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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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배우와 영상으로 꽉 찬 사극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귀족 출신이지만 인신매매로 인해 신분이 추락한 애비게일(엠마 스톤 분)이 실권자인 사촌 사라(레이첼 와이즈 분)를 궁정으로 찾아옵니다. 사라는 앤 여왕(올리비아 콜먼 분)에게 프랑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을 주입하지만 야당인 토리당의 당수 로버트(니콜라스 홀트 분)는 반대합니다. 애비게일은 앤 여왕에 접근해 총애를 얻는 데 성공합니다.

여성 3인의 삼각관계와 양대 세력의 대립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제작, 편집, 연출을 맡은 사극 코미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18세기 초반 영국의 역사적 실화에 기초합니다.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 벌어진 프랑스와의 전쟁 지속 여부를 놓고 최종 결정권자 앤 여왕을 둘러싼 주전파 휘그당과 화친파 토리당의 대립을 묘사합니다.

주된 갈등은 여성 3인의 삼각관계입니다. 인간적으로 동정의 여지는 있으나 무능하고 변덕스런 앤 여왕과 주전파 리더 격인 사라, 그리고 화친파를 등에 업고 사라를 내쳐 신분 상승을 노리는 애비게일이 애증으로 뒤엉킵니다.

노련한 사라는 애비게일을 견제하지만 애비게일이 앤 여왕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해 최종적 승리를 거머쥡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세 여성의 삼각관계가 정치, 군사, 경제를 좌우했다고 해석합니다. 제목 ‘The Favourite’은 ‘총신’을 뜻합니다.

양대 세력은 당대 귀족들에 일반화된 가발 색상부터 다릅니다. 휘그당은 어두운색이지만 토리당은 백색과 같은 밝은 색 위주입니다.

양대 세력 및 사라와 애비게일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지만 근본적인 계급 격차도 결코 놓치지 않습니다. 토리당은 전쟁을 반대하지만 그들 역시 궁정에서 오리 경주를 비롯한 사치와 향락에 물들어 있는 귀족입니다.

반면 애비게일이 언급하는 인신매매와 시녀들의 집단 숙소, 그리고 후반에 등장하는 매음굴은 평민의 힘겨운 삶을 짧지만 강렬하게 포착합니다. 여야와는 무관하게 피지배 계급과 유리된 정치인 집단의 행태는 현대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성 3인의 불꽃 튀는 삼각관계

세 여배우의 연기 대결은 불꽃 튑니다. 고독한 앤 여왕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라와 애비게일 모두 앤 여왕을 이용하려 할 뿐입니다. 주요 등장인물 간의 진정한 사랑은 사실상 없습니다. 반면 권력욕은 성별과 무관하게 인간의 기본적 속성임을 파헤칩니다.

올리비아 콜먼은 17명의 아이를 잃고 정신은 물론 육체까지 망가진 앤 여왕을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더 퀸’, ‘킹스 스피치’, ‘철의 여인’, ‘다키스트 아워’에 이어 또 다시 실존했던 영국 국왕 및 수상을 연기한 배우의 아카데미 주연상 징크스가 이어졌습니다.

더 랍스터’에 이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에 다시 출연한 레이첼 와이즈는 몰락의 순간까지 우아함을 잃지 않는 도도한 연기를 선보여 올리비아 콜먼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확립합니다. 엠마 스톤은 특유의 다양한 표정 연기가 돋보이는 가운데 가슴 노출 연기까지 감행합니다.

니콜라스 홀트 배역 이채로워

세 여성 캐릭터에 비해 로버트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얻는 영악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는 여성들은 물론 노회한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순수함이 강조되는 배역을 많이 맡아온 니콜라스 홀트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는 여자에는 무관심하며 권력 다툼의 흑막으로서 승리하는 배역을 맡아 이채롭습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들은 거의 모두 입체적이라는 점에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훌륭합니다. 탄탄한 각본을 배우들이 연기력으로 뒷받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후반부는 서사 전개의 속도감이 떨어집니다. 사라가 궁에서 쫓겨나며 반격을 예고하고도 성사되지 못한 채 종료되어 아쉽습니다.

당대 재현 속 현대적 요소 삽입

그리스인 감독이 연출한 영국 궁정 사극이지만 세트와 의상은 매우 정교하고 화려합니다. 스크린이 꽉 차 눈이 즐겁습니다. 전등이 존재하지 않아 촛불과 자연광에 의존했던 당시를 의식해 인공적인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 조명은 자연스럽습니다.

음악 역시 엔딩 크레딧 삽입곡까지 당대의 바로크 음악 스타일을 철저히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분위기에 충실하게 신경을 긁어대는 불안한 음악도 삽입되었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랍스터 소품은 ‘더 랍스터’를 연상시킵니다.

현대적 요소도 엿보입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춤은 기괴할 정도로 우스꽝스럽습니다. 우아하면서도 유려한 바로크 음악에 맞춘 춤이기에 이질감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광각 렌즈와 어안 렌즈를 활용한 일부 장면은 사극에는 좀처럼 활용되지 않는 촬영 방식으로 공간 및 등장인물의 관계에 대해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합니다.

더 랍스터 - 기괴하고 잔혹한 부조리 코미디

http://twitter.com/tominodij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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