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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 샤말란, 스스로 차린 밥상을 걷어찼다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경단 활동을 하는 데이빗(브루스 윌리스 분)은 여성들을 납치, 감금, 살해한 범인을 찾아 헤매다 다중인격의 케빈(제임스 맥어보이 분)과 조우합니다. 두 사람은 격투 도중 경찰에 체포되어 정신병원에 수용됩니다. 데이빗과 케빈, 그리고 ‘미스터 글래스(Mr. Glass)’ 일라이저(사무엘 L. 잭슨 분)를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 엘리(사라 폴슨 분)는 세 사람이 과대망상에 빠져있다며 치료를 시도합니다.

삼부작 캐스팅 유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을 맡은 ‘글래스’는 2000년 작 ‘언브레이커블’, 2016년 작 ‘23 아이덴티티’의 후속편이자 삼부작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강인한 육체적 능력을 앞세워 범죄자를 응징하는 데이빗, 다중 인격으로 인해 여성들을 납치 살해하는 케빈, 그리고 쉽게 골절상을 당하지만 비상한 두뇌를 보유한 일라이저까지 시리즈 3인의 슈퍼히어로가 한 자리에 모입니다.

‘글래스’는 삼부작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세 명의 슈퍼히어로는 물론 조연 캐릭터들이 캐스팅을 유지한 채 재등장합니다. 데이빗의 외아들 조셉(스펜서 트리트 클라크 분), 케빈이 납치했으나 살해하지 않은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 분), 그리고 일라이저의 홀어머니(샤레인 우다드 분)가 상당한 비중을 부여받습니다.

조셉과 케이시는 학교 선후배라는 설정입니다. ‘언브레이커블’에서 일라이저가 행패를 부렸던 코믹북 스토어와 카운터 직원(보스틴 크리스토퍼 분)도 19년 만에 재등장합니다. 조셉과 케이시는 물론 엘리도 이곳에 들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과 같이 자신의 연출작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데이빗과 조셉이 공동 경영하는 보안 관련 전문점에 등장해 19년 전 풋볼 스타디움에서 데이빗과의 조우를 떠올립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 그리고 ‘글래스’에서 연기한 카메오 캐릭터가 동일 인물임이 확인됩니다.

서사 밀도 현저히 떨어져

브루스 윌리스, 제임스 맥어보이, 사무엘 L. 잭슨의 화려한 배우들과 2편의 전작을 통해 구축된 캐릭터들을 ‘글래스’는 전혀 살리지 못합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스스로 차린 밥상을 걷어찼습니다. 129분의 러닝 타임 중 30분은 들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을 만큼 서사의 밀도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정신병원에 대부분의 러닝 타임이 국한되어 전개가 느리고 답답합니다.

회상 장면 삽입과 대사 등을 통해 전편 두 편에 대해 설명합니다. 엔딩 크레딧에조차 전작 두 편의 제목과 장면을 삽입합니다. 그러나 두 편을 관람하지 않았거나 혹은 19년 전 ‘언브레이커블’을 관람하고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글래스’는 더욱 지루한 영화가 됩니다.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 그리고 ‘글래스’는 뒤로 갈수록 참신함과 완성도는 물론 재미까지 하락했습니다.

액션 연출 실망스러워

각본과 더불어 연출도 실망스럽습니다. 데이빗은 자경단 활동은 19년에 걸쳐 해왔으며 케빈은 다중 인격 중 최강의 육체적 능력을 지닌 ‘비스트(The Beast)’를 다루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글래스’는 두 캐릭터를 처음 소개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둘은 육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맞대결이 가장 큰 액션 볼거리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둘의 맞대결 장면은 짧고 싱거운 데다 조연 캐릭터들의 개입으로 분절적입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액션 연출 능력의 완전한 부재를 절감케 합니다. IMAX로도 개봉되었으나 IMAX로 관람해야 할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캐릭터 비중 조절 실패

세 사람의 슈퍼히어로 중 관객의 감정 이입이 가장 쉬운 인물은 정의로운 캐릭터 데이빗입니다. 그는 조셉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은 물론 자경단 활동도 함께 합니다. 아내 오드리는 5년 전 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언브레이커블’에서 오드리를 연기했던 로빈 라이트는 사진으로만 등장합니다. 하지만 데이빗은 중반 이후 비중이 미미해지며 허망한 죽음과 함께 퇴장합니다.

반면 케빈은 가장 큰 비중을 부여받지만 여전히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큽니다. 각본과 연출의 구멍을 배우에 편승해 숨기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3인의 슈퍼히어로의 비중 배분 실패가 두드러집니다.

