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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개들 - 성인 위한 ‘타란티노 월드’의 출발점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로의 정체를 숨긴 채 가명으로 한 팀을 이룬 사나이들이 다이아몬드 도매상에서 강도를 저지릅니다. 하지만 경찰의 재빠른 대응으로 팀원 중 2명이 죽음을 맞이하자 창고에 모여 경찰 끄나풀을 색출합니다.

저수지의 개들? 저장고의 개들!

1992년 작 ‘저수지의 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원제 ‘Reservoir Dogs’의 ‘Reservoir’는 프랑스어의 발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 제목으로는 ‘저수지’로 번역되었지만 ‘저장소’의 뜻도 지니고 있습니다. 99분의 러닝 타임 중 대부분의 장면의 공간적 배경이 저장소, 즉 창고이며 저수지는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장소의 개들’이 정확한 번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천재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연출 데뷔작의 제작비 조달이 어려웠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저수지의 개들’을 저예산 영화로 탄생시켰습니다. 액션 연출을 활용하며 초반에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다이아몬드 도매상 범행 장면은 생략한 채 일부 캐릭터의 도주 장면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본인이 직접 연기한 미스터 브라운은 죽는 장면이 제시되지만 미스터 블루(에드워드 벙커 분)의 죽음은 대사로만 처리됩니다.

귀 절단 장면, 사실은…

‘저수지의 개들’을 상징하는 장면은 미스터 블론드(마이클 매드슨 분)가 경찰 마빈(커크 벌츠 분)의 귀를 절단하는 장면입니다. 영화 내내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 가장 잔혹한 장면입니다. ‘저수지의 개들’의 개봉 당시 격렬한 논란이 일어난 원인이 됩니다.

미스터 블론드는 귀 절단 전후의 과정을 마음껏 즐겨 ‘저수지의 개들’의 범죄자들 중 가장 사악한 캐릭터로 각인됩니다. 미스터 블론드가 실제로는 금발이 아니라는 점에서 각본을 집필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유머 감각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귀를 절단한 뒤 마빈의 옆얼굴은 보여주지만 그에 앞서 절단 순간에는 카메라를 천장 쪽으로 돌려 실제로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은 절단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기에 잔혹하다고 체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1983년 작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스카페이스’의 욕실의 전기톱 살해 장면에서 실제로는 전기톱날이 사람 몸을 파고드는 장면을 직접 제시하지 않지만 관객은 상상에 의해 잔혹하다 체감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저수지의 개들’을 의식이라도 하듯 지난해 개봉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올 더 머니’는 유혈로 점철된 귀 절단 장면을 곧이곧대로 연출해 제시한 바 있습니다. 철저한 허구인 ‘저수지의 개들’과 달리 ‘올 더 머니’는 실제 사건 속 귀 절단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몸서리처지는 장면입니다.

세 캐릭터 과거, 액자 삽입

‘저수지의 개들’은 여성 캐릭터 없이 남성 캐릭터들만 등장하는 마초 영화이며 주인공을 특정하기는 애매합니다. 하지만 미스터 화이트(하비 케이틀 분), 미스터 블론드, 미스터 오렌지(팀 로스 분)의 세 캐릭터의 과거가 차례대로 액자 식으로 조명된다는 점에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세 명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저수지의 개들’을 이끌어가는 힘입니다. 하이 케이틀은 인간적인 범죄자를, 마이클 매드슨은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를, 팀 로스는 파릇파릇하게 젊지만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긴 경찰을 소화합니다. 마이클 매드슨과 팀 로스는 ‘저수지의 개들’의 밀실 스릴러 요소를 계승한 ‘헤이트풀 8’에 나란히 다시 출연합니다.

영화 제작 과정 압축된 미스터 오렌지 무용담

미스터 화이트와 미스터 오렌지는 한탕을 위해 처음 만났지만 미스터 화이트가 미스터 오렌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미스터 화이트는 원칙을 어기고 자신의 출신지와 본명도 미스터 오렌지에 알려줍니다.

