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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타란티노, 탁월한 이야기꾼 재입증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을 맡았습니다. 1969년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내리막에 접어든 배우 릭 달튼(레오나르도 과 그의 스턴트맨 클리프(브래드 피트 분), 그리고 이웃의 여배우의 샤론(마고 로비 분)의 일상과 인연을 묘사합니다.

세르지오 레오네에 대한 경의

제목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걸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Once Upon a Time in the West)’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 대한 경의가 엿보입니다.

하나의 시대상을 총체적으로 압축한 대작이었던 세르지오 레오네의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쿠엔틴 타란티노는 꼭 50년 전 LA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의 풍속도를 압축합니다. 세르지오 레오네에 필적하려는 강렬한 의욕을 드러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전작 ‘헤이트풀 8’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음악을 맡았던 엔니오 모리코네와 함께 작업한 바 있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주된 장르였던 스파게티 웨스턴에 대한 향수로 가득합니다.

아날로그의 시대


시대상을 재현한 꼼꼼한 디테일과 많은 등장인물,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특유의 카메오는 반복 관람의 여지도 부여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본인도 초반에 제시되는 TV 드라마 장면에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서두의 콜롬비아 로고부터 시간적 배경인 아날로그 시대를 대변하듯 고풍스럽게 제시됩니다. TV 드라마, 라디오, 영화의 영상과 음향 및 올드 팝을 끊임없이 삽입해 당대 미국인의 삶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부각시킵니다.

마마스 앤 파파스의 곡으로 널리 알려진 ‘California Dreamin’’도 호세 펠리치아노의 버전으로 삽입됩니다. 인터넷과 스마트 폰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시대인 현재와의 차별성을 강조합니다.

소녀를 만나 얻은 깨달음

주인공 릭은 서부극 전문 배우이며 스파게티 웨스턴에도 출연하게 됩니다. 서두에 소개되는 릭의 대표작 ‘바운티 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1995년 출연작 서부극 ‘퀵 앤 데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첫 번째 서부극 ‘장고 분노의 추격자’에는 악역으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 도중에는 릭의 서부극 이미지를 살린 담배 광고도 삽입됩니다. 광고 장면 마지막에는 웃음을 선사합니다.

릭은 8세의 소녀 배우 트루디(줄리아 버터스 분)와의 만남 및 대화를 통해 자신의 배우 인생을 반추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좋은 연기에 매진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합니다. 릭은 자신이 읽던 책이 곧 자신의 생을 은유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술과 담배에 전 릭은 트루디를 만난 뒤 극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연기에 대한 만족감을 얻습니다.

아역 여배우 줄리아 버터스의 당돌한 연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후반부에 히피의 여성 보스 스퀴키로 등장하는 다코타 패닝의 성인 연기 및 질펀한 대사와 대조를 이룹니다. 더불어 다코타 패닝의 아역 시절도 회상하게 합니다.

이소룡 등 실존 인물 등장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는 날짜가 자막으로 삽입되어 마치 실화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실존 인물인 명배우 스티브 맥퀸(데이미언 루이스 분)과 극중에서 ‘악마의 씨’로 언급되는 감독 로만 폴란스키(라팔 자비에루차 분)가 등장합니다.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이자 배우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는 여주인공에 해당합니다.

샤론이 토마스 하디의 소설 ‘테스’를 서점에서 주문 구입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로만 폴란스키는 ‘테스’를 연출해 1979년 개봉시킨 바 있습니다. ‘테스’를 구입한 샤론이 자신의 출연작 ‘렉킹 클럽’을 극장에서 관람하는 장면도 제시됩니다. 이 장면에서 앞좌석에 올린 샤론의 시꺼먼 발바닥이 두드러집니다.

‘렉킹 클럽’을 위해 샤론에 무술을 지도한 이소룡의 출연 장면은 엄청난 이목을 끌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실화가 아닌지 착각하게 합니다. 자신감 넘치던 이소룡이 특유의 괴조음을 내며 클리프와 대결하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장면은 가장 큰 폭소를 유발합니다. 클리프는 이소룡을 그가 출연한 드라마 ‘그린 호넷’의 배역인 ‘케이토(Kato)’로 부릅니다. 이소룡은 한국계 배우 마이크 모가 맡았습니다.

참혹한 살인 사건을 뒤엎다


가상 캐릭터인 주인공 릭과 클리프가 웅변하듯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대체 역사 영화입니다. 임신 8개월의 샤론 테이트가 자택에서 친지들과 함께 무참히 살해된 실제 사건을 뒤엎어 샤론이 살아남고 살인자들이 응징되는 결말을 반전으로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명백한 사회적, 경제적 계급 차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유지하던 릭과 클리프는 살인자 일당을 응징하며 우정의 마지막장을 장식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히틀러가 미군 특수부대의 조악한 작전에 휘말려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대체 역사 영화의 결말을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릭과 클리프가 살인자들을 짓이기는 장면은 ‘장고 분노의 추격자’의 클라이맥스에 필적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살인자 히피 일당이 마구 얻어맞는 클라이맥스를 제외하면 중반까지 유혈 장면이 드물다는 점에서 ‘헤모글로빈의 시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연출 의도는 선명합니다. 과거의 쿠엔틴 타란티노였다면 클리프가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장면도 직접 묘사했을 것입니다.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끝까지 마음 졸이다 크나큰 반전에 환호하는 결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사건이기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소수의 영화 마니아 및 쿠엔틴 타란티노의 팬을 제외하면 흥행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실존 인물과 가상 캐릭터의 절묘한 조화

이소룡에 대한 비하 논란도 ‘허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즉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수다스럽고 교만한 인물로 묘사되는 이소룡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히틀러와 마찬가지로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 캐릭터처럼 읽어야 할 듯합니다.

요절한 뒤 신격화된 이소룡을 새로운 각도로 본다는 점에서 오히려 흥미를 유발하는 가운데 극중 젊은 시절의 이소룡이 귀여워 보이기도 합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비극적 최후를 피하지 못한 샤론 테이트와 이소룡을 스크린으로 생생하게 소환해 신기하면서도 기묘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평행 세계에서 샤론 테이트가 살아남은 것처럼 이소룡도 생존해 노인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릭과 샤론은 이웃에 살며 일상이 교차 편집되지만 뚜렷한 접점이 없어 궁금증을 증폭시키다가 결말에서야 인연을 맺게 됩니다. LA를 배경으로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등장인물들이 나중에 인연이 드러나는 ‘펄프 픽션’을 연상시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서사 전개의 난이도는 물론 유혈의 정도까지 ‘펄프 픽션’보다 훨씬 온건합니다.

가상 인물과 실존 인물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익숙한 이야기를 반전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쿠엔틴 타란티노는 다시 한 번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입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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