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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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IMAX - 서사 완성도 허전, 영상미는 탁월 애니메이션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출 소년 호다카는 도쿄에서 구직하려 하지만 불확실한 신분으로 인해 취직이 되지 않습니다. 도쿄로 향하는 페리에서 만난 중년 사내 스가의 집에 얹혀살게 된 호다카는 초자연적 현상을 취재하던 중 날씨를 맑게 하는 능력을 지닌 소녀 히나를 알게 됩니다.

‘너의 이름은.’과 세계관 공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는 섬 출신의 가출 소년과 고아가 된 소녀가 비가 끊이지 않는 도쿄에서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여주인공 히나의 능력 및 존재 여부가 세상(일본)의 존재 방식을 바꾼다는 점에서 소위 ‘세카이계’에 가깝습니다.

‘날씨의 아이’는 전작 ‘너의 이름은.’을 비롯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요소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소년소녀의 시공을 초월한 만남과 애틋한 사랑, 신주쿠 등 도쿄 도심 풍경의 완벽한 재현(초반에는 ‘날씨의 아이’의 일본 내 배급사 토호가 보유한 토호 시네마즈의 신주쿠 극장 및 IMAX 상영관 간판도 보입니다), 휴대 전화의 큰 비중,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등이 유지됩니다. 음향까지 감안하면 일반 상영 버전과 비교해 IMAX로 관람해야 하는 가치가 분명합니다.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 타키와 미즈하도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타키는 호다카에 히나에게 생일 선물을 할 것을 권합니다. 호다카는 미즈하가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상점에서 히나에 선물하기 위한 반지를 구입합니다.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는 소년과 특별한 능력을 지닌 무녀와 같은 소녀의 사랑을 묘사하며 오컬트적인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는 일본인의 재난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반영되었습니다. ‘날씨의 아이’는 재난은 인과관계가 없으며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도 엿보입니다. 그러니 현재의 사랑에 집중하라는 주제의식을 강조합니다.

‘라퓨타’ 연상시켜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을 연상시킨 ‘별을 쫓는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중에서도 혹평이 가장 많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요소가 엿보입니다. 가장 큰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소년소녀의 비행은 ‘천공의 성 라퓨타’를 비롯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호다카가 히나에 선물하는 반지도 비행을 상징하는 날개 모양입니다.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10대 호다카와 히나의 비행은 자유로움을 상징합니다. 호다카의 부모의 역할을 지우고 도쿄에서 모험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가 가출한 이유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그를 ‘가출 소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히나와 나츠미의 반전


여주인공 히나(陽菜)의 이름은 일본어로 ‘병아리’를 뜻하는 ‘ひな’와 발음이 동일합니다. 히나는 자신을 18세로 소개하며 16세인 호다카보다 연상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병아리, 즉 어린 소녀였음이 밝혀집니다. 히나의 옷에는 작은 새가 그려져 있습니다.

히나가 호다카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는 14세로 드러납니다. 이름부터 나이까지 미숙한 소녀임을 암시합니다. 히나는 호다카를 만나 자신의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결말 직전까지 호다카와 히나의 키는 호다카가 조금 더 크지만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다카가 대학 진학을 위해 도쿄로 돌아온 2년 반 뒤에는 호다카와 히나의 신장 차이는 두드러지게 됩니다.

스가의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나츠미(夏美)의 이름은 글자그대로 주된 시간적 배경인 여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나츠미는 마치 스가의 연인인 듯 암시되다 숙부과 조카 사이로 밝혀집니다. 히나와 나츠미 두 여성 캐릭터의 신분에 나름의 반전이 준비된 셈입니다.

호다카와 스가의 공통점

호다카가 데려와 스가가 키우게 되는 고양이의 이름은 ‘아메(アメ)’입니다. ‘비(雨)’를 뜻하는 일본어와 발음이 동일합니다. 하지만 아메의 목소리 연기는 사람의 고양이 흉내가 두드러져 자연스럽지 못해 아쉽습니다.

호다카의 형이자 아버지와 같은 노릇을 하는 스가는 배우 오구리 슌이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스가의 외모는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의 약간 망가진 리얼 버전처럼 보입니다. 호다카와 스가는 ‘순정남’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호다카의 뒤를 쫓는 형사 타카이의 독특한 머리 모양은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총은 발사되기 마련이지만…

서사 전개와 클라이맥스는 약점도 두드러집니다. 경찰서에서 너무도 손쉽게 탈출한 호다카가 야마노테센 전철역 몇 개를 홀로 뛰어가지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지켜보지만 아무도 직접 제지하거나 경찰이 체포하지 않는 전개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청춘 영화의 클리셰인 ‘청춘의 질주’를 강조하며 감정 이입을 유도하기 위한 연출 의도로 해석되지만 경찰이 너무도 허술합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소품 권총은 중요한 역할을 맡을 듯했지만 차라리 등장하지 않는 편이 나았습니다. 영상 작품에서 총은 발사되기 마련이지만 총을 맞고 죽거나 다치는 사람도 없으며 긴장감을 형성하지도 못합니다.

외모부터 범죄자가 아닌가 싶었던 스가가 의외로 건전한 직업에 종사하는 설정까지 포함해 확실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경찰과 범죄를 묘사하는 능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순정’의 영역 밖으로 나오지 않는 편이 바람직해보입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변화, 호불호 갈릴 듯

너의 이름은.’의 상업적 대성공을 기점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초기작의 B급 감수성은 거의 사라지고 오락성과 매끄러움으로 대중에 호소하는 흥행 감독이 된 변화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세상도 포기할 수 있다는 사랑에 충실한 결말은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특히 혈기왕성한 10대라면 ‘사랑이 완성된다면 그깟 세상쯤’이라는 자기 충족에 도달하기 쉽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감성적 기분에 취하도록 하는 몇 안 되는 오리지널 극장판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점에서 신카이 마코토는 훌륭한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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