케빈의 인간적 면모를 이해한 유일한 캐릭터 케이시는 그에 대해 호감을 드러내 스톡홀름 신드롬을 연상시킵니다. 안야 테일러 조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케이시의 스톡홀름 신드롬을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케이시의 심리 상태를 제대로 된 설명하지 않아 공감이 어렵습니다.

반전, 딱히 인상적이지 않아

일라이저는 타이틀 롤이자 자신의 별명 그대로 유리를 활용해 살인을 저지릅니다. 그러나 일라이저의 비중도 마지막의 반전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글래스’가 제시하는 반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일라이저가 획책해 데이빗을 제외한 승객 전원이 사망한 열차 사고의 희생자 중 한 명이 케빈의 아버지였음이 밝혀집니다. ‘23 아이덴티티’에서 기차를 타고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 언급된 케빈의 아버지는 아들의 다중 인격 치료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바로 그 열차’에 탑승했다 희생된 것입니다. 이 장면은 CG를 활용해 데이빗이 미모의 여성 켈리(레슬리 스테판슨 분)를 유혹하려 했던 ‘언브레이커블’ 서두의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홀어머니의 케빈에 대한 학대를 제지할 사람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케빈의 증세는 더욱 심해져 범죄자가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일라이저의 ‘실험’이 데이빗은 물론 케빈까지 두 명의 슈퍼히어로를 탄생시켰다는 것입니다.

둘째, 세 명의 슈퍼히어로를 ‘치료’하고자 했던 엘리는 실은 슈퍼히어로의 존재를 일반 대중에 숨기려 했던 비밀 조직의 일원임이 드러납니다. 이들은 경찰까지 동원해 데이빗과 케빈을 살해해 정부와의 유착마저 암시됩니다.

하지만 엘리와 비밀 조직의 존재는 1990년대 TV 시리즈 ‘X파일’에서 외계인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정부까지 주물렀던 신디케이트와 다르지 않습니다. 20년 전 인기 TV 시리즈의 수준을 넘지 않는 음모론을 반전이라 제시해 M. 나이트 샤말란의 각본의 한계가 두드러집니다.

결말, ‘왓치맨’과 다르지 않아

굳이 또 다른 반전을 꼽자면 일라이저가 비밀 조직의 존재를 사전에 간파하고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촬영된 동영상을 외부로 유출하는 결말입니다. 즉 슈퍼히어로의 존재가 만천하에 알려진 것입니다. 하지만 로어셰크의 죽음 뒤 폭로로 귀결되는 ‘왓치맨’의 결말과 유사해 역시 새롭지 않습니다.

이 장면에 삽입된 배경 음악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슈퍼맨의 장례식 장면에 삽입된 음악과 흡사합니다. 슈퍼히어로의 숭고한 죽음을 강조하는 장면의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라이저는 ‘인간이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질을 억누르고 있다’는 지론을 보유한 캐릭터입니다. 그가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음을 죽음으로 입증하는 자기희생적 결말에서 초점이 맞춰지는 ‘남은 자’ 조셉과 케이시 역시 슈퍼히어로의 자질을 지닌 것 아닐까 하는 망상을 품게 합니다.

일라이저가 비밀 조직은 물론 관객마저 속이는 맥거핀인 오사카 타워는 브루스 윌리스를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다이 하드’의 공간적 배경 LA의 나카토미 빌딩의 패러디로 보입니다. 일본식 이름의 가상의 대형 빌딩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글래스’의 한글 자막은 ‘일라이저(Elijah)’를 ‘엘리야’로 번역했습니다. 일라이저의 작명이 구약성서의 예언자 엘리야에서 따온 것일 수 있으나 그는 미국인 캐릭터로 미국식 발음을 존중해야 합니다. ‘David’을 ‘다윗’이 아닌 ‘데이빗’, ‘Joseph’을 ‘요셉’이 아닌 ‘조셉’으로 번역한 한글 자막과 비교해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식스 센스 - 우아한 정중동의 미스테리 스릴러
언브레이커블 - 슈퍼히어로의 본질, 재해석 돋보여
싸인 - 믿음에서 비롯되는 기적
빌리지 - 반전에만 의존하지 마시길
애프터 어스 - 윌 스미스 父子의 ‘더 로드’
23 아이덴티티 - 제임스 맥어보이 연기력에 의존한 스릴러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풍신 2019/01/27 14:17 #

    데이비드 던은 그렇게 죽어도 좋은 캐릭터가 아니었다고 봅니다. 악당들의 인간찬가나, 악당들의 만가라면 모를까 히어로물로는 최악.
  • aa 2019/01/27 15:29 # 삭제

    보고나서 드는감상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였으니 1년단위로 언브레이커블부터 제작해서 3부작내놨으면 모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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