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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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의 봄 - 여기가 홍콩이구나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전에 거주하며 홍콩으로 통학하는 16세 여고생 즈페이(황야오 분)는 절친한 친구 조(탕지아원 분)와 함께 일본 온천 여행을 목표로 돈을 모읍니다. 즈페이는 조의 남자친구 하오(순양 분)가 가담한 범죄 조직의 휴대전화 밀수를 도우며 쉽게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즈페이와 조는 가까워집니다.

범죄 소재의 청춘 성장 영화

바이슈에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처음 연출을 맡은 2018년 작 ‘열여섯의 봄(원제 ‘过春天’, 영어 제목 ‘The Crossing’)’은 여고생이 범죄에 관여하며 사랑에 빠지는 성장 과정을 묘사하는 청춘 영화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국경을 넘어 통학하는 즈페이는 공부에 무관심합니다. 외동딸인 즈페이의 부모는 이혼한 가운데 어머니(니홍지에 분)와 함께 삽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즈페이를 방치하며 마작에만 빠져있습니다. 아버지(요계지 분)는 홍콩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는 가끔 만나는 즈페이에 따뜻하지만 전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즈페이는 조의 남자 친구 하오와 가까워지면서 조와는 소원해집니다. 가장 절친한 친구가 포함된 삼각관계로 첫사랑을 경험하는 10대 주인공은 청춘 성장 영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홍콩과 중국, 일국양제의 모순


영어 제목 ‘The Crossing’이 암시하듯 ‘열여섯의 봄’은 경계선에 관한 영화입니다. 즈페이는 성인과 소녀의 경계선에 서 있으며 홍콩과 중국을 매일 오갑니다.

홍콩과 중국의 일국양제가 안고 있는 기묘한 모순은 최근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홍콩이 공산당이 지배하는 자국의 일부에 불과하며 중국과 똑같아져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홍콩인들은 홍콩이 중국과 차별화되는 민주 국가라는 의식이 있습니다.

‘열여섯의 봄’은 중국과 홍콩 사이의 모순을 묘사합니다. 공간적 배경 홍콩은 20세기 말 전성기를 누린 홍콩 느와르에서 보아오던 홍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광둥어에 영어를 섞어 사용하는 대사부터 익숙합니다.

홍콩 느와르와 왕가위 영화에서 묘사된 바 있는 휘황찬란해 도시적인 외양 속에 뒷골목에는 범죄가 모의될 듯한 홍콩의 이미지를 ‘열여섯의 봄’은 충실히 계승했습니다. 지하철, 밀수, 마작도 왕가위 영화 등에서 익숙한 요소입니다. 즈페이는 휴대전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협적인 총기 밀수까지 제안 받습니다.

야심으로 가득한 하오는 산 위에서 마천루로 가득한 홍콩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타이타닉’의 명대사를 의식한 “나는 홍콩의 왕이다(I'm the King of Hongkong)”를 외칩니다.

즈페이가 어머니와 함께 같은 장소에 올라 홍콩을 내려다보며 어머니가 “여기가 홍콩이구나”라고 말하며 99분의 러닝 타임이 막을 내립니다. 1997년 홍콩 반환을 경험했을 어머니의 대사는 자신조차 모르는 홍콩의 복잡한 이면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어이없는 자막, 중국 정부 의식?


문제는 ‘열여섯의 봄’이 영화 자체로도 모순을 노출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적 배경은 현재(2018년)가 아니라 아이폰6가 발매된 직후인 2014년입니다. 결말에는 ‘국경 밀수는 정부의 감독 및 시스템 강화로 더욱 어려워졌다’며 마치 공익광고와 같은 요지의 자막이 삽입됩니다. ‘몇 년 전에는 밀수가 가능했을지 모르나 현재 모방 범죄는 불가능하니 시도하지 말라’는 친절한 자막 삽입니다. 다큐멘터리도 아닌 극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이없는 자막입니다.

범죄에 가담한 즈페이가 실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보복을 당하지 않는 귀결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범죄 조직은 즈페이가 소녀라는 이유로 관대합니다. 비현실적이며 말랑말랑한 전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성 감독의 영화인 이유도 있지만 범죄 묘사까지 중국 정부를 의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일국양제의 모순을 다루지만 문제의식의 깊이는 떨어집니다.

즈페이의 어머니가 남자친구에 사기당해 돈을 날리는 장면은 작위적입니다. 즈페이를 위기에 몰아넣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사전에 별다른 단서나 암시가 없어 뜬금없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