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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철혈의 오펀스’ 우경화 논란에 휘말린 이유는? 건담 철혈의 오펀스

※ 본 포스팅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종영 직후인 2017년 4월 외부 매체 기사화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사화가 이루어지지 못해 매우 뒤늦게 블로그에 올립니다. 제46화 ‘누구를 위하여’를 끝으로 중단된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각화 리뷰를 대신하는 포스팅으로 참고 부탁드립니다.

건담은 일본을 대표하는 로봇 애니메이션이다. 1979년 ‘기동전사 건담’의 방영 이래 TV판과 극장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되어 38년이 넘은 현재까지 명맥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1980년부터 발매된 건담 프라모델 ‘건프라’는 완구회사 반다이에서 2015년 3월까지 4억 4천 5백만 개가 출하되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건프라’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건프라 외에 게임과 피규어 등 건담 관련 상품은 무궁무진하다.

건담 시리즈의 최신작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다. 일본 현지에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1기 25화가 TV 방영된 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2기 25화가 방영되어 도합 50화로 완결되었다. 한국에서도 공식 사이트 '건담 인포'를 통해 한글 자막이 포함된 동영상으로 공개되었다.

하지만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주제의식과 재미 양면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휘말렸다. 왜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도마 위에 올라야 했을까?

건담 시리즈가 걸어온 길

‘기동전사 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상당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일본 패망 직후에 유년기를 보냈으며 전공투를 경험한 세대였다. 게다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대우는 물론 사회적 평판도 좋지 않았다. 제작진은 살인적 스케줄과 박봉에 시달렸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여전하다.)

토미노 감독의 아웃사이더 기질에서 비롯된 비판 의식은 ‘기동전사 건담’에 여과 없이 반영되었다. 소년소녀까지 죽음으로 내모는 전쟁의 잔혹함과 군 조직의 비정함 속에서도 적과의 소통에 나서며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는 주인공 아무로 레이의 모습은 ‘뉴타입’으로 정의되었다. 건담 시리즈에서 우주 이민 시대에 적응한 신인류 ‘뉴타입’은 지구의 중력에 영혼을 빼앗긴 기존의 인간 ‘올드 타입’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선과 악의 경계마저 모호한 ‘기동전사 건담’은 최초 TV 방영 시 시청률 저조로 조기 종영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재방송에서 외려 인기를 모은 끝에 극장판 3부작의 개봉과 맞물려 ‘로봇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나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며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사회에서 애니메이션 마니아 집단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건담 시리즈는 숱한 시대와 주인공들로 변주되었지만 ‘불합리한 전쟁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고민한다’는 주제 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조폭이 주인공인 ‘건담 철혈의 오펀스’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기동전사 건담’ 이래 건담 시리즈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군대가 아니라 용병 집단 ‘철화단’을 포착했는데 그들은 거대 야쿠자 집단 ‘테이와즈’에 자청해 흡수되었으며 정의롭지 못한 쿠데타의 부역자로 나섰다.

‘철화단’의 리더 올가 이츠카와 에이스 파일럿 미카즈키 아우구스는 ‘올바른 전쟁’에 대한 고뇌는 전무한 채 ‘화성의 왕’으로 상징되는 성급한 출세욕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들이 ‘화성의 왕’이라는 권좌에 오르는 유일한 수단은 폭력뿐이었다. 올가와 미카즈키의 사이는 우정으로 포장되었지만 실은 애견가과 충견 사이처럼 맹목적 충성으로 일관했다.

철화단의 조직원들 또한 제21화 ‘돌아가야 할 곳으로’에서 사망한 비스킷 그리폰을 제외하면 누구도 올가에 반기를 들거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들의 자행하는 폭력이 옳은 것인지 내적인 번민을 하는 캐릭터도 없었다. 상명하복에 충실한 야쿠자 집단다웠다. 과거 건담 시리즈가 강조했던 ‘소통’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뇌와 성장 없는 캐릭터들

올가는 제24화 ‘미래의 보수’에서 단원들의 목숨을 ‘(도박을 위한) 칩’으로 규정했다. 조직을 위해 죽음을 요구하는 ‘가미카제’로 상징되는 군국주의마저 엿보인다. 과거의 건담 시리즈가 개인이 희생되는 전쟁의 잔혹함을 비판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주제의식을 앞세웠다.

