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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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지구 - 약점 불구, 세월 뛰어넘은 걸작 로맨스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범죄 조직에 몸담은 아화(유뎍화 분)는 라바(황광량 분) 일당과 함께 강도 행각을 벌이다 소녀 죠죠(오천련 분)를 인질로 잡습니다. 라바는 죠죠를 살해하려하지만 아화가 극력 만류합니다. 아화와 죠죠는 가까워집니다.

홍콩 느와르 대표작 중 하나지만…

최근 재개봉된 진목승 감독의 1990년 작 ‘천장지구’는 홍콩 느와르가 전성기를 풍미했던 시절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원제는 ‘천약유정(天若有情)’이지만 한국에는 그 후속편 ‘천장지구(天長地久)’로 이름이 바뀌어 개봉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당시만 해도 외국영화의 제목이 이상하게 바뀌어 개봉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천장지구’는 뒷골목 남자 주인공과 상류층 가문의 외동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상투적인 소재를 다룹니다. 남자주인공의 과묵함과 무뚝뚝함은 필수 요소입니다. 여주인공 부모의 극력 반대는 당연합니다. 눈물을 짜내는 신파의 요소도 없지 않습니다. 클라이맥스의 웨딩드레스 장면을 현 시점에서 처음 접한 젊은 세대라면 유치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인질로 납치했던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여성을 묘사해 스톡홀름 신드롬이 연상됩니다. 자신을 찾아온 죠죠를 트럭 위에 강제로 올려 위험천만한 내기 경주에 내모는 아화의 심리는 사디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주가 끝난 뒤 죠죠가 자신의 생일이라 찾아왔다는 고백에 미안해하는 아화의 표정도 실은 설득력은 부족합니다. 생일 정도에 미안함을 느낄 만큼 평범한 사고의 남성이었다면 죠죠를 내기 경주에 내몰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에 동일한 소재 및 줄거리로 영화가 제작되었다면 여성을 비하하고 이상 심리를 부각시켰다며 사회적 비판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유덕화 매력 압도적

현 시점에서 보면 숱한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천장지구’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온갖 클리셰를 훌륭하게 조화시켜 오락 영화로서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트렌디드라마와 같은 푸른색 영상은 당시 아시아 최고 도시 중 하나였던 홍콩의 도회적 아름다움을 부각시킵니다. 무법천지이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은 역동성이 도드라집니다. 인근의 마카오도 잠시 등장합니다. 대사가 많지 않으나 감각적 영상이 무언으로 설명합니다.

배우들의 매력도 넘쳐흐릅니다. 유덕화는 감탄이 나올 만큼 압도적으로 잘생긴 외모를 스크린에 가득 채웁니다. 아화의 애마인 붉은색 스즈키 바이크는 청춘의 거침없는 질주, 유혈, 열정을 상징합니다. ‘천장지구’를 보고 유덕화처럼 담배와 바이크를 배운 철없는 소년들도 있었습니다.

‘천장지구’가 영화 데뷔작인 오천련은 청순가련형의 대명사로 뭇 남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애절한 로맨스는 시대를 뛰어넘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주성치 영화로도 친숙한 오맹달은 대사가 많지 않은 두 주인공 사이에서 감초 역할을 수행하며 자칫 심각해지기 쉬운 분위기를 상쇄합니다.

기억의 왜곡

약 30년 전의 영화를 다시 접하니 과거의 추억과는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화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출발점인 가스통을 뒤통수에 얻어맞는 순간 코피가 뿜어져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억의 왜곡이었나 싶습니다.

오천련은 대단한 미인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현 시점에서 보면 생각보다 눈이 작고 소박한 천연미인의 인상이 강했습니다. 영화 속 오천련은 30년 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보는 이가 세월을 치르며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왜소한 이미지였는데 다시 보니 166cm의 큰 키가 두드러졌습니다.

홍콩의 안타까운 쇠퇴

흥미로운 것은 ‘천장지구’의 두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이 결코 촌스럽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화의 청재킷, 죠죠의 롱스커트, 흰색 운동화, 오버핏 상의, 헐렁한 바지는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 영화의 전성기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20세기 후반 생활수준이 높았던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재미있는 오락 영화를 많이 제작했습니다. 엇비슷한 아류작이 범람했지만 ‘천장지구’와 같이 반짝거리는 작품도 많았습니다.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매력적인 배우군도 갖췄습니다. 서양과 동양의 접점으로 자유로움이 가득했던 영화 속 홍콩을 선망했던 한국 관객도 적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한국과 홍콩의 위치는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영화들을 많이 생산합니다. 군사정권의 잔재는 남아 있으나 20세기 후반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사회가 된 것도 분명합니다.

반면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뒤 ‘중국화’의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최근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이에 대한 근본적 저항으로 풀이됩니다. 경직된 사회에서 창조적인 문화 상품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뉴 폴리스 스토리 - 성룡의 액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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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역사관심 2019/06/19 21:16 #

    정말 모든게 세월무상이란 느낌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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