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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브레이커블 - 슈퍼히어로의 본질, 재해석 돋보여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구직 면접 뒤 필라델피아로 돌아오던 경비원 데이빗(브루스 윌리스 분)은 열차 탈선 참사의 유일한 생존자가 됩니다. 그에게 코믹북 갤러리를 소유한 일라이저(사무엘 L. 잭슨 분)가 접근합니다. 일라이저는 데이빗이 특별한 능력을 보유했음을 일깨웁니다.

대조적 두 주인공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을 맡은 2000년 작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은 제목 그대로 외상을 입지 않는 초능력을 보유한 데이빗과 ‘유리’를 뜻하는 ‘글래스(Glass)’라 불릴 만큼 쉽게 골절상을 당하는 일라이저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육체적인 ‘특별함’만큼 두 중년 남성은 대조적입니다. 데이빗은 아내와 외아들을 둔 백인인 반면 일라이저는 홀어머니가 유일한 가족인 흑인입니다. 데이빗은 스타디움 경비원, 즉 블루컬러이지만 일라이저는 갤러리를 소유한 화이트컬러에 가깝습니다. 풋불로 과거가 대변되는 데이빗은 넓은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며 생계를 잇습니다. 반면 코믹북으로 과거가 대변되는 일라이저는 지팡이 혹은 휠체어에 의존하며 좁은 실내가 일터입니다.

데이빗의 초능력을 각성시킨 일라이저가 열차 참사 등을 획책했음을 밝혀지는 결말을 통해 ‘언브레이커블’은 슈퍼히어로 대 악역의 대립 구도인 슈퍼히어로 영화임이 분명해집니다. 데이빗(David)은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슈퍼히어로와 같은 다윗, 일라이저(Elijah)는 데이빗의 초능력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예언자 엘리야로 모두 성서에서 비롯된 작명으로 보입니다.

슈퍼히어로와 악역의 특별한 관계

데이빗의 약점인 물을 일라이저는 슈퍼맨의 크립토나이트에 비견합니다. 데이빗의 ‘코스튬’은 정체를 숨기며 물에 대한 약점을 상기시키는 비옷입니다.

일라이저는 악역은 육체를 사용하는 유형과 두뇌를 쓰는 유형 두 가지로 나뉜다며 슈퍼히어로 장르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물론 일라이저는 악역 중 후자입니다.

일라이저는 자신과 데이빗이 가까워져야 하는 이유로 슈피허어로와 악역이 가까운 친구라는 장르적 특성을 언급합니다. ‘스파이더맨 3’의 스파이더맨과 뉴 고블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의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저, ‘엑스맨’ 시리즈의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 그리고 슈퍼맨의 10대 시절을 묘사한 드라마 ‘스몰 빌’의 클라크 켄트와 렉스 루터 등은 모두 절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따라서 ‘언브레이커블’은 버디 무비의 요소도 있습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기점으로 프로페서X를 연기한 제임스 맥어보이는 ‘언브레이커블’의 후속작 ‘23 아이덴티티’와 ‘글래스’에서 ‘육체형’ 악역에 가까운 케빈을 연기했습니다.

데이빗의 직업이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경비원’인 것은 일라이저의 대사처럼 의도적이며 노골적인 설정입니다. 악의 화신 일라이저와의 교류를 통해 데이빗이 자신의 사명에 대해 각성해 슈퍼히어로로 활동하기 시작하는 전개는 슈퍼히어로가 공격적이 아닌 방어적으로 탄생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즉 브루스 웨인은 부모가 죽임을 당해 배트맨이 되었으며 ‘맨 오브 스틸’의 경우 클라크 켄트는 조드 장군의 지구 침공이 계기가 되어 슈퍼맨 활동을 시작합니다. 스티브 로저스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캡틴 아메리카로 탄생합니다.

세상의 모든 악이 사라진다면 슈퍼히어로는 불필요한 존재가 됩니다. 따라서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처럼 슈퍼히어로와 악(악역)은 공생 관계라는 시각의 코믹북 혹은 영화도 제작되고 있습니다. 극중에는 ‘스파이더맨’, ‘토르’ 등의 코믹북도 소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히치콕이 되고픈 나이트 샤말란

슈퍼히어로 영화는 오락성이 가장 강한 블록버스터이지만 ‘언브레이커블’은 자극적 요소가 적고 대중성이 부족합니다. 액션은 거의 없으며 큰 볼거리가 될 수 있는 초반의 열차 사고 장면도 생략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전통적 색채가 강한 도시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설정해 차분함이 강조됩니다.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음악은 영상보다 앞서 나가지 않습니다.

M. 나이트 샤말란은 액션 영화보다는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를 추구하는 감독입니다. 히치콕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작품에 단역으로 등장하기를 즐기는 M. 나이트 샤말란은 ‘언브레이커블’에는 데이빗과 스타디움에서 조우하는 마약상으로 등장합니다.

열차 객실에서 데이빗이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켈리(레슬리 스테판슨 분)에 집적대는 서두의 장면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1951년 작 ‘열차 안에 낯선 자들’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절묘한 롱 테이크가 두드러지는 이 장면을 통해 데이빗이 부부 관계가 소원하며 풋볼과는 악연이 있음이 암시됩니다.

하지만 데이빗이 아내 오드리(로빈 라이트 분)와 소원했던 이유나 뉴욕에서 면접에 임했던 일자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끝내 설명되지 않습니다. 로빈 라이트(Robin Wright)는 당시 숀 펜(Sean Penn)과 부부였기에 로빈 라이트 펜(Robin Wright Penn)으로 크레딧에 제시됩니다. 1996년 결혼한 두 사람은 2010년 이혼했습니다.

장르적 본질 비튼 수작

개봉 당시 많은 이들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전작 ‘식스 센스’와 같이 충격적인 결말의 반전을 기대했지만 ‘언브레이커블’의 결말의 반전, 즉 학살자 일라이저의 정체는 이미 중반부터 암시되기에 충격이 덜합니다. 데이빗이 경찰에 신고해 일라이저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는 자막이 제시됩니다.

하지만 반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면 ‘언브레이커블’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장르적 본질을 관통하면서도 교묘하게 비틀었다는 점에서 수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슈퍼히어로가 대세가 되어 엇비슷한 영화가 범람하는 현시점에서 다시 보면 신선함마저 체감할 수 있습니다.

2016년 작 ‘23 아이덴티티’의 종반에 데이빗이 깜짝 등장해 글래스, 즉 일라이저를 언급하면서 ‘23 아이덴티티’는 ‘언브레이커블’의 17년만의 후속편임이 드러났습니다. 개봉을 앞둔 후속편 ‘글래스’에서 데이빗과 일라이저, 그리고 케빈이 어떤 구도를 형성할지 궁금합니다.

식스 센스 - 우아한 정중동의 미스테리 스릴러
싸인 - 믿음에서 비롯되는 기적
빌리지 - 반전에만 의존하지 마시길
애프터 어스 - 윌 스미스 父子의 ‘더 로드’
23 아이덴티티 - 제임스 맥어보이 연기력에 의존한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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