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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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자이언트 - 일본 거대 로봇의 미국식 재해석 애니메이션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충실히 재현

브래드 버드 감독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장편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가 국내에 정식 개봉되었습니다. 미국의 작은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우주에서 온 거대 로봇과 소년 호가드의 우정을 묘사한 1999년 작입니다.

시간적 배경은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1957년 직후로 미국 사회는 이에 대한 경계심과 더불어 핵전쟁에 대한 공포로 가득합니다. 극중에는 원폭 투하 시 발생할 상황에 대한 블랙 유머 애니메이션도 삽입됩니다. 종말로 치닫는 파멸적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상영하는 것도 또 다른 유머입니다.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는 외계에서 온 로봇을 ‘악’으로 규정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시대적 분위기는 작화 및 연출 스타일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서두의 워너 브라더스 로고는 20세기 중반 루니툰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캐릭터 디자인과 그들의 부드러운 움직임, 굵은 선과 탁한 듯한 색채는 디즈니의 고전 셀 애니메이션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대사도 모노톤처럼 들립니다.

켄트와 딘, 대조적 남성 캐릭터

낯선 지구에 온 외계인으로서 좌충우돌하고 소년과 우정을 쌓으며 적응하는 전개는 ‘E.T.’를 답습합니다. 중산층 싱글 맘의 아들과 선한 외계인의 교감, 외계인을 쫓는 정부 기관이 악으로 묘사되는 전개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최종 단계에서 미군 장군 로가드는 옳은 선택을 내립니다.

조연인 두 성인 남성 캐릭터는 뚜렷하게 대조됩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수사하는 정부 요원 켄트는 ‘X파일’의 멀더의 악한 버전입니다. 그는 로봇을 적으로 간주하며 출세욕에 불타는 인간입니다.

반면 해리 코닉 주니어가 목소리를 맡은 고물상이자 예술가 딘은 로봇을 이해하며 거처를 제공합니다. 결말에서 딘은 호가드의 홀어머니인 애니의 마음도 얻게 됩니다. 그가 호가드의 공백인 부성을 채웁니다.

신분이 확실한 켄트와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딘은 사회적 지위가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B급 감수성으로 가득한 ‘아이언 자이언트’가 손을 들어주는 캐릭터는 딘입니다.

일본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의 영향

타이틀 롤 아이언 자이언트는 선한 성품의 금속 덩어리라는 점에서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나무꾼의 거대화 버전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거대 로봇 소재의 애니메이션은 미국보다는 ‘철인 28호’ 이래 일본의 전통이 유구합니다.

소년이 탑승하지 않은 가운데 그가 외부에서 로봇과 서로 대화하며 교감하는 설정은 ‘아스트로 강가’를 연상시킵니다. 소년은 살아남고 로봇은 희생되는 전개도 동일합니다.

지구에 오기 전 떼를 이뤄 파괴에 전념했던 로봇의 과거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거신병 군단을, 폭주에 빠지는 로봇은 거신병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에반게리온을 연상시킵니다.

신이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는 로봇은 ‘마징가 Z’ 이래 일본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의 고전적인 소재입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일본 거대 로봇의 미국식 재해석입니다. 철을 먹는 로봇은 불가사리와 같은 괴수의 설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반적인 작화가 고전 스타일을 재현한 반면 로봇의 움직임과 변신은 CG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결말에서는 희생된 로봇의 복원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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