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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브라운 - ‘펄프 픽션’과 달랐던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튜어디스 재키 브라운(팜 그리어 분)은 총기 밀매업자 오델(사무엘 L. 잭슨)의 돈을 배달하다 수사관 레이(마이클 키튼 분)에 적발됩니다. 오델은 보석 보증인 맥스(로버프 포스터 분)에 의뢰해 재키를 석방시킵니다. 재키는 맥스와 힘을 합쳐 오델과 레이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시도합니다.

‘펄프 픽션’과는 결이 다른 ‘재키 브라운’

‘재키 브라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1997년 작입니다. 엘모어 레너드의 1992년 작 소설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각색했습니다. 다른 작가가 집필한 원작 소설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한 작품은 ‘재키 브라운’이 유일합니다.

‘재키 브라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1994년 작 ‘펄프 픽션’과 여러모로 차별화됩니다. 예측을 불허하는 각본과 편집으로 관객을 가지고 노는 듯 현란함으로 가득했던 ‘펄프 픽션’은 칸 황금종려 상을 수상해 쿠엔틴 타란티노를 정점에 올려놓았습니다. ‘펄프 픽션’의 후속작에서 쿠엔틴 타란티노가 얼마나 더 현란한 작품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목이 쏠린 ‘재키 브라운’은 현란함으로 승부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재키가 맥스의 권총을 손에 넣었음을 확인하는 장면의 좌우 화면 분할과 돈이 든 종이 가방을 빼돌리는 클라이맥스의 세 가지 관점의 편집을 제외하면 딱히 재기발랄함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시간 순서를 퍼즐처럼 뒤죽박죽 뒤섞은 ‘펄프 픽션’과 달리 ‘재키 브라운’은 동일한 시간대를 셋으로 분할한 클라이맥스를 제외하면 시간 순서로 제시됩니다.

유혈 묘사 최소화

쿠엔틴 타란티노의 연출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과 뒤이은 ‘펄프 픽션’은 유혈이 낭자해 그에게 ‘헤모글로빈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재키 브라운’은 살인 장면이 등장하지만 유혈 묘사는 최소화되었습니다.

오델의 직업이 총기 밀매업자임을 드러내는 초반 장면에는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이 거론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쓴 ‘트루 로맨스’에는 ‘영웅본색 2’를 TV로 시청하는 장면이 삽입된 바 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아시아 영화에도 조예가 매우 깊습니다.

강인한 재키와 맥스 커플


‘재키 브라운’은 40대 중반의 재키와 50대 중반의 맥스, 주인공 커플이 상징하듯 원숙미와 여유가 돋보입니다. 재키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밑바닥 인생이지만 영리하고 대담하며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맥스의 직업 보석 보증인은 그야말로 매우 미국적인 설정입니다. 그는 숱한 범죄자들을 상대하고 직접 검거하며 잔뼈가 굵었기에 악역 오델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그에게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 서부 영화의 ‘외로운 총잡이’의 1990년대 버전입니다.

지난 10월 11일 사망한 로버트 포스터의 ‘재키 브라운’의 연기는 외유내강의 표상과 같이 묵직해 품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재키와 맥스의 강인함은 154분으로 산술적으로는 긴 러닝 타임을 견인합니다.

경찰을 속이고 오델을 이겨내며 ‘한탕’에 성공한 재키는 유일하게 의지했던 맥스에게 함께 스페인으로 떠날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맥스는 거절하고 재키는 홀로 떠납니다. 재키는 엽서를 보내겠다며 여지를 남깁니다. 맥스는 재키가 떠난 뒤 이마를 감싸 쥐며 고뇌합니다. 눈물을 글썽이는 재키와 함께 타이틀 시퀀스에 이어 바비 워맥의 ‘Across 110th Street’가 다시 한 번 삽입됩니다.

로버트 드니로, 반전이 없는 것이 반전

의외의 캐스팅은 로버트 드니로입니다. 그가 연기한 루이스는 은행 강도 전력이 있으며 오델과 과거 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했습니다. 1995년 작 ‘히트’를 연상시키는 설정입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아무런 카리스마도 보여주지 못한 채 돌발적인 살인을 어이없이 저지른 뒤 무기력하게 퇴장합니다. ‘히트’를 비롯해 로버트 드니로의 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캐스팅입니다.

흑인 영화 및 음악에 대한 경의

‘재키 브라운’은 흑인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1970년을 전후해 등장한 흑인 영화(Blaxploitation)에 대한 경의로 가득합니다. 주인공과 악역이 모두 흑인입니다. 특히 중년의 흑인 여성이 주연인 할리우드 오락 영화는 현재도 매우 드뭅니다.

음악 역시 흑인 음악으로 가득합니다. 흑인의 힘겨운 삶을 상징하는 바비 워맥의 ‘Across 110th Street’는 재키의 직업과 활력, 그리고 강인함과 고난을 압축해 암시하는 타이틀 시퀀스와 결말에 수미상관으로 삽입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타이틀 시퀀스를 비롯해 등장인물이 걸어가는 옆모습을 수평으로 따라가며 자주 포착합니다.

델포닉스의 달콤한 발라드 ‘Didn't I (Blow Your Mind This Time)’는 재키와 맥스의 은근하고 성숙한 어른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맥스가 재키의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재키가 LP로 듣는 곡입니다. CD보다는 LP, 신곡보다는 올디스를 선호하는 재키의 취향을 통해 쿠엔틴 타란티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재키를 사랑하게 된 맥스는 델포닉스의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합니다. ‘재키 브라운’의 개봉 당시인 1990년대 후반과 달리 최근에는 오히려 LP가 소수의 수집가 사이에서 부활하고 카세트테이프와 CD는 쇠퇴했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을 피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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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lue 2019/11/14 09:19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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