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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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 조커가 안 했지만 조커가 했다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JOKER BEGINS

토드 필립스 감독이 각본, 제작에 참여하고 연출한 ‘조커’는 DC 코믹스의 악역 캐릭터이자 배트맨의 숙명의 라이벌 조커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1989년 작 ‘배트맨’을 기점으로 ‘다크 나이트’,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실사 영화에 등장했던 조커를 새롭게 해석합니다.

‘배트맨’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는 배트맨이 등장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탄생하며 본명은 잭 네이피어였습니다. ‘다크 나이트’와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조커의 연원이나 본명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조커’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는 본명이 아서 플렉이며 이전 버전의 조커들과 설정 상의 공통점이 거의 없는 독립적 캐릭터입니다.

소년 부르스-중년 알프레드 등장

아서는 거동이 어려운 홀어머니 페니(프랜시스 콘로이 분)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청년입니다. 페니는 30년 전 가정부로 일했던 토마스 웨인(블렛 컬런 분)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씁니다. 이 편지를 훔쳐본 아서는 자신이 토마스와 페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믿게 됩니다.

배트맨, 즉 브루스 웨인과 조커가 배다른 형제일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DC의 팬이라면 두 눈이 휘둥그레 해질 소년 브루스(단테 페레이라 올슨 분)와 아서의 운명적 만남이 제시됩니다. 이 순간에는 ‘늙은 집사’로 각인된 집사 알프레드(더글라스 홋지 분)가 건장한 중년 남성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브루스와 알프레드의 등장은 ‘조커’의 최대 팬서비스입니다. 후반에는 페니가 아서를 입양했음이 드러납니다. 조커와 배트맨이 형제가 될 가능성이 지워집니다.

계급 격차가 극심한 가운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망이 존재하지 않는 고담은 미국을 비롯한 21세기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서는 자신에 마구 폭력을 휘두르던 웨인 그룹의 3명의 사원을 지하철 및 지하철역에서 살해합니다.

이들의 죽음에 대한 토마스의 경솔한 발언은 고담 시민의 폭동을 유발합니다. 금융 회사 직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적의는 2007년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 경제를 송두리째 파국으로 내몬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반영합니다.

아들과 어머니

아서는 정신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광대 일과 스탠딩 코미디로 생계를 잇습니다. 그의 꿈은 인기 TV 토크쇼의 사회자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 분)처럼 유명해지는 것입니다. 머레이는 아서에게 ‘조커’라는 별명을 지어주는 인물이지만 작명 계기는 다소 싱겁습니다. 보다 극적인 작명 계기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서가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라야 하는 높은 계단은 그의 불행한 삶 자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광대 일에서 해고된 뒤 사무실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그의 추락을 뜻합니다. 계단은 고전 느와르 영화부터 주인공의 상승과 추락을 상징하기 위해 자주 등장하던 공간적 배경입니다.

페니는 아서를 ‘해피(Happy)’라는 애칭으로 부르지만 아서는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일갈합니다. ‘해피’는 역설적인 애칭입니다. 아서는 페니를 살해합니다.

질척대는 현실 속 조커

‘배트맨’의 조커는 화학 약품에 빠진 뒤 용모가 흉측하게 변했고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이유로 인해 입이 찢어졌습니다.

하지만 ‘조커’의 조커는 처음부터 광대가 직업이었으며 화학 약품에 빠지거나 신체가 훼손되는 변화는 끝내 없습니다. 클라이맥스의 교통사고로 인해 출혈이 이루어지자 이를 입가에 바르는 수준입니다. ‘배트맨’과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보라색 의상을 착용해 비현실적 이미지가 강했다면 ‘조커’의 조커는 붉은색 의상과 입가에 바르는 피로 유혈을 강조합니다.

용모의 변화는 조커를 다루는 관점의 차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배트맨’의 조커는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철저히 비현실적인 만화적 캐릭터이자 고전 느와르의 악역 캐릭터였습니다.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배트맨’의 조커보다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이었으나 과거가 숨겨진 신화적 인물이자 슈퍼히어로 영화 특유의 멋을 부린 악역 캐릭터였습니다.

‘조커’의 조커는 선대와 달리 질척대는 오늘에 두 발을 붙인 현실적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그의 현실성은 정신 질환자라는 출발점에서 비롯되기에 생생하고 소름끼치며 감정 이입이 어렵습니다. 과연 저런 인물이 주변에 존재한다면 하는 가정을 한다면 더욱 공포스럽습니다.

조커가 안 했지만 조커가 했다

클라이맥스에는 브루스 앞에서 웨인 부부가 살해되는 장면이 제시됩니다. 참극의 공간적 배경인 극장 주변은 ‘배트맨’, ‘배트맨 비긴즈’, 그리고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동일합니다. ‘배트맨’에는 조커(잭)가 동료 1인과 함께 웨인 부부를 살해했고 ‘배트맨 비긴즈’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는 정체불명의 괴한이 살인범이었습니다.

‘조커’에서 웨인 부부를 살해하는 인물은 조커를 추종해 조커의 마스크를 쓴 무명의 폭도이지만 조커 본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년 브루스에게는 살인범이 조커 본인으로 인식되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조커가 폭동의 유발자이니 그에게 책임이 있다 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조커가 안 했지만 조커가 했다’는 궤변이 어울립니다. 이 장면의 구성은 웨인 부부 살해를 가장 최근에 제시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흡사합니다.

‘조커’는 DCEU(DC Extended Universe)와는 무관한 영화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 캐스팅과 ‘조커’의 세계관을 계승해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새로운 배트맨에 융합되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플린과 스콜세지, 그리고 드니로

아서가 극장에서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작 ‘모던 타임즈’를 관람하는 장면은 영화사 사상 최고의 희극 배우 및 영화에 대한 경의를 해석됩니다. 더불어 약 한 세기 전과 비교해도 개선되지 않은 극심한 빈부 격차에 대한 비판으로 읽힙니다.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하는 시늉을 반복하는 아서는 ‘택시 드라이버’에서 주인공 트래비스의 행동을 빼닮았습니다. 로버트 드니로가 스탠딩 코미디언으로 등장한 것은 ‘코미디의 왕’을 떠올리게 합니다.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은 모두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작품이었습니다.

15세 관람가 지나치게 관대

아서가 동료를 가위로 난자하고 머레이를 TV 생방송 도중에 살인하는 장면의 유혈이 낭자한 연출을 감안하면 ‘조커’의 15세 관람가는 지나치게 관대한 등급입니다. 이웃에 거주하는 싱글맘 소피(재지 비츠 분)의 집에 아서가 무단 침입한 뒤의 장면은 생략해 관객의 상상에 맡기며 폭력 묘사의 수준을 낮추려 했지만 그럼에도 15세 관람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액션 장면은 거의 없으며 대중적 요소도 부족합니다. 아서의 우발적 살인이 폭동으로 이어지는 전개도 비약이 심합니다. 각본의 구멍을 배우의 연기력으로 메웁니다.

엔딩 크레딧 중간이나 종료 후 추가 장면은 없습니다. DC의 로고는 엔딩 크레딧 종료 후에 등장합니다. 서두의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는 1970년대의 고색창연한 것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강물소리 2019/10/08 16:26 # 답글

    아 깔끔하고 좋은 리뷰네요. 정신없이 영화를 본 저에게 정리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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