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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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 관객 농락한 천재적 걸작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피아 조직원 빈센트(존 트라볼타 분)는 보스 마르셀러스(빙 레임스 분)의 지시로 마르셀러스의 아내 미아(우마 서먼 분)와 저녁 식사를 함께합니다. 미아는 빈센트가 소지하고 있던 마약의 과다 흡입으로 중태에 빠집니다. 복서 부치(브루스 윌리스 분)는 마르셀러스와의 승부 조작 약속을 어기고 승리한 뒤 쫓기는 몸이 됩니다.

생뚱맞은 반전, 놀라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원안, 각본, 연출을 맡은 1994년 작 ‘펄프 픽션(Pulp Fiction)’은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입니다. ‘싸구려 소설’을 뜻하는 제목처럼 등장인물들은 마피아, 삼류 복서, 식당 강도, 마약상 등 삼류 인생입니다.

마피아의 금괴 가방 되찾기, 보스의 아내와 가까워지는 조직원, 마피아에 추적당하는 복서 등의 소재도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흔한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숫자가 많고 대사도 장황한 데다 러닝 타임도 154분으로 깁니다.

그럼에도 ‘펄프 픽션’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중 하나입니다. 빤한 등장인물과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삼천포로 빠지듯 관객의 예상을 배신하는 생뚱맞은 반전으로 경이로움을 선사합니다. 장황한 대사 속에는 후속 전개의 단서도 숨겨져 있습니다.

빈센트와 미아가 과연 동침할까 싶은 순간 미아가 갑자기 중태에 빠지는 전개, 빈센트를 살해한 부치가 마르셀러스와 조우한 뒤 전당포에서 맞닥뜨리는 귀결 등은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유발합니다. 전당포 장면에 공포와 카리스마를 자랑하며 첫 등장하는 김프(스티븐 히버트 분)는 무기력한 퇴장으로 맥거핀임을 드러냅니다.

줄스와 빈센트의 엇갈린 운명

우연과 운명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깨달음을 얻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귀결이 극단적으로 달라져 철학적 깊이가 엿보이는 성찰도 이루어집니다. 브렛(프랭크 웨일리 분)의 집에서 습격을 당했지만 운 좋게 살아남은 줄스(사무엘 L. 잭슨 분)는 ‘기적’으로 여기고 마피아를 탈퇴합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 놓인 줄스의 단짝 동료 빈센트는 줄스의 결정을 비웃다 부치에 무참하게 살해됩니다. 만일 빈센트가 줄스와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면 살아남았을 것입니다.

뒤죽박죽 각본과 편집이 만들어낸 걸작

‘펄프 픽션’의 최대 매력은 각본과 편집에 있습니다. 시간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혼재시킨 데다 부치의 어린 시절 회상 장면까지 삽입되어 관객을 농락합니다. 반복 관람의 이유가 두드러집니다.

오프닝 시퀀스는 링고(팀 로스 분)와 욜란다(아만다 플러머 분) 커플의 식당 강도 장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논의를 거쳐 충동적인 강도 행각을 시작한 직후 화면이 멈춘 뒤 이들은 종반까지 한참 동안 등장하지 않아 의문을 유발합니다.

대신 빈센트와 부치를 중심으로 후반까지 전개됩니다. 부치가 빈센트를 살해하는 중반 장면은 타이틀 시퀀스에 가장 먼저 배우 이름이 올라온 주인공의 죽음을 아무런 감정 이입 없이 돌발적으로 제기해 관객을 경악시킵니다.

게다가 버디 무비의 주인공과 같았던 빈센트의 동료 줄스는 어디에 간 것인지 궁금증을 던집니다. 부치가 기괴한 전당포를 거친 뒤 연인 파비엔(마리아 드 메데이로스 분)과 LA를 떠나는 장면은 시간 순서의 가장 마지막 장면입니다.

시간을 되돌려 빈센트와 줄스가 습격당하는 장면은 숨어있던 습격자의 관점부터 출발합니다. 빈센트와 줄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뒤 아침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링고와 욜란다 커플과 조우하는 장면으로 수미상관처럼 연결됩니다.

오프닝 시퀀스의 링고와 욜란다 커플의 등장보다 빈센트와 줄스가 브렛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보다 먼저 발생한 사건임이 드러납니다. 부치의 어린 시절 회상을 제외하면 극중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사건이 빈센트와 줄스가 브렛의 집을 찾아가는 이른 아침 장면입니다.

