그리고 준은 왜 독신이며 결혼하라는 사촌의 권유에 분노하는지 의문부호로 남겨둡니다. 수의사인 준은 자신의 동물병원을 통해 가까워진 료코(타키우치 쿠미 분)가 사랑을 고백하려 하자 눈치를 채고 먼저 만류합니다.

윤희와 준은 10대 시절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으며 윤희는 동성애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아픈 과거가 있었음이 밝혀집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오랜 세월 드러내지 않고 품어 왔던 것입니다.

윤희와 준의 공통점

‘윤희에게’의 두 주인공 측은 거울을 바라보듯 공통점이 많습니다. 윤희와 준은 모두 흡연자입니다. 새봄은 고교생이지만 역시 흡연자입니다.

윤희가 새봄과 단둘이 살고 있듯이 준은 고모 마사코(키노 하나 분)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준을 키워준 독신의 마사코는 준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입니다. 윤희의 이혼과 준의 부모의 이혼도 흡사합니다.

준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마사코와 어색한 듯 포옹하는 장면은 새봄이 남자친구 경수(성유빈 분)와 포옹하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일반적인 로드 무비와 차별화


새봄이 유일한 삶의 이유인 윤희는 고독합니다. 윤희가 혼자 있는 장면에서 그의 옆을 지나가는 장항선 열차는 그가 언제든 떠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연가 사용조차 허락지 않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는 순간에도 장항선 열차가 윤희의 옆을 지나갑니다.

윤희의 여행의 이미지는 오타루 행으로 이어집니다. 윤희와 새봄의 오타루 여정의 첫 장면 역시 열차 장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드 무비들이 삽입하는 짐 꾸리기를 비롯한 여행 준비 과정과 공항 및 비행기 장면이 ‘윤희에게’는 전무해 흥미롭습니다. 오타루는 준의 생활의 장소이며 윤희의 목적은 준을 만나는 것이지 관광이 아니기 때문에 오타루의 여행 명소를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화장기 없는 김희애의 얼굴이 아름다움을 숨기지 못하듯 오타루의 근본적 아름다움을 숨기지는 못합니다.

‘러브 레터’ 영향 엿보여


‘윤희에게’는 이와이 슌지의 1995년 작 ‘러브 레터’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오타루의 설경, 묻어둔 옛사랑과 편지를 매개로 마주하는 주인공, 학창 시절의 회고, 초반의 눈 덮인 묘지 풍경까지 동일합니다.

편지를 내레이션으로 삽입해 서사를 끌어가는 것은 물론 과거의 비밀까지 풀어나가는 연출과 주인공의 새 출발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수가 학교 운동장 바닥에 떨어진 장갑을 주워 리폼한 뒤 한 짝을 새봄에 주는 전개는 윤희가 준과 재회한 뒤 힘겨웠던 과거와 결별하고 새 삶을 시작할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러브 레터’는 클라이맥스에서 감정을 겉으로 표출하는 귀결을 선택한 반면 ‘윤희에게’는 감정을 차분히 다스리며 자제하는 담담한 귀결을 선택합니다. ‘러브 레터’는 사랑했던 이의 죽음으로 인해 깨달음 외에 미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러브 레터’는 재회를 통해 두 주인공의 미래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성애를 소재로 한 ‘러브 레터’와 달리 ‘윤희에게’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차이점도 연출 방식의 차별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윤희에게’는 애절한 사랑의 아픔을 다루면서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신파에 호소하는 함정을 피하는 데 성공합니다. 김희애의 우아한 이미지와 섬세한 연기력을 잘 살렸습니다. 나카무라 유코의 한국어 대사는 분량이 많지 않지만 어린 시절 한국에 살았으며 어머니가 한국인인 준의 캐릭터 설정과 부합되도록 발음이 정확한 편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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