철화단을 동원해 쿠데타를 일으킨 맥길리스 파리드는 ‘신분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세상’을 앞세웠지만 실은 유년 시절의 비뚤어진 복수심이 증폭된 결과에 불과했다.

가면을 쓴 금발의 미형 캐릭터라는 점에서 맥길리스는 ‘기동전사 건담’의 악역 샤아 아즈나블의 후계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샤아는 암살되었다고 추정되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서 출발해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는 뉴타입으로 성장한다. 맥길리스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미카즈키 또한 주인공으로서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제1화와 최종화 제50화가 전혀 차이가 없다.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가 숱한 전투를 거치며 아군과 적의 죽음 속에서 뉴타입으로 각성했던 것과는 달랐다.

‘몰살 엔딩’이 감동적이지 않았던 이유

올가, 맥길리스, 미카즈키는 제48화 ‘약속’으로부터 최종화인 제50화 ‘그들이 있을 곳’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사망한다. 외형만 놓고 보면 토미노 감독의 연출작인 ‘기동전사 Z건담’과 ‘기동전사 V건담’ 에 필적하는 충격적인 ‘몰살 엔딩’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은 진작부터 예고되었으며 연출의 측면에서도 긴 유언을 남기고 사망해 신파였다. 악행을 잔뜩 나열한 뒤 죽음으로 권선징악에 귀결되는 조폭 장르의 전형적 결말과 결코 다르지 않아 작위적이었다. 토미노 감독이 캐릭터의 갑작스런 죽음을 통해 전쟁의 비극성을 체감시키며 서늘함 감동을 느끼게 했던 것과는 달랐다.

‘조직에 충성하라, 목숨을 바쳐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제의식을 앞세운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전쟁의 아픔을 체험하지 못했으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적도 없는 현재의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무지개빛 미카 2019/01/22 19:26 #

    그냥 아예 각본가가 생각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생각이 없습니다.

    정말 이 철혈의 전쟁터에서 생각하고 자각하고 변화한 인간은 따로 있습니다. 진짜 주인공이라 부르는 '가엘리오 보드윈'입니다.

    인간을 기계에 이식시켜 버린다는 아뢰아식 시스템으로 인한 변화, 그리고 그걸 알고선 미카즈키의 처지와 그동안의 상황을 동정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기몸에 박혀있던 유사 아뢰아식을 재거해 버린 탓에 평생 앉은뱅이로 살지도 모른다는 앤딩까지....

    철혈의 오펀스를 역겹다 역겹다 하면서도 다 시청하면서 느낀건 정말 이 철혈은 감독이하 전 스텝진 특히 각본과 설정관련자들이 얼마나 전쟁이란 무엇인가, 폭력이란 무엇인가, 극의 전개는 무엇인가에 대한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나이브스 2019/01/22 19:42 #

    철혈로 비춰 보는 이 시대의 모든 컬쳐들은 공통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판에 박힌 듯

    기존 클리세를 깨려는 노력은 하지만 그것을 이해 시키지 않고

    좋은 플룻으로 시작하지만 좋지 않은 구성으로 마무리 하고

    끝까지 주제를 관찰하기 보단 보기 좋은 소재로만 감싸려고 하죠.

    철혈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변화도 없이 이런 단점이 이어지면

    절대 발전 없는 컬쳐들만 무한히 반복될 것입니다.
  • 금린어 2019/01/22 20:38 #

    저는 그냥 '이거 이렇게 넣으면 조낸 멋지겠지 ㅅㅂ 다들 지리것지?' 정도의 얕은 생각으로 만들어진 각본이라 생각합니다.
  • 마크자쿠 2019/01/22 21:52 #

    딱히 우경화까지는 아닌것 같네요 생각없어보이기는 하지만
  • 나인테일 2019/01/24 18:19 #

    우경화라기 보다는 일본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바닥까지 떨어진거라고 봅니다. 저걸 보고 우익이 되고 싶긴 할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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