브렛의 집에서 깨달음을 얻어 손을 씻기로 마음먹은 줄스는 링고와 욜란다를 제압하고 자신의 지갑 속 거금까지 챙겨주며 그들을 내보냅니다. 빈센트와 줄스가 유유히 식당을 떠나는 것이 마지막 장면입니다. 빈센트가 부치에 살해당할 때 왜 줄스는 없었는지 설명됩니다.

두 번의 화장실 행, 극단적으로 달랐던 귀결

빈센트의 두 번의 화장실 장면도 극단적으로 다른 귀결로 이어집니다. 시간 순으로 과거인 빈센트의 식당 화장실 행은 링고와 욜란다 커플의 강도 행각 시작 시점을 피하게 만듭니다. 빈센트가 잠시 화장실에 간 동안 줄스가 이들을 제압합니다. 만일 빈센트가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면 곧바로 총격전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발생한 화장실 행은 빈센트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부치의 빈집 화장실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용변을 보던 빈센트는 가보인 시계를 찾기 위해 돌아온 부치에 살해됩니다. 영화는 빈센트의 두 번의 화장실 행을 시간 순서를 뒤바꿔 제시해 극단적인 아이러니를 제시합니다.

혁명적인 각본과 편집을 뽐내는 걸작 ‘펄프 픽션’은 숱한 창작자들에게 무수한 영감을 제시했습니다. ‘펄프 픽션’이 없었다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00년 작 ‘메멘토’는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초호화 캐스팅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의 호평 이후 ‘펄프 픽션’의 경이로운 각본을 읽어본 배우들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캐스팅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펄프 픽션’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팀 로스, 하비 케이틀,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는 ‘저수지의 개들’과 ‘펄프 픽션’에 연속 출연했습니다.

1970년대 디스코 붐과 함께 ‘토요일 밤의 열기’와 ‘그리스’로 청춘스타로서 전성기를 보냈던 존 트라볼타는 1980년대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펄프 픽션’으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게 됩니다.

그가 디스코에 앞서 20세기 중반에 유행했던 트위스트를 추는 장면은 ‘토요일 밤의 열기’와 ‘그리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의도적 연출의 치밀함이 드러납니다. 우마 서먼과 존 트라볼타의 트위스트 장면은 ‘펄프 픽션’의 유머와 재기를 상징하는 명장면입니다.

우마 서먼이 연기한 미아는 TV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칼잡이 역할을 맡았지만 정규 프로그램으로는 승격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마 서먼은 2003년 작 ‘킬 빌 Vol. 1’에서 일본도를 마음껏 휘두르는 주인공으로 캐스팅됩니다. ‘펄프 픽션’에 부치의 엉뚱한 소품으로 사용된 일본도는 ‘킬 빌 Vol. 1’을 예고한 듯싶습니다.

걸쭉한 욕설과 묵직한 카리스마를 선보인 사무엘 L. 잭슨은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후속작 ‘재키 브라운’은 물론 현재까지 숱한 영화들에서 엇비슷한 이미지의 배역을 맡게 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가상의 담배 ‘레드 애플(Red Apple)’은 부치가 술집에서 구입하고 미아가 애용하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한국에 정식 개봉된 첫 타란티노 영화

개인적으로는 1994년 10월 명동 중앙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에 정식 개봉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첫 번째 영화였기에 생경함에서 비롯되는 충격은 가히 감동적이었습니다.

CGV 아트하우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전의 일환으로 최근 개봉된 ‘펄프 픽션’은 한글자막이 아쉽습니다. 줄스의 대사 중 한글자막 ‘오케바리’는 굳이 속어로 번역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재키 브라운 - ‘펄프 픽션’과 달랐던 쿠엔틴 타란티노
킬 빌 Vol. 1 - 문화적 잡탕, 피칠갑 복수극
킬 빌 Vol. 2 - 복수는 유장한 수다처럼
데쓰 프루프 - 지루한 수다 뒤의 화끈한 카 액션
바스터즈 - 타란티노, ‘발키리’를 조롱하다
블루레이로 다시 보는 ‘바스터즈’
장고 분노의 추적자 - 압권의 총격전, 전복적 서부극
헤이트풀 8 - 사악한 8人, 피 칠갑 생지옥을 만들다
헤이트풀 8 - 결말조차 우스꽝스런 이유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타란티노, 탁월한 이야기꾼 재입증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영화가 살인을 부추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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