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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 폭력성 강제 거세, 과연 정당한가?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0대 소년 알렉스(말콤 맥도웰 분)는 부하처럼 부리는 친구 3명과 함께 폭행, 성폭행, 강도를 일삼습니다. 친구들의 배신으로 체포되어 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하던 그는 약물, 동영상, 음악을 활용한 ‘루도비코 치료’를 자원합니다. 치료가 종료된 뒤 석방된 알렉스는 폭력과 섹스에 대한 거부반응이 지나쳐 부작용에 시달립니다.

폭력성의 강제 거세는 옳은가?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는 안소니 버제스의 1962년 소설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각색, 제작, 연출한 1971년 작입니다. 영국을 배경으로 범죄자에 대한 정부의 강제적 교화의 부작용을 다룹니다. 인간 고유의 본성인 폭력과 섹스에 대한 욕망을 거세하는 전체주의적 정부를 소재로 해 ‘1984’와 흡사한 SF 요소를 지닌 근 미래 디스토피아 정치 소설입니다.

주인공 알렉스는 폭력성을 부추기는 약물이 함유된 우유를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며 쾌감을 얻습니다. 알렉스의 흉악한 범죄가 나열되는 초반과 달리 중반 이후 그는 희생양으로 반전됩니다. 알렉스 개인의 죄는 무겁지만 전체주의적 정부의 인권 침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입니다. 사악한 개인보다 사회 전체의 악이 더욱 무겁기 마련입니다.

강제적 교화에 대한 교도소 사제(갓프리 퀴글리 분)의 지적은 ‘시계태엽 오렌지’의 주제의식을 압축합니다. 사제는 인간의 자유 의지가 아닌 약물 등의 수단을 동원한 강제적 교화는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이 폭력성을 스스로 다스리지 못할 경우 강제적으로 거세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에 대한 논쟁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계태엽 오렌지’는 정치적, 사회적, 철학적 질문을 관객에 던집니다.

집단으로부터 소외되는 알렉스

내레이션까지 맡는 1인칭 주인공 알렉스는 4개의 집단으로부터 이용당하거나 버림을 받습니다.

첫째, 부모로부터 버림받습니다. 알렉스에 무관심했던 부모는 외아들인 그를 교도소에서 면회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그의 출소 사실을 신문 기사를 통해 인지하고도 마중을 나오기는커녕 세입자 청년 존(클라이브 프랜시스 분)을 아들처럼 여깁니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블랙유머로 가득하지만 특히 이 장면은 시트콤처럼 더욱 유머러스하게 연출되었습니다. 알렉스는 집에서 쫓겨납니다.

둘째, 알렉스를 배신한 친구들은 2년 뒤 경찰이 되어 그를 물고문하며 괴롭힙니다. 그가 친구들에 먼저 위해를 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친구들은 그에게 그 이상을 복수합니다.

셋째,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가 알렉스를 실험 대상으로 활용합니다. 부작용에 대한 언론 보도를 경계한 정부는 그를 매수합니다. 오갈 곳 없는 그가 선전 도구를 자청하는 결말은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멉니다. 의지할 곳이 전무한 알렉스는 현대 사회의 인간의 소외 및 고독을 상징합니다.

넷째, 반정부 세력이 알렉스를 선전을 위한 도구로 이용합니다. 반정부 세력의 한 축인 작가 알렉산더(패트릭 매기 분)는 아내를 성폭행한 알렉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개인적 복수까지 자행합니다. 정부의 세뇌에 가까운 실험은 분명 부정하다고 볼 수 있으나 반정부 세력 역시 인도적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알렉스 1인칭 화자의 중심으로 전개되기에 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의 갈등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양대 세력 간에 여론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의 자택 입구에는 ‘HOME’이라는 생뚱맞은 간판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집’을 뜻해 ‘안락함’을 상징하는 ‘HOME’이지만 알렉스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며 훗날 복수를 당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인 간판입니다. 부모의 집, 즉 가정으로부터 쫓겨난 알렉스가 도착한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

‘시계태엽 오렌지’는 개봉으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봐도 잔혹하며 충격적인 작품입니다. 여성의 가슴 및 성기 노출과 난교 장면은 다반사이며 폭력 장면은 적나라하고 가학적입니다. 그럼에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장난스럽게 연출해 개봉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문제작입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완벽주의자 면모는 두드러집니다. 피사체를 정중앙에 배치한 뒤 좌우의 균형을 맞추는 미장센, 이질감마저 불러일으키는 색상 및 디자인의 소품과 의상, 치밀하게 계산된 세트 등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나 볼거리가 많습니다. 웨스 앤더슨, 박찬욱 등의 감독들에 미친 영향이 엿보입니다.

알렉스가 동료들에 역습을 가하는 장면은 느린 영상으로 제시되는 반면 그가 2명의 여자와 난교를 벌이는 장면은 빠른 영상이라 대조적입니다. 배우들에게 상당한 연기력을 요구하는 롱테이크도 많습니다. 전반부 기세등등한 가해자에서 후반부 힘없는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알렉스를 연기하는 말콤 맥도웰의 열연은 강렬합니다.

알렉스가 2명의 여성을 유혹하는 레코드숍 장면에는 스탠리 큐브릭의 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LP가 소품으로 등장합니다. 알렉스의 아버지를 연기한 필립 스톤은 스탠리 큐브릭의 1980년 작 ‘샤이닝’에서 주인공 잭에게 살인을 부추기는 딜버트 그래디로 출연하게 됩니다.

한글 자막 오류

롯데시네마의 스탠리 큐브릭전의 일환으로 상영된 ‘시계태엽 오렌지’이지만 한글 자막은 오역이 드러나 아쉽습니다. 알렉스가 복역하는 교도소의 책임자인 ‘Prison Governor’를 ‘주지사’로 번역했습니다. ‘교도소장’이 옳습니다.

교도소의 성공회 사제의 대사 속에서 한글 자막이 ‘하나님’으로 번역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회는 천주교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으로 칭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 반전(反戰) 의식이 투철한 블랙 코미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압도적인 비쥬얼에 깔린 심오한 철학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반가운 재개봉, 아쉬운 리마스터링
시계 태엽 오렌지 - 정치적, 철학적인 불후의 걸작이자 SF 성장담
샤이닝 - 압도적 걸작, 스크린에서 재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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