하지만 마빈이 미스터 블론드에 의해 살해되기 직전 미스터 오렌지가 미스터 블론드를 사살하면서 미스터 오렌지는 사복 경찰 프레디로 밝혀집니다. 프레디는 자신의 경찰 신분을 숨긴 가운데 미스터 오렌지의 가명까지 사용해 이중의 신분 세탁 과정을 거쳤습니다. 뒤이어 프레디가 경찰로서 이번 사건에 끼어들기 위해 동료 경찰 홀더웨이(렌드 브룩스 분)와 함께 오랫동안 준비한 과정을 묘사합니다.

홀더웨이와 프레디가 오랜 기간 준비한 미스터 오렌지의 과거 ‘무용담’은 마약 거래에 관한 철저한 ‘허구’입니다. 홀더웨이는 무용담의 ‘각본’을 만들어 디테일을 매우 강조합니다. 미스터 오렌지는 배우가 대사를 암기하듯 열심히 반복 연습합니다. 홀더웨이가 각본가이자 감독이라면 미스터 오렌지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미스터 오렌지는 단순한 ‘배우’에 머물지 않고 돌발적인 질문에도 답변할 수 있도록 ‘서사’를 더욱 완벽하게 가다듬습니다.

홀더웨이와 프레디가 2인 3각으로 완성한 무용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를 비롯한 창작자 및 배우들이 영화를 정교하게 완성시키기 위한 고통스런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스토리텔링, 각본, 연기, 그리고 영화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초보 감독 타란티노의 정의로도 읽힙니다.

다이아몬드를 털기 위해 모인 범죄자들이 검정색 정장을 빼입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반면 경찰 홀더웨이는 할렘 출신처럼 옷을 입으며 말하는 투도 범죄자 같아 아이러니컬합니다. 경찰이 ‘배신자’이며 미스터 오렌지가 미스터 화이트의 인간적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도 역설적입니다.

‘타란티노 월드’의 출발점

‘저수지의 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뷔작답게 그를 상징하는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성인을 위한 ‘쿠엔틴 타란티노 월드’의 출발점입니다.

범죄자가 포함된 많은 숫자의 등장인물과 욕설 및 음담패설로 점철된 장황한 대사, 유혈이 낭자하며 잔혹한 가운데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유발하는 기괴한 상황 연출, 과거 회상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며 캐릭터및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게 만드는 참신한 편집, 등장인물이 직접 청취하면서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는 올드 팝 등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최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까지 변함없이 활용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본인의 직접 출연 역시 ‘저수지의 개들’ 첫 장면 첫 대사 이래 꾸준히 이어집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대중문화 취향은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언급됩니다. 미스터 오렌지의 집에는 실버서퍼의 포스터가 등장하며 그와 홀더웨이의 대사에는 판타스틱 4가 언급됩니다. 영화 ‘판타스틱 4’는 2005년, ‘판타스틱 4 실버서퍼의 위협’은 2007년 개봉되었습니다.

팜 그리어와 영화 ‘대탈주’도 대사 속에서 다뤄집니다. 팜 그리어는 ‘재키 브라운’에서 타이틀 롤로 캐스팅되며 ‘대탈주’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인용 및 변형됩니다.

미스터 화이트를 비롯한 총격 장면에는 탄창이 바닥날 때까지 특정 대상을 향해 연사하는 연출이 반복됩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홍콩 느와르에서 자주 제시된 등장인물의 분노를 상징하는 총격 연출입니다. 말쑥한 정장을 빼입은 사나이들이 피투성이가 되는 연출도 역시 홍콩 느와르의 단골 요소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오우삼 감독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로 채워져 있지만 ‘저수지의 개들’에는 여성 캐릭터가 전무합니다. 후속작 ‘펄프 픽션’에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세 번째 연출작 ‘재키 브라운’부터 강인한 여성이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펄프 픽션 - 관객 농락한 천재적 걸작
재키 브라운 - ‘펄프 픽션’과 달랐던 쿠엔틴 타란티노
킬 빌 Vol. 1 - 문화적 잡탕, 피칠갑 복수극
킬 빌 Vol. 2 - 복수는 유장한 수다처럼
데쓰 프루프 - 지루한 수다 뒤의 화끈한